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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 논술, 우습게 보고 편하게 접근하기(上)

[2016-02-22, 15:02:22]

[겨울방학 논술특강③]

중학생 글쓰기


해외에서 자녀교육을 하면서 가장 신경 쓰이는 부분은 다름 아닌 한국어, 그 중에서도 글쓰기다. 입시, 취업에 있어 그 중요성은 날로 커지는데 집에서 가르치자니 막막하기만 하다. 이에 2015년 재외동포문학상 특별상 수상에 빛나는 포동주말학교 논술 교사진이 겨울방학을 맞아 학부모의 고민을 덜기 위해 나섰다. 오랜 교사 경험을 토대로 들려주는 생생한 조언에 귀 기울여 보자.

 

 

중학 논술, 우습게 보고 편하게 접근하기(上)


한국에서 20년 가까이 국어교사를 했고, 상해에서 주말학교를 운영하며 10년 넘게 중학교 아이들의 국어와 논술 수업을 하며 글쓰기 지도를 했다. 상해 학생들은 한국과 상황이 다르다 보니 체계적인 글쓰기를 배울 기회가 적고, 반대로 글로 써야 할 과제들은 많다. 국제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은 수학이나 과학에서도 에세이 과제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또 한국대학이든 외국대학이든 대학을 가려면 써야 하는 ‘자기소개서’나 ‘에세이’ 역시 아무리 학원에서 대행을 한다 해도 학생 자신의 목소리가 느껴지는 글이 아니면 읽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

 

나는 언제부턴가 한 학기 논술 수업이 끝나면 모든 학생들의 글 몇 편씩을 뽑아서 문집을 만들어 학생들에게 나누어 준다. 왜냐하면 ‘나 혼자 보기가 아까워서’이다. 그렇게 못쓴다고 자신 없어 하는 학생들이지만 생각이 막히면 길을 열어 쓸거리를 스스로 찾아내게 하고, 실타래 풀듯이 엉킨 것을 조금만 풀어주면 매우 훌륭한 글을 써 내기 때문이다. 문집을 보신 학부모들은 ‘이 글이 우리애가 쓴 것이 맞느냐?’ 물으신다. 교사가 아무리 관심 있게 지도를 한다 해도 그 여러 명의 매주 쓰는 글을 어찌 대필할 수 있겠는가!  

 

교사가 잘 썼다고 칭찬하고, 서로의 글을 돌려보며 인정을 하면서도 정작 본인들이 잘하는 것인가를 의심하고 자신 없어 하기도 했다. 4년 전쯤, 상해에서 글쓰기 대회가 있어 우리 논술반 아이들을 데리고 참가한 적이 있었다. 거짓말처럼 중등부 상을 몇 명 안 되는 우리 포동주말학교 아이들이 휩쓸어 왔다. 그리고 작년에는 재외동포재단에서 주최하는 문학상에 도전하여 1900여 한글학교 중 본선 진출 작품, 수상작품이 가장 많다는‘한글학교 특별상’단체상을 받았다.

 

글은 자신감이다. 상이란 것은 학생들도 교사도 우리의 길이 맞다는 자신감을 갖게 한다. 수학처럼 공식은 없어도 글쓰기도 단계가 있다. 그 과정만 꿰고 있으면 어떤 제목이나 주제가 주어져도 거기에 자신의 생각을 넣고 다듬으면 된다.

 

베스트셀러를 꿈꾸는 창작물을 쓴다는 것은 어느 정도 타고난 소질과 창의력이 바탕에 깔려야 한다. 하지만 중학생 정도의 글쓰기는 생각하는 방법과 쓰기 단계를 익히면 최소한 자기 생각을 어렵지 않게 쓰고, 더 나아가 글 잘 쓴다는 칭찬까지 들을 수 있다. 이 정도의 글쓰기는 배우고 가르치면 그리 어렵지 않다는 것이 내 경험이 준 믿음이다.

 

포동주말학교에서 중등 논술 시간에 직접 가르쳤던 네 가지 분야의 중학생 논술수업을 중심으로 집에서도 학부모가 같이 해줄 수 있는 방법을 병행해서 정리하고, 중학생이 읽을 만한 권장 도서를 추천해 보려고 한다.

 

중학논술 수업의 다양한 종류

 

1. 독서 논술
‘사람이 만든 책보다 책이 만든 사람이 더 많다.’는 말이 있다. 책읽기는 글쓰기의 필수 조건이다. 독서를 통해서 지식을 얻고, 생각을 넓히고, 더 나아가서는 인성까지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책을 많이 읽으라는 말처럼 원론적이고 추상적인 말이 있을까? 우리 아이가 책을 좋아해서 아무거나 닥치는 대로 다독(多讀)하는 경우라면 걱정이 없지만 책보다는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주로 들여다보는 요즈음에 이런 아이는 아주 드물다. 게다가 일 년이면 몇 백 권씩 쏟아져 나오는 신간들 사이에서 어떤 책을 골라 읽으라는 말인가? 그렇다면 일반적인 학생들에게 꼭 읽어야 할 것들을 추려서 최소한 이거라도 읽으라고 구체적으로 정해주는 것이 직접적인 도움이 될 것이다.


