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이 20일 오후 서부전선에서 남쪽을 향해 고사포탄과 직사포탄 수발을 쏜 데 이어 ‘추가 도발’을 경고했다. 우리 군은 포탄 수십발로 대응 사격하고 전군에 최고 수준의 경계태세를 지시했다.
합동참모본부는 20일 북한군이 오후 3시53분과 4시12분, 2차례에 걸쳐 화력 도발을 해왔다고 밝혔다. 합참은 첫 화력도발 때는 14.5㎜ 고사포 1발을, 2차 도발 때는 직사화기 76.2㎜ 수발을 발사한 것으로 추정했다.
전하규 합참 공보실장(대령)은 이날 “도발 상응 지역에 155㎜ 자주포탄 수십발로 대응 경고사격했다”고 말했다.
군 관계자는 “북한군이 3시53분에 발사한 고사포탄은 야산 쪽으로 떨어져 확인할 수 없다”며 “4시12분에 발사한 76.2㎜ 추정 직사화기 포탄은 군사분계선 남쪽 700m 비무장지대에 떨어졌다”고 말했다. 북한군 고사포탄이 떨어진 지점은 대북 확성기 시설이 있는 곳과는 수㎞ 떨어진 지점으로 북한군이 조준사격을 한 것은 아닌 것으로 군 당국은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현장 지휘관(사단장) 판단하에 군사분계선 북쪽 500m 지점에 상응하게 대응사격을 했다”며 “북한군 포탄이 떨어진 곳과 상대되는 반대쪽 군사분계선 이북, 북한군 GP 부근에 155㎜ 자주포 포탄 수십발을 발사했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북측이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을 요구한 것에 대해서는 “현재로서는 대북방송은 그대로 한다”고 밝혔다.
북한은 이날 포격 도발 직후 서해 군 통신선과 판문점 채널을 통해 잇따라 우리 측의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을 요구하며 군사 행동을 위협했다.
북한은 오후 4시50분쯤 김양건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장 겸 대남비서 명의 서한을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앞으로 보내왔다. 북한은 서한에서 남측의 대북 확성기 방송을 선전포고라고 주장하고, 이를 중단하는 ‘실천적 조치’를 요구하며 군사적 행동을 위협했다. 또 “현 사태를 수습하고 관계개선의 출로를 열기 위해 노력할 의사가 있다”는 말을 덧붙였다.
북한군도 이날 전통문을 오후 5시쯤 우리 군에 보내 “48시간 내에 대북 심리전방송을 중지하고 대북 확성기 방송 시설을 철거하지 않으면 군사적 행동을 개시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청와대는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어 대응 방향을 논의했다. 박 대통령은 오후 6시부터 40분간 청와대 위기관리상황실에서 직접 주재한 회의에서 사건 개요와 군 대응상황 등을 보고받은 뒤 “북한 도발에 단호히 대응하고, 군은 만반의 대응태세를 유지하는 동시에 주민 안전과 보호에도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다.
기사 저작권 ⓒ 경향일보 정환보·이용욱 기자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