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마친 서상익은 2008년 첫 개인전 완판이라는 범상치 않은 이력으로 미술계에 이름을 알렸다. 그로부터 3년간은 끊임없는 러브콜 속에 쉼 없이 그림을 그렸다. 때로는 전시에 떠밀려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본말이 전도되고 있음을 느낀 그는 2011년 급기야 모든 전시를 캔슬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데뷔 이후 처음으로 변화할 시간을 가졌다.
지난달 21일부터 윤아르떼에서 전시 중인 서상익 작가의 작품들은 최근 3년간 작업한 것들이고, 그 중 절반은 신작(미공개작)이다. “잘 나간 게 독이 됐다”는 서상익 작가의 작품에는 변화의 기로에 선 젊은 화가의 고민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이번 개인전의 주제는 무엇인가?
3년간의 작품을 정리하는 이번 전시를 관통하는 주제는 ‘내가 보고 있고 믿고 있는 세상이 얼마나 견고한가’이다. 이것은 신념의 문제다. 좋은 그림에 대한 나름의 해답은 가지고 있지만 좋은 그림을 그리기 위한 태도나 마음가짐을 항상 고민하고 있다. 그래서 삶 전반에 대한 가치, 그림에 대한 가치를 좀 더 믿어야겠구나 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그 고민, 다시 말해 ‘신념’이 이번 개인전의 주제라 할 수 있다.
좋은 그림이란?
무얼 그려서 이야기하느냐 보다 화가가 다루는 철학과 재료의 기법이 일치하는 것이 좋은 그림이라고 생각한다. 그 사람이 생각하는 방식이 그림을 통해 드러나는지, 삶의 태도와 철학이 표현기법에 녹아있는지가 중요하다. 강한 신념이 있고 그걸 바탕으로 한 철학과 기법이 하나된 그림이 좋은 그림이다. 현대미술에서 각광받는 그림도 대부분 ‘신념이 강한 그림’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의 과제는 ‘그 신념의 세계에서 어디로 가야 할지, 또 얼마나 몰아붙여야 할 것인가’이다.
그 신념이란 혹시 종교적 가치인지
종교는 아니다. 나에게 종교란 굳이 꼽자면 그림이다. 하지만 그림과 종교는 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사실 자본주의와 실용의 논리로 봤을 때 그림이라는 게 아무짝에도 쓸모 없지 않나. 자본주의의 끝으로 달려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물질에 대해 갈구하고 다른 세계의 작품을 구매하고 감상한다는 것은 그 너머의 갈구하는 것이 있다는 게 아닐까. 비가시적이고 비물질적인 세계에 대한 갈망이라는 면에서 종교와 닮았다. 미술관에서 그림을 본다는 것도 일종의 종교적 체험인 것 같다.
작품의 소재는 주로 어디에서 얻나
개인적인 경험을 감정적으로 담아내는 편이다. 은유의 상징을 찾아서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Another day 연작은 우리의 인생의 색을 확 바꾸는 순간, 그 ‘찰나’에 대한 기록이다. 그래서 작품의 색이 싹 빠지고 비가시적인 것들이 남는다. 구석의 하얀 문들은 우리가 인지하지 못한 채 넘어가는 순간을 표현했다.
특별히 부족할 것도 없고 평소와 다를 것 없던 일상 속에서 ‘어느 날 문득 마음에 바람이 이는 때’가 있다. 그것은 인과관계 없이 일어나기도 하고, 인생이 무료해지거나 큰 변화가 찾아오기도 한다.
슬럼프는 어떻게 극복하나
잘 안 된다 싶으면 며칠을 놀아버리는데 말이 노는 거지 작업을 안 하면서 작업과 싸우는 것이다. 주변에서 ‘너는 일하고 싶을 때 하면 되니 얼마나 좋냐’고도 하는데 그때마다 나는 ‘자기 눈치를 보며 사는 게 얼마나 피곤한지 아느냐’고 말한다. 공상이나 상상을 의무적으로 할 때도 있고 동기부여가 될만한 것들을 찾아 끊임없이 싸운다. 이제는 스스로의 그 스트레스를 그냥 받아들이는 편이다.
자신의 그림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그릴 당시에는 만족했던 그림이라도 마음에는 항상 60~70점 정도다. 아직까지 90점 이상은 없었고 50점 이하는 찢어버린다. 더 밀어붙이면 90점이 됐을 텐데 스스로 타협해버렸다는 아쉬움이 늘 남는다. 화가들의 스승이라 불리는 램브란트, 벨라스케스는 궁극의 화가의 전형 같은 존재다. 효율적이면서도 카리스마가 있으며 스킬도 있는 화가. ‘얼마나 치열하고 자기헌신적 자세로 갔을까’를 생각하면 결국 자세를 배워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경지에 다다르는 것이 힘들긴 하지만 가야 할 방향이 아닐까.
관객에 전하고 싶은 말
보통 관객분들은 정의 내리고 정리하고 싶어하는데 그런 의도로 오시면 헷갈릴 수도 있다. ‘비교적 젊은 작가가 자기 가치관을 어떻게 형성해나가고 있는지’ 과정에 집중했을 때의 쾌감을 느끼셨으면 좋겠다. 정체성, 성장통, 바운더리, 네러티브…. 제 작품에 늘 붙는 수식어들이다. ‘왜 우리가 과정까지 봐야 하느냐’는 수용자들에게는 짜증이 날지도 모르겠다.
하던 것에서 더 깊어져야 하는데 하던 것을 변주만 하는 것은 일종의 울궈먹기라 생각한다. 스스로에게 위험하고 보는 이도 위태롭지만 계속 새로운 것에 도전하려 하니 지켜봐 주시길 바란다.
• 전시기간: 11월 21일(토)~2016년 1월 13일(수) 오전 9시~오후 6시
• 장소: 윤아르떼 闵行区宜山路2016号合川大厦3楼F室(허촨루역 1번출구)
• 문의: 130-5227-6662
•
www.yoonarte.com
ⓒ 상하이방(http://www.shanghaiba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