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면서 모든 일들이 계획대로만은 되지 않는다는 것은 잘 알지만 이번 한국방문은 전혀 계획에 없이 갑작스럽게 이뤄졌다. 큰아들은 진작에 방학 중 다녀오기로 했으니 티켓을 예매 했지만 난 날짜를 받아보니 설 다음날, 본의 아니게 시댁 어른들과 동서에게 미안한 생각이 앞섰다. 하지만 이번 한국방문은 작년 아버지 마저 떠나시고 이제 친정이 없어진 첫번째 방문이라서 인지 마음이 허전하고 생각이 복잡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런 내 모습을 느꼈는지 아들은 "엄마 제가 있잖아요"하며 나를 다독였다.
인천에 도착하니 미리 나간 아들이 여자친구와 함께 나를 마중 와 활짝 웃으며 나를 반겼다. 가방을 받아 들고 내 손을 꼭 잡아주는 아들의 어깨가 유난히 넓고 따뜻해 보였다. 많은 교민들이 그렇듯이 나도 역시 병원투어를 시작했다. 요즘 부쩍 갱년기라 그런지 몸도 맘도 알 수 없이 자꾸 아프니 모든 것이 위축되는 기분이다. 다음 날부터 아들은 시간을 내어 친구와 같이 연극표를 준비해 함께 공연도 보고 맛난 것도 먹고 병원진료도 같이 다니며 엄마를 살피는 모습이 고마웠다.
'그래, 결혼하면 며느리의 남자가 될 테니 지금 많이 받지 뭐' 혼자 이런 유치한 생각을 하며 그냥 그 순간들을 행복해 하며 웃었다. 증상은 있는데 여러 가지 검사결과는 다행히 큰 이상은 없었다. 그저 마음을 편안히 가지고 모든 것을 대하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하라는 의사 선생님 말에 착하게 살라는 남편의 말이 떠올라 피식 웃음이 나왔다.
주말, 군에 간 작은 아들 면회가려고 준비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휴가를 나왔다. 나도 아들도 우리모두 생각지도 못한 이 만남과 시간들이 너무나 나를 들뜨게 했고 모처럼 작은 집 식구들과 어른들 모시고 함께 식사를 하며 오랜만에 시끌벅적한 분위기에 시부모님도 환한 웃음을 지으시며 좋아하셨다. 걷는 것을 좋아하는 작은 아들과 명동거리와 청계천 산책로를 종일 걸으며 그 동안의 이야기를 하고 쇼핑도 하고 엉뚱한 실수를 하는 나를 웃으며 기다려 주는 장성한 아들을 보며 지난 날 아이들 어릴 때 조그만 것도 참지 못했던 기억이 떠올라 미안하기도 고맙기도 했다. 상하이에 있는 남편에게 살짝 미안하기도 했지만 우리는 이렇게 즐거웠다. 돌아오기 마지막 날은 두 아들과 심야영화를 보고 함께 젊은이들이 북적이는 홍대거리를 걷기도 하고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옛추억에 젖기도 했다.
시간이 흘러 바라본 아들들은 많이 성장해 있었다. 청소년 시절 적지 않게 맘 쓰이게 했지만 어느새 자라 시키지 않아도 할머니 모시고 병원에 다녀오고 할아버지와 목욕탕에도 가서 할아버지 등도 밀어드리고 또 갱년기 여러가지 복잡한 엄마에게도 시간을 내어 살피는 그런 든든한 모습을 보며 지나간 시간 모든 순간들이 다 소중한 추억이란 생각이 들었다. 생각지도 않은 이번 한국 방문 난 두 아들과 꿈같은 일주일을 보냈다.
돌아오는 내게 어머님께서 말씀하신다.
"너 이번에 호강하고 간다, 니 아들들이랑."
"네 맞아요. 어머니, 저 이번에 호강하고 가요."
칭푸아줌마(pbdmo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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