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여느 남자 고등학생들처럼 축구를 무척 좋아한다. 아침에 눈만 뜨면 오늘 축구계에서는 어떤 소식들이 필자를 기다리고 있는지 설렌 마음으로 기사를 읽어본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항상 친구들과 점심시간에 축구를 하고 같이 모이기만 하면 서로 응원하는 클럽들을 각자 대변하느라 입이 아플 정도이다. 축구에 미친 필자의 또 다른 관심 분야는 한반도 통일이다.
2012년 개봉 당시 큰 화제로 떠올랐던 영화 ‘코리아’를 보면서 필자는 남북축구단일팀이 있었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해봤다. 남녀축구에 있어서 아시아 최강이라 불리는 한국과 북한. 이 두 국가대표팀들이 한 팀이 된다면 실로 어마어마하지 않을까? 상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면서 마음 한 켠으로는 감동이 북받쳐 오를 것 같다. 하지만 언제까지 이런 ‘환상’만 가지고 있어야 하는 걸까?
축구는 우리가 흔히 알듯이 팀 스포츠이다. 우리의 영원한 캡틴인 박지성 선수는 한 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축구는 팀 경기이지만 그 팀을 승리로 이끄는 것은 개개인들의 열정이다”.
몇 년간 이어져온 남북한 경색국면. 이것은 매 축구 경기마다 한 팀이 무득점한 것과 흡사하다. 우리나라 정치인들은 열정이 없어서 남북관계를 회복시키지 못한 것일까? 아니다, 문제는 개개인들의 열정이 과해져서 욕심이 되었고 그들의 욕심이 또 과해져 팀의 분열을 일으키고 결국 무득점이란 결과를 얻게 된 것이라 생각한다.
국내에서 정치적으로 의견 조율이 안 된 상태에서 남북관계 회복을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필자는 정말이지 정부와 여야를 보면서 우리나라 진보와 보수는 북한이라는 나라가 존재하지 않았으면 뭘 먹고 살까라는 의문점이 들 정도로 항상 손발이 척척 안 맞는 게 안타까웠다.
그런 의미에서 필자는 이번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정치인들이 ‘팀워크’의 중요성을 꼭 깨달았으면 한다. 메르스의 확산을 막기 위해 정부와 여야가 함께 머리를 맞대듯이 남북관계도 다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합의를 이뤄야지만 남북관계를 회복할 수 있다. 그리고 설령 선수가 골을 못 넣었다 할지라도 서로에게 책임전가가 아닌 선수 한 명의 미스도 모두의 책임이라고 할 수 있는 포용력이 필요하다.
물론 메르스에 맞서는 정부와 여야가 늦은 시기에 협의를 진행한 점에서 실망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 부분에서 정부와 여야가 사태에 따라 적합한 대응을 발 빠르게 해야 한다는 점도 깨달았으면 한다. 그래야지만 적절한 타이밍에 골을 넣을 수 있고 팬들의 열렬한 응원과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남북단일축구팀이 구성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한다. 하지만 지금부터라도 정치인들이 한 팀으로 똘똘 뭉쳐서 지혜롭게 경기를 풀어나간다면 분명 득점할 수 있을 것이다. 또 그랬으면 좋겠다. 훗날 필자의 ‘환상’이 ‘현실’로 되길 바란다. 더 나아가서 남북단일축구팀이 ‘코리아’의 이름으로 월드컵에 출전하길 기대해본다.
황세영(syhwang9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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