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상하이콘서트홀서 '앙상블 디토 연주회'
10여년 전 KBS 다큐멘터리 <인간극장>을 통해 방영된 한 청년의 이야기가 많은 이들의 가슴을 적셨다. 전쟁고아로 미국에 입양된 지적 장애를 가진 어머니 슬하에서 세계적인 비올리스트로 성장한 리처드 용재 오닐.
하지만 그의 성장 배경보다 음악적 성취가 더 대단하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는 비올리스트 최초로 줄리아드 음악원에서 석사 과정을 마쳤으며, 그래미상 2개 부문 노미네이트, 클래식계 최고 권위 ‘에버리 피셔 커리어 그랜트’ 상 수상 등 화려한 이력을 가진 명실상부 최고의 클래식 음악가다.
그런 그가 클래식의 대중화를 위해 결성한 것이 실내악 그룹 ‘앙상블 디토(Ensemble Ditto)’다. 그리고 오는 26일, 올해로 9년째 접어든 디토의 중국 데뷔 무대가 이곳 상하이에서 펼쳐진다. 공연 준비가 한창인 그가 바쁜 시간을 쪼개 인터뷰에 응했다.
디토는 클래식의 대중화를 목표로 2007년 결성됐다. 그룹을 결성하게 된 계기는?
한국에서 나의 솔로 프로젝트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을 때, 회사 대표님이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물어보셨다. 나는 주저 없이 실내악이라고 했다. 실내악은 클래식 중에서도 아주 정련된 형식의 음악인데 이를 들려주기 위해서, 또 새로운 관객을 공연장으로 끌어내기 위해서 신선한 비주얼을 만들거나 길거리 게릴라 콘서트를 하는 등 정말 다양한 활동을 했다. 대신 음악 자체를 건드리지는 않았다. 우리는 음악에 대해 아주 진지하다. 미국이나 유럽의 공연장에서는 객석이 회색 빛인데(관객 연령층이 높다는 의미) 한국에서는 검은색 물결을 볼 수 있다. 올해로 9년째인데 9년 동안 매진을 이루게 해준 관객들이 자랑스럽고 고맙다.
디토는 클래식 계의 아이돌’이라고도 불린다. 궁금해하는 분들을 위해 리더로서 멤버 소개를 부탁한다.
디토는 레퍼토리가 우선이다. 주요 멤버가 있긴 하지만 레퍼토리에 맞춰 매년 시즌 별로 멤버를 재정비하며 유연하게 움직이는 편이다. 현재 주축이 되는 멤버는 바이올리니스트 스테판 재키브, 첼리스트 마이클 니콜라스, 피아니스트 스티븐 린 등이 있다. 스테판의 바이올린은 정말 경이로우니 꼭 들어볼 것을 권한다. 그리고 임동혁은 내가 가장 존경하는 피아니스트다. 마르타 아르헤리치가 아끼는 연주자라고 하면 이해가 될까? 디토 시즌 초반에 스페셜 게스트로 함께했었는데 이번 상하이 투어에도 함께하게 돼 매우 기쁘다. 여러분도 그가 연주하는 송어를 들으면 깜짝 놀라실 거다.
이번 상하이 공연은 멤버가 좀 많은데 기존 디토 레퍼토리 중 가장 사랑 받았던 브람스 피아노 사중주 1번과 슈베르트의 송어 오중주를 연주하기 때문이다. 이에 바이올리니스트 다니엘 정과 더블베이스 주자 다쑨 장을 불렀다. 다니엘은 그래미 상을 받은 파커 콰르텟의 리더이고, 다쑨은 우리 중 유일한 중국인이다. 멤버 모두 그를 무척 좋아한다. 더블베이스도 엄청나게 잘 할뿐더러 성격도 좋아서 그와 함께 하는 투어는 항상 즐겁다.
디토 결성 이후 한 해도 빠짐없이 음반을 내고 공연을 해왔다. 한국 대중에게는 여전히 멀게 느껴지는 ‘클래식’으로 이런 성과를 낼 수 있었던 힘은 무엇일까?
상업적이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우리는 클래식 공연장에 한 번 온 관객을 다시 불러모으기 위해 정말 많은노력을 했다. 예를 들면 매년 디토 페스티벌 테마에 따라 비주얼 작업이 이뤄지는데 기획하는 스탭들이 엄청난 공을 들이고 있다. 러시아가 테마일 때는 발레리나와 짧은 영화를 찍었고, City of Bach가 테마일 때는 우리가 일상생활에 찌든 사람들에게 바흐를 들려준다는 컨셉으로 영상을 만들어 배포하기도 했다. 관객의 돈과 시간은 아주 중요하다. 관객은 2시간 가까운 공연에 결코 저렴하다고 할 수 없는 티켓을 직접 사서 온다. 그에 따라 우리도 충실하게, 더 좋은 모습으로 답할 필요가 있다.
꾸준히 사회공헌 활동을 펼쳐왔는데 아이들과 관련된 것이 유독 많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나는 워싱턴의 작은 시골마을에서 자란 소년이었고, 어릴 때는 내가 이렇게 될 거라고는 상상해 본 적도 없었다. 비올라를 배우고, 대학에 가고, 어릴 때부터 꿈꾸던 링컨센터 체임버 뮤직 소사이어티에 들어가는 등 그 모든 과정에서 주변 분들의 도움을 정말 많이 받았다. 받은 도움은 돌려주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MBC의 <안녕?! 오케스트라> 다큐멘터리와 같이 아이들과 관련된 제안을 많이 받았는데 여러 곳에서 준 제안을 받아들이다 보니 그렇게 된 것 같다. 물론 내게도 의미 있는 시간들이었다.
이번 상하이 공연이 중국 데뷔 무대인데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소감 한 말씀.
디토 멤버들은 이제 가족이나 다름 없고, 모두들 상하이에서 공연하게 되어 매우 즐거워하고 있다. 지금까지 디토라는 기적을 만들어 준 것은 바로 관객들이고, 우리는 한 순간도 그것을 잊지 않으려고 한다. 상하이에서도 좋은 음악으로 더 많은 관객과 만나고 싶다.
김혜련 기자
앙상블 디토 음악회(DITTO重奏组音乐会)
일시: 9월 26일(토) 오후 7시 30분
장소: 上海音乐厅 黄浦区延安东路523号
티켓 가격(元): 80/180/280/380/480
프로그램: 보테시니 더블베이스와 바이올린을 위한 그랑 듀오
브람스 피아노 사중주 1번 g단조, 작품25, 슈베르트 피아노 오중주 ‘송어’
출연: 리처드 용재 오닐(비올라), 스테판 피 재키브(바이올린), 임동혁(피아노),
다니엘 정(바이올린), 마이클 니콜라스(첼로), 다쑨 장(더블베이스), 스티븐 린(피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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