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제조업의 위기가 겨울한파처럼 번지고 있다. 16일 제일재경일보(第一财经日报)는 업계 관계자의 말을 빌어 근로자의 임금을 체불없이 제때에 지급할 수 있는 회사가 약 30%정도에 불과하다고 보도했다.
스타기업의 추락
얼마전 네트워크 솔루션 전문업체인 화웨이(华为)의 1급 대리상인 푸창(福昌)의 폐업에 이어 지난달에는 투영기술(그림자처럼 비치게 하는 기술) 분야에서 스타기업으로 꼽히는 야투(雅图) 기업이 근로자 감원 및 체불된 임금 지급을 요구하는 근로자 시위 등으로 곤욕을 치렀다.
야투의 근로자 감원 소식은 올 9월 '야투가 전체 근로자에 고하는 글'이 인터넷을 통해 공개되면서 외부에 알려지게 됐다. 이 '글'에서 야투는 작년 하반기부터 유동자금 부족으로 인한 생산중단, 근로자 임금 체불 등 상황을 전하며 감원에 나설것을 밝혔다.
야투의 공식 사이트에는 야투가 1998년 설립됐으며 세계에서 DLP, LCD, LCoS 등 3가지 기술의 연구개발 및 제조능력을 동시에 갖춘 유일한 기업이라고 소개가 돼있다. 현재 중국에 4개의 지점과 20여개 사무소 및 700여개 판매상을 보유하고 있다. 직원 수는 1000명에 달하며 이 가운데서 연구개발 직원이 30%에 이른다.
비교적 튼실한 기업이던 야투가 흔들리기 시작한 것은 장기적으로 지속돼 온 사세확장 결과라는 지적이다. 투영기술 분야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을 방법을 모색하던 야투기업이 2005년부터 많은 자금을 M&A에 쏟아붓기 시작했고 2012년에는 영화관 산업에도 발을 들였다.
야투는 업무확장뿐 아니라 생산량 확대로 인한 자금부족 등 이중고에 시달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2014년 6월 동사장이 유럽을 방문해 1억유로의 납품계약서를 체결했고 영국의 한 회사와는 3년동안 5억유로에 달하는 판매의향서를 체결하기도 했다.
중요한 것은 이같은 상황이 비단 야투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 중국 제조기업의 현주소라는 점이다.
가격전 만연
임금체불뿐 아니라 생산기업들은 생존을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가격 인하'라는 위험한 선택을 하게 되는데 이는 스스로를 옭아매는 올가미가 되고 만다. 대부분의 생산기업들은 기술경쟁력에서 밀리는데다 줄어든 일거리 때문에 전전긍긍이다. 최근 수년동안 휴대폰 생산업체들이 제품의 종류를 다양화에서 단일화로 줄이는 추세를 보이고 있어 일거리가 크게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생산기업들은 일거리를 얻기 위해 가뜩이나 저렴한 가격을 더 내리는 방식으로라도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이다.
이같은 저가경쟁이 산업에 끼치는 피해는 막대하다. 한 휴대폰업계 관계자는 "PPI가 4개월 연속 하락하고 있는 것은 다운스트림 분야에서 가격을 낮추고 있고 업스트림 분야에서는 저가경쟁이 치열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치열한 경쟁은 제반 산업에서 만연하고 있다.
폐업한 푸창의 경우도 메이커업체로부터 가격을 50% 넘게 다운할 것을 요구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 전환 진통
현재 중국 제조업은 산업 전환이라는 중요한 시점에 놓여있다. 저가 노동력시대가 저물고 인건비 상승 등 원인으로 부가가치가 낮은 ODM(제조자개발생산)의 생산환경도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자체 브랜드가 없이 주문자의 요구에 맞춰 생산을 해서 납품하는 것만큼 시장수요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할뿐더러 시장변화에 대한 감지능력 또한 뒤떨어질 수밖에 없다. 장차 제조기업들이 직면하게 되는 어려움은 불보듯 뻔하다.
이에 전문가들은 "하방압력을 받을 수록 산업전환에 대해 더욱 적극적이고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며 장기적으로는 자체 브랜드를 개발해 주문자의 제약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윤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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