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전 처음 상해에 왔을 때 지금도 생각하면 가장 신선한 기억은 아침에 새들의 지저귐으로 눈을 떴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까치들의 쓰레기통을 뒤지고 깍깍 거리는 소리에 두통이 생길 지경이었는데 이렇게 예쁜 새소리는 정말 오랜만인 듯해 아침이 즐거웠었다. 하지만 그리 오래지 않아 새소리는 여전한데 난 듣지 못하고 습하고 더운 날씨 무질서 또 공기오염까지 내속에 불평이 생기기 시작했다. 참 인간은 간사하다고 나를 보며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사람에게 만족은 끝이 없다지만 그래도 돌아볼 수 있는 것도 사람에게 주어진 것이라는 게 얼마나 감사한지….
몇 년 전 겨울 말레이시아를 한 달간 다녀온 적이 있었다. 우리 식구들이야 겨울 휴가 이지만 그곳은 특별하게 계절을 말할 것도 없이 365일 더운 여름이니 처음엔 춥지 않고 계절이 하나니 많은 부분 편하고 좋겠구나라는 생각을 했지만 곧 한결같이 변화 없는 더위에 지루함이 느껴지고 무기력하고 무료했던 기억이 있다. 그러고 보면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있어 그 변화에 따라 옷이나 침구 난방 먹거리 등이 바뀌고 변화를 준비해야 하고 (때론 그런 사계절의 특성 때문에 성격이 조급하다고는 하지만 꼭 그것만이 원인일까는 알 수 없는 것 같고) 자연의 변화에 다양한 감성으로 다가갈 수 있다는 것이 다양함에 대해 새로운 생각을 하게했다.
이런 다양한 변화에 따른 우리나라의 가을을 생각하면 상해의 가을은 말도 꺼내기 우습지만 그래도 이곳에서 적지 않은 해를 거듭하면서 상해의 가을 같지 않은 가을(?) 10월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봄볕엔 며느리 내보내고 가을볕엔 딸 내보낸다는 말이 있듯이 여름의 지독한 습도가 사라진 따가운 햇살을 맞으며 사랑하는 사람들과 어디든 이 10월의 거리를 쏘다닐 것을 강추 한다. 시간의 여유가 있다면 기차타고 가까운 거리로 여행을 해보는 건 어떨까. 오랫만에 어릴 적 소풍 생각하며 삶은 달걀과 칠성 사이다 김밥도시락 준비해 마음껏 웃고 떠들며 하루를 순수했던 동심으로 돌아간듯한 경험은 생각만해도 즐겁고 웃음이 난다. 10월이 가기 전에 서둘러 지인들과 약속을 하고 지금 주어진 이 기회들을 놓치고 싶지 않다.
혹, 그럴 수 없다면 햇살 좋은 오후 차 한잔 만들어 마당이나 베란다에 앉아 음악을 듣는 것도 괜찮은 것 같다. 케니지의 색소폰 연주를 들으며 비오는 날은 그 날대로 맑은 날은 또 그 날대로 추억을 여행하고 또 새 날을 꿈꾸며 스치는 바람과 햇살과 함께 나만의 조용하고 평온한 오후 이 것도 생각만해도 설레는 상해의 가을 보내기가 될듯하다.
칭푸아줌마((pbdmo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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