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창한 봄날, 남들은 축구라든지 농구라든지 더 즐겁다면 친구의 생일 파티나 정원이 있는 누구 집 바비큐 파티를 계획하며 야외 봄날의 햇살을 맞이하러 밖으로 뛰쳐나갈 것이다. 그들이 이리저리 몸을 움직이며 놀러 다니는 동안, 행복지수는 나무의 푸르름을 뚫고 하늘을 닳을 듯 하겠지.
하지만 나는 좀 다른 취미를 가지고 있다. 아마도 우리 엄마는 이것을 나의 취미로 인정을 안 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내가 관심 있고 즐겨 하는 나의 놀이에 대해 당당히 취미라는 이름을 붙이고 싶다.
나는 주말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데, 친구들과 약속이 있는 것도 아니건만 밤새서 기대한 사람마냥 후닥닥 일어나 옷을 챙겨 입고 밖으로 나간다…라고 생각하겠지만 앞에서 말했듯이 오히려 그 반대이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은 맞지만 나는 파자마 잠옷의 편안한 복장과 침대에서 바로 일어난 헝클어진 머리, 아직 잠이 덜 깬 눈으로 컴퓨터를 켠다. 부스스한 내 모습을 상상하며 지금 내 이야기를 읽고 있는 당신은 파릇파릇한 초등학생이 벌써부터 컴퓨터에 빠진 폐인이 되었다고 혀를 차고 있겠지만 나는 오늘도 나의 취미를 위해 이른 아침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다.
물론 내 자신을 자제하려고 노력은 하고 있다. 성적이 떨어지지 않으니 다행이라고 할까나, 아니, 오히려 당당하고 때로는 뻔뻔하게 컴퓨터를 할 수 있는 것은 그나마 게임이 아니기 때문이다. 예전에 추억처럼 기억되는 인형 옷입히기 게임이나RPG게임 등은 이제 전혀 흥미가 없다. 내가 최근에 이렇게 빠져 있는 것은 인터넷 만화와 글, 즉 웹툰과 웹소설에 집중하고 있다. 처음에는 한국을 떠난 지 너무 오래되어 한글로 된 읽을거리와 기사를 찾아 읽으려고 인터넷을 뒤지기 시작했는데 어느 때부터인가 만화와 소설의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며 내용을 챙기는 것은 나의 하루 중 가장 이른 하루의 일과가 되었다.
우리나라를 알고 한국의 자랑거리를 찾으려 했는데 왜 갑자기 웹툰 얘기를 꺼내냐고 의아해 한다면, 그건 꽤나 당연한 이유일 것이다. 한글로 된 기사 읽으라고 잔소리했던 엄마조차도 이걸 말려야 하나, 그냥 둬야 하나 고민이신 것 같다. 하지만 만화는 아무래도 상상력을 향상할 수 있도록 하고, 소설은 한글의 어휘력과 이해력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여 두고 보시는 것 같다.
내가 지금 엄청 빠져있는 웹툰은 ‘이런 영웅은 싫어’이다. 제목만 봐도 어떤 영웅인지 궁금하지 않은가? 궁금하다면 한번만이라도 내용을 보면 이해하게 될 것이다. 나는 이 만화와 작가를 섭외한 네이버에게 매우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요즘은 내가 한국인이 아니어서 이 만화를 보지 못했더라면 내 정신 세계가 어떻게 됐을까 상상을 하다 보면 소름이 돋는다. 한국인이고 한글을 읽을 수 있어서 너무 다행인 상황이다. 어떤 때는 한국인이지만 외국에 나와 살고 있다는 게 너무 안타깝다. 팬카페를 둘러보면 서코(서울코믹월드)나 부코(부산코믹월드)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외국에 있는 내가 너무 불쌍하다. 나도 거기에 끼고 싶은데… 아무튼 네이버 웹툰이 한국사이트라는 것이 매우 자랑스럽고 작가님들을 데뷔하게 해준 대학교, 특히 문화산업 청강대학교에게 ‘이런 영웅은 싫어’독자들을 대표해서 감사 인사를 올리고 싶다.
외국에서 오래 산 사람들이 가장 자랑스러워 하는 것이 K-POP일 것이다. K-POP을 통해서 한국의 노래는 물론 한국의 문화까지도 세계에 알려지게 되었으니 말이다. 한국을 좋아하는 내 외국친구들도 K-POP을 시작으로 한국을 알게 된 경우가 많다. 나는 외국에 너무 오래 살아서 한국을 거의 잊었다고 생각했지만, 하루의 시작을 한국의 웹툰으로 시작하면서 나의 나라, 한국을 생각하게 되었고 그리워하게 되었다. 만화에 나오는 장소가 어딘가가 궁금하고, 팬카페 사람들과 직접 만나서 생각과 느낌을 공유하고 싶어진다. 웹툰과 웹소설은 알게 모르게 나의 한국어 실력을 좋아지게 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네이버를 켜면 한국의 굵직한 기사들과 사건사고의 글들을 습관적으로 훑어보게 된다. 그러면서 한국이 더 그리워지게 되었다.
나는 한국의 웹툰을 외국 친구들에게 알려주고 싶다. 아마 그들이 보는 만화 중 가장 재미있는 것이라 의심치 않는다. 그래서 한국문화를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싶다. 그러면 그들이 노래 다음으로 한글을 배우고 싶어하지 않을까? 나는 오늘도 새벽에 일어나 웹툰을 본다. 나의 하루는 인터넷이긴 하지만 한국을 연결하면서 시작되는 것이다.
박세희(SMIC 7/포동주말학교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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