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색 하늘이 우리의 눈높이에서 점점 멀어져 가고 살갗에 스치는 바람이 선선함을 느끼게 할 때 우리는 계절이 또 하나 바뀜을 알 수 있다. 작년보다 덜 더웠지만 그래서인지 무언가 아쉬웠던 여름이 지나고 이제 얇은 외투를 꺼내 입을 시즌이 왔다. 유난히 짧은 상하이의 가을을 만끽하기 위해선 그 동안 익숙해진 거리를 떠나 가을만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장소로 떠나보면 어떨까. 그리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지 않더라도 백 년 이상의 상하이 역사를 한 눈에 담을 수 있는, 그리고 걷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둬룬루(多伦路)와 톈아이루(甜爱路)를 가보자.
문학의 거리 둬룬루
둬룬루(多伦路)는 루쉰(鲁迅), 마오둔(茅盾), 궈모러(郭沫若) 등 1930년대 유명한 작가들이 공존했던 곳이다. 현대문학의 중심지라는 또 다른 이름을 지니고 있는 둬룬루의 본명은 도우러안루(窦乐安路)였으나, 1943년에 일어난 청일전쟁은 이름이 바뀌는 계기가 되었다. 이후 중국 정부는 내몽골의 지역 이름을 본떠서 이름을 둬룬루로 바꾸었다. 중국의 역사를 담고 있는 둬룬루는 상하이의 옛 거리를 체험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국적인 풍경도 많이 감상할 수 있다. 또한, 둬룬루는 20세기 상하이 건축물의 대표작이기도 하다. 비록 550m 밖에 되지 않는 짧은 거리지만 박물관, 기념관, 도자기 보관방, 시계 보관방, 괴석관, 성당 등 다양한 볼거리가 있다. 현재 둬룬루는 차가 많이 다니지 않는 보행 거리로 특히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둬룬루는 홍커우 구역의 중심지인 루쉰공원의 일부이다. 북쪽에는 루쉰공원의 중심부가 있으며 남쪽에는 상하이 3대 상업 거리인 스촨베이루 (四川北路)가 있어 사람들이 더욱 많이 오가고 있다.
Tip 둬룬루의 작가들
앞서 언급한 대표 작가들에 대해서 간단히 알아보도록 하자. 배경 지식을 알고 둬룬루를 관람한다면 더욱 깊은 감명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루쉰(鲁迅)
루쉰(1881~1936)은 중국의 문학자, 사상가이다. 그는 중국 현대 ‘문학의 창시자’라는 이름이 붙을 정도로 문학에 기여한 바가 많다. 그는 문학을 단순히 창조하는 것뿐만이 아닌 문학으로 당시 중국의 현실과 뒤처진 사고방식을 비판했다. 가장 대표적인 소설은 바로 <아큐정전>이다. 또한, 당시 중국 지도자 마오쩌둥(毛泽东)으로부터 “루쉰이 걷는 길은 바로 우리 중국 문화의 올바른 길이다” 라는 극찬을 받기도 했다.
마오둔(茅盾)
마오둔(1896~1981)은 중국의 장편소설 작가다. 그는 제국주의에 반대하는 사상들을 글에 직접 반영시켜 일제강점기 당시 중국인들에게 큰 인기를 얻었다.
궈모러(郭沫若)
궈모러(1892~1978)은 현대 시인으로서 다양한 문학작품을 썼을 뿐만 아니라 사회활동가로도 큰 업적을 남겼다. 그는 오늘날의 대중들에게까지도 인기 있는 “중국 역사극”을 창시하는데 큰 역할을 하였다.
사랑의 거리 톈아이루
둬룬루를 따라 걸으면 또 다른 길이 나온다. 바로 톈아이루(甜爱路)이다. 길의 이름에 걸맞게 톈아이루에선 조용함 속의 달콤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특별한 것은 없지만 키 큰 나무들이 쭉 늘어서 있어 산책하듯 걸을 수 있는 거리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걸으면 그 사랑이 영원하다는 설이 있어 수 많은 연인들이 찾는다고 한다. 길의 입구에서부터 새겨진 이름 낙서들을 통해 젊은 연인들이 많이 왔다 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톈아이루에는 ‘사랑의 우체통(爱心邮筒)’이라는 특별한 우체통이 있는데 그 곳에다 편지를 넣으면 사랑에 관련된 영문 글귀의 도장이 찍혀 사랑하는 사람에게 전달된다. 길을 걷다 보면 벽면에 다양한 명언 혹은 시가 걸려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역시나 모두 사랑에 관한 내용이다. 그러다 조금 지루한 감이 있다면 근처 커피숍에 들러 한숨 돌리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총 두 곳의 커피숍이 나오는데 아기자기한 것이 포인트다. 아늑한 분위기 속에서 독서의 계절인 만큼 조용히 책을 읽거나 연인 혹은 친구와 담소를 나누기에 적합한 장소다.
루쉰 기념관
걸어서10분 정도 밖에 걸리지 않은 톈아이루를 지나고 나면 루쉰 기념관이 보인다. 둬룬루에서 거주했던 근대 작가 중 대표적 인물인 루쉰에 대해서 더 깊이 알아볼 수 있는 곳이다. 입장료는 무료이며 식품을 반입할 수 없다. 기념관 안에는 세계 각국 언어로 번역되어 출간된 루쉰의 책들 및 여러 가지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루쉰 기념관은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입장 가능하다.
‧위치: 虹口区甜爱路200号
‧문의: 021)6540-2288
‧홈페이지: www.luxunmuseum.com
아무런 부담 없이 가을 분위기에 흠뻑 젖을 수 있는 코스로는 둬룬루와 톈아이루가 적격이라고 볼 수 있다. 많은 비용을 투자할 필요도 없을뿐더러 중국 문화 체험은 물론, 소중한 사람들과의 좋은 추억까지 남길 수 있으니 말이다. 올 가을, 그 동안 쌓인 피로와 스트레스를 훌훌 털어내러 둬룬루와 톈아이루를 한번쯤은 방문하는 것이 어떨까 싶다.
찾아가는 길
버스: 四川北路横浜桥(21번, 52번, 939번 운행)
横浜桥(854번 운행)
지하철: 东宝兴路(3호선)
虹口足球场(3호선, 8호선)
택시: 虹泉路 기준으로 18.3km(약 45분, 62위안)
古羊路기준으로 15km(약 37분, 50위안)
고등부 학생기자 최은아(상해한국학교10), 박준성(SCIS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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