 짧은 시간에 영양가 있기는 고전이 제일이다. 여기서 말하는 고전이란 춘향전, 심청전 같은 고전소설이 아니라 ‘오랫동안 많은 사람에게 널리 읽히고 모범이 될 만한 문학작품’의 뜻으로 고전이다. 현재 우리 학교에서는 중등 논술 시간에 짧으면서도 꼭 거쳐야 하는 고전을 이런 책으로 읽히고 있다. 
 


1)세계단편소설: 한국어 번역본이 워낙 쉽게 잘 나와 있어서 이해가 쉬울 뿐만 아니라 오헨리, 알퐁스도데, 세익스피어 등 국제학교나 중국학교에서 문학시간에 다룰 것들을 미리 읽고 다양한 방법으로 이해까지를 한다는 의외의 장점이 있다. 오히려 한국단편들보다 내용파악도 토론도 간단해서 한국단편보다 세계단편을 먼저 시작한다.

 

 


2)한국단편소설: 중학생이 꼭 읽어야 할~, 혹은 고교생이 꼭 읽어야 할~ 이런 제목으로 3권, 5권의 전집이 있어 이것들을 다 읽으면 좋겠지만 그것이 녹록지 않다면 1권에 30편 정도 대표 단편이 수록된 책도 많다. 그 한 권만이라도 정독한다면 최대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한국단편 수업을 한다면 보통 시대순으로 1910~20년대 이광수의 ‘가실’이나 김동인의‘감자’가 처음 다뤄지기 십상인데 그렇게 시대와 맞지 않는 요즘 학생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보다는 조금 근대 쪽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 ‘수난이대’나 ‘흰종이수염’같은 하근찬 작품이나 ‘자전거도둑’박완서 작품 쪽의 소설을 읽기를 권한다. 오래 전 것이라도 김유정의 ‘동백꽃’같은 청소년이 공감할 수 있는 주제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이런 작품들은 최근 개정 교과서에도 자주 실리는 것으로 시대적 배경을 통해 역사를 이해할 수 있어 이왕이면 실속과 재미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독서가 될 것이다. 초등학교 과정에서는 독서 후에 독후감이라는 것을 쓰면서 글쓰기 교육을 한다. 내용 쓰고 후반에 자신의 생각을 쓰는 아주 일반적인 것에서 조금 발전한 단계가 주인공에게 편지 쓰기, 일기 형식으로 쓰기 등의 형식적인 방법을 바꿔보는 것이다.  


중학생이라면 위의 소설을 읽고 내용 파악과 등장인물들의 성격을 파악한 후에 좀 더 다양한 글쓰기를 시도해본다. 몇 가지만 소개하자면,  


 * 시로 바꿔 써 보기: 소설의 이해를 넘어서 운문과 산문의 차이를 알게 되고, 운(韻)을 놓는 위치를 알게 되는 것은 영어나 중국어로 시를 쓸 때도 똑같이 적용되는 방법임을 알게 된다.


 * 뒷이야기 상상하여 쓰기: 단편은 말 그대로 짧은 이야기이다. 그 후의 뒷내용을 본인이 창작해서 써보게 하는 것이다. 누가 알겠는가? 이 아이 중에 미래의 유명한 작가가 나오게 될 지. 글을 다 쓴 후에는 친구들 것을 돌려보게 되는데 같은 소설의 결말로 이렇게 다른 소설이 되는 것을 본인들도 재미있고 신기해한다. 이 방법은 실제 수행평가를 중시하는 한국의 교과서에서도 시행되는 방법이다.


 * 논리적으로 주장하는 글쓰기: 작품의 내용을 이해만 하는 것이 아니라 문학에서 논제를 찾아 잘잘못을 따져서 자신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써보는 논술의 시작이다. ‘<사랑손님과 어머니>에서 엄마와 아저씨의 선택은 옳았는가?’를 놓고 토론을 시키며 주장에 대한 근거를 정리해서 쓰게 하는 방법이다.

 

 



 민명홍 

 

 * 서울시 중등 국어교사
 * EBS-TV 중학국어 강의
 * 독서논술 국어과 연구교사
 * 국어자습서(한샘출판사), EBS 교재 집필
 * 현) 상해포동 한국주말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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