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경상북도 경주시 소재 경주정보고등학교에 입학한 후 나는 뚜렷한 목표도 없이 1년을 보냈다. 그러던 어느 날 불현듯 나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엄습해 왔다. 그 때 내 눈에 띈 것이 '교육부 글로벌 현장학습 지원사업'이었다.
3개월 동안 외국에서 그 나라 언어도 배우고, 학교에서 배운 전공이론을 실제로 경험해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그 나라에서 취업해 낮에는 학비를 벌고 밤에는 공부하면서 4년 뒤에는 상해의 대학 졸업장까지 딸 수 있다는 것이었다. 거기에다 항공료, 숙식비, 문화체험 등 모든 경비까지 교육부에서 지원해 준다는 설명을 듣고 더 이상 주저할 이유가 없었다. 대수롭지 않게 지나쳤던 '교육부 글로벌 현장학습 지원사업'이 단번에 나를 사로잡아 버린 것이다. 이것은 아무 생각 없이 살아가던 내 인생에 뚜렷한 목표가 되었고, 그 날 이후부터 나의 학교생활은 오로지 글로벌 현장학습에만 집중했다.
'신HSK 5급, 전산회계 1급, 전산회계운용사 3급, 정보처리기능사, 컴퓨터활용능력 2급, ERP회계정보관리사 2급, 상공회의소 한자 3급, ITQ마스터, 무역관리사, 기업회계 3급...' 등 자격증을 취득하면서 상해 정착의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차근차근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무난하게 글로벌 현장학습 파견학생으로 선발되었고, 지난 10월 6일 꿈에 그리던 중국 땅을 밟게 되었다.
중국어 5급 자격증을 가진 나는 나름 중국어에 자신 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현지인과의 대화에서 나의 부족함을 절감했고, 이 실력대로라면 정상적인 급여를 받는 취업처를 구하기란 정말 힘들 것 같았다.
그러나 부푼 꿈을 가지고 먼 이 곳까지 왔는데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었다. 어떻게 하든 취업 해서 경력도 쌓고 학비를 벌어 외국대학 학위도 따고 싶었다. 정말이지 이렇게 좋은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이럴 때일수록 더 씩씩하고 활기차게 생활해야겠다고 다짐하며, 매일 아침 6시30분에 기상하여 점호 후 넓은 테니스장과 축구장을 3바퀴 구보하면서 하루 일과를 시작했다. 오전에는 BCT라는 비즈니스 중국어 자격증 공부를 그리고 오후에는 파견기업에서 인턴실습을 하면서 상해 취업의 꿈을 키워갔다. 매주 주말에는 국비 연수생으로서의 도리를 다하기 위해 매헌 윤봉길의사 의거 현장인 매헌기념관에서 청소도 하고 안내 봉사활동도 하면서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현지생활에 적응하려 노력하였다.
하지만 상해에서 기숙사비와 생활비를 조달할 만큼의 급여를 받을 수 있는 취업처를 구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인솔하신 선생님이 백방으로 뛰어다니며 구하려 애썼지만 그것이 그리 만만치가 않았고, 선생님은 건강이 염려스러울 정도로 지친 기색이 역력해 보였다.
그러던 어느 날, 선생님께서 현지에 계신 우리 교민들의 도움으로 드디어 좋은 취업처가 확보되었다는 말씀을 하셨다. 그 이후부터 우리는 감사하고 행복한 마음으로 좋은 취업처에 계속해서 면접을 볼 수 있었다.
이제 15명의 친구들 중 12명의 친구가 혼자서 자립할 수 있는 취업처가 확보되었으며, 남은 3명의 친구들도 곧 취업 면접이 예정되어 있다.
상해 교민들의 적극적인 지원이 아니었다면 결코 이루어질 수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선생님께서도 이번에 상해 교민들께서 우리들에게 베풀어 주신 큰 은혜를 항상 마음 속에 소중히 간직하였다가 우리의 후손들이 중국에 정착하려 할 때 그 몇 배의 노력으로 되갚아라 하시며 그 고마운 마음 잊지 않기를 신신 당부하셨다.
이제 나에게 중국은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나라, 더불어 나의 꿈을 실현시킬 수 있는 희망의 나라이자 기회의 나라로서, 끊임없이 도전하며 미래를 개척해 나갈 새로운 무대가 되었다.
내년에 이어 그 후년에도 글로벌 현장학습과 같은 좋은 기회가 우리 후배들에게도 계속 주어지길 기도한다. 이 자리까지 올 수 있도록 도와주신 부모님과 학교 선생님들, 그리고 중국에서 튼튼한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애써주신 상해 교민분들께 감사드리며, 모든 분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살아갈 것을 다시 한번 다짐한다.
박정환(경주정보고등학교 2015년 글로벌 현장학습반)
항일운동역사기행_매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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