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너희들 늙어봤어? 난 젊어 봤어"
인생의 선배들에게 귀 기울이지 않는 젊은 세대에게 하는 말이다. 세월이 이렇게 흘러 내가 이 말에 공감을 하게 될 줄이야 그땐 정말 몰랐었다. 상하이로 와서 아이들 커가며 아웅 다웅 섞여 살았는데 어느새 아이들은 훌쩍 커버리고 혼자 있는 시간들이 늘어만 간다. 그때는 밖에서 만나면 주로 아이들 문제로 시간을 보냈다면 요즘은 소소한 인간관계가 주가 되었다.
그러다 보니 관계의 폭이 오히려 좁아지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될 수 있으면 무슨 일이든지 간단하게 하고 싶고 인간관계도 명쾌하게 하고 싶다. 게다가 나이 먹어가는 징조인지 작은 일에도 상처를 받으니 서글프기 조차하다.
"아이들만 상처를 받는다고 생각하니? 엄마도 너희들한테 상처를 받아. 내색을 안 할 뿐이야."
예전에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지금 어디를 가도 적은 나이가 아닌 나. 물론 살아온 만큼 지혜도 생기고 경험도 많아지고 또 마음의 여유와 포용력으로 끌어안아야 하는 세대가 되었지만 때로 무례한 행동을 할 때는 상처를 받을 수 밖에 없다. 권위적인 건 싫지만 워낙 깔끔한 인간관계에 신경을 쓰는 성격이라 그것으로 오는 부담감이 힘들 때가 종종 있다.
‘상하이는 넓지만 교민사회는 좁다’라는 말들을 한다. 남편과 나는 한국에 있다면 친척이나 가까운 지인들이 있어 가족끼리 서로 교류가 많지만 이곳에서는 그럴 기회가 많지 않아 특히 아이들에게 그런 관계의 따뜻한 추억을 주고 싶어 부담 없이 초대하곤 한다. 모든 것을 준비해서 하기도 하지만 때론 조금씩 부담해서 가족이 즐거운 시간을 갖기도 하는데 그것이 그리 쉬운 것 은 아닌듯하다. 의식하고 부담을 안주고 나누었다고 생각하는데 조그마한 것도 계산이 앞서는 가까울수록 무례해 지는 그래서 그 사람이 낯설어지면 난 힘들고 상처를 받는다.
자기는 어려서 그렇다고 하는데 그것이 이유가 될 수는 없다. 차라리 자선을 했다면 도와주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지만 우리가 함께 삶을 나누는 것이라면 좀더 솔직하고 가식이 없어야 할 것 같다. 남편은 나보고 금 긋고 살지 말란다. 그런데 난 금을 그어야 편하다. 게다가 이미 실망한 사람에게 금을 긋지 않고 가식으로 대하는 것이 더 힘들기만 하다.
오늘도 누군가를 만난다. 스쳐 지나가는 사람도 있고 도움을 청할 수도 도움을 줄 수도 있다. 때론 잠깐 카페에서 수다를 떠는 것도 큰 위로가 될 때가 있다. 우리는 남녀노소 관계없이 상처받을 수 있고 사랑 받고 싶고 또 사랑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어떤 순간조차도 거짓이 없이 솔직하고 싶다. 그래야 그 다음 과정이 이어지니까.
칭푸아줌마(pbdmo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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