[독자투고]
일생에 단 한 번, 남자가 사랑할 때
영화 ‘남자가 사랑할 때’
한국 | 드라마 | 2014.01.22 | 15세이상관람가 | 120분
감독 한동욱
출연 황정민, 한혜진, 곽도원, 정만식 |
한가한 주말 오후 인터넷을 뒤지다가 우연히 눈에 들어온 영화 <남자가 사랑할 때>, 황정민이 주연인 것을 보고 영화소개나 예고편도 보지 않고 망설임없이 클릭했다. 믿고 보는 배우 황정민이 아닌가!
시장통을 전전하며 빚을 수금하는 사채업자 태일 (황정민)은 나이가 마흔인데도 형네 집에 얹혀 사는, 장래가 불투명한 양아치이다. 돈을 받아낼 때는 피도 눈물도 없는 태일은 상대가 목사라고 해도 인정사정 봐주지 않는다.
호정(한혜진)은 아버지의 병원비 마련을 위해 사채업자에게 돈을 빌리고, 그 돈을 받아내러 병원으로 찾아온 태일과 마주친다. 태일은 아버지가 죽을 경우 니가 돈을 대신 갚아야 한다며 호정에게 사인을 하게 하지만 자꾸 호정이 신경 쓰이고 눈앞에 아른거린다. 평생 사랑이라고는 모르던 이 남자, 사랑에 빠진 것이다. 겉보기엔 거칠고 독한 것 같은 태일의 내면은 실상은 어린애처럼 순수하고 여리다.
태일은 호정에게 자신과 함께 매일 한 시간씩 만나서 걷고 이야기하고 밥을 먹는 소위 데이트를 하면 돈을 대신 갚아주겠다는 제안을 하고 호정은 내키지는 않지만 어쩔수없이 제안을 받아들인다. 어이없고 황당하고 유치하기까지 한 이 남자의 사랑공세에 호정은 그의 진심을 보아내고 서서히 마음을 연다. 여기까지는 가벼운 로맨스 멜로영화로 느껴질 수 있다.
태일은 깡패생활을 접고 호정과 함께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고 한다. 하지만 두목 두철은 쉽게 태일을 놔주지 않는다. 호정에게 가게를 꾸려주고 싶었던 태일은 마지막으로 한 건만 하라는 두철의 제안을 차마 거절하지 못하고 다시 손을 대는데 결국 경찰에 잡힌다. 교도소에 들어간 태일은 자신이 뇌종양에 걸려 시한부 생을 살아야 하는 것을 알게 된다. 한편 호정은 약속을 지키지 않은 태일을 오해하고 교도소에서 나와 2년만에 다시 자기 앞에 나타난 태일을 쌀쌀하게 대한다.
“나 없어도…… 걔 만나면 잘해줘야 해 아버지…… 걔가 아버지가 없어. 그러니깐 아버지가 아버지 좀 해줘…… 아버지 아들이 진짜 사랑하는 여자야.” 이것은 태일이 라면을 먹으며 울면서 치매걸린 아버지에게 혼잣말처럼 하는 부탁이다. 사랑하는 여자를 지켜주지 못하게 된 태일이는 가슴이 미어진다.
맞선을 보는 호정을 멀리서 지켜보며 웃음을 짓는 태일이, 뒤늦게 태일의 상황을 알게 된 호정이 태일이와 만나 오열을 하는 장면은 눈물 없인 차마 볼 수 없다. 그렇게 호정은 태일의 곁에서 그의 마지막을 지켜준다.
'남자가 사랑할 때'는 인생에 단 한 번, 한 남자가 사랑에 빠졌을 때의 이야기를 다룬 멜로 영화지만 따스한 가족애를 느낄 수 있는 영화이기도 하다. 치매를 앓고 있는 아버지, 삼촌의 돈을 뜯어내는 조카, 시동생 (태일)에게 묘한 감정을 갖고 있는 형수, 그것을 질투하는 형…… 좁은 집에서 서로 부대끼며 대화를 할 때마다 육두문자가 튀어나오고 심지어는 몸싸움까지 번져지는 흔하디 흔한 가족이지만 그 밑바닥에는 사랑이 가득하다.
이 영화는 몇 번이고 나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태일이가 죽었을 때 태일이 형이 장례식장에서 “저게 참 하다 하다 죽어서 형한테 절까지 시키네”라고 말하며 오열하는 장면, 엔딩부분에서 한혜진이 버스를 타고 가는데 이문세의 ‘기억이란 사랑보다’라는 노래가 흘러나오면서 한혜진이 우는 장면......모든 기억은 시간이 지날수록 흐릿해지지만 사랑한 기억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선명해진다.
이 영화는 사실 뻔한 스토리이다. 삼류건달이 착한 여자를 만나서 개과천선하는, 그럼에도 이 영화가 이처럼 흡인력이 있는 것은 주연으로 열연한 황정민과 한혜진은 물론이고 태일의 가족으로 출연하는 조연배우들의 훌륭한 연기력이 이 영화에 현실적인 생명력을 불어넣어 캐릭터에 완전히 몰입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 영화를 보면서 눈물샘이 고장난다면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점점 감동이 적어지고 무덤덤해지는 요즘, 감동과 재미를 한꺼번에 선사하는 이 영화를 추천하고 싶다. 가족과 함께 봐도 좋고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봐도 좋을 영화이다. 여자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이런 남자의 사랑을 받아보고 싶은 로망도 생길 것이다.
이 영화는 <신세계>의 감독 한동욱이 다시 황정민과 손잡고 찍은 영화인데 2014년 1월에 개봉하였고 누적관객수가 197만명이다. 액션과 코믹, 멜로가 잘 어우러진 이 영화는 뻔한 스토리임에도 디테일한 상황, 한 마디도 불필요한 대사가 없는 장면에 딱 들어맞는 명대사들, 그리고 배우들의 명품연기로 한결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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