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조5000억…미국 추월
국채 대거 매각하면 국내 금리 상승압력
중국이 미국을 따돌리고 사상 처음으로 한국 국채를 가장 많이 보유한 국가가 됐다. 위안화 불안 등 중국 금융시장이 흔들리면 한국 금융시장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는 관측이다.
1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기준 중국이 보유한 한국 국채와 통안채 등 상장 채권은 17조5090억원 규모로 외국인 가운데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중국의 보유 규모는 2013년 말 12조5090억원에서 2014년 말 14조7090억원, 지난해 말 17조4280억원으로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 국채에 투자한 전체 외국인 가운데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2014년 말 14.6%에서 올 2월 말 18.1%로 늘어났다.
중국이 한국 국채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른 것은 중국이 매수량을 늘린 요인도 있지만 미국이 올 들어 채권을 공격적으로 팔고 있어서다. 지난 1월 말 기준 한국 국채 18조원어치를 보유하던 미국은 2월 한 달간 3조6580억원어치를 내다 팔았다. 프랭클린템플턴 등 대규모 운용사들이 매각을 주도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말 기준 미국이 보유한 한국 상장채권은 14조3900억원, 비중은 14.9%로 크게 감소했다.
중국, 금융시장 불안 땐 자금 빼갈 수도
금융감독원이 1990년 초 외국인 투자동향을 집계하기 시작한 이후 미국이 최대 채권보유국 자리를 내놓은 것은 처음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한국 경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이 더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이 자국 사정으로 보유하고 있던 한국 국채를 대거 매각할 경우 국채가격이 급락, 국내 금리는 상승압력을 받게 된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투자 비중이 높은 주식시장과 달리 국내 채권시장은 중국을 비롯해 태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카자흐스탄 등 신흥국 비중이 절반에 달한다. 신흥국의 금융시장 상황에 따라 국내 금리가 출렁일 수 있는 구조다.
박종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수출 부진 등으로 중국의 외환보유액이 지금보다 더 줄어들 경우 한국 채권에 투자한 자금을 회수할 가능성이 있다”며 “갑작스러운 중국발(發) 외자 이탈에 직면하지 않으려면 중국 금융시장을 면밀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대로 중국이 한국 국채 투자를 공격적으로 늘리면 한국 기업들이 수출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중국이 한국 국채를 사들이면 위안화 대비 원화 가치가 높아져 수출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지난 1월 말 기준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3조2000억달러에 달한다. 그만큼 한국 국채에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이 크다는 의미다.
미국은 지난달 국내 주식시장에서도 2000억원어치를 순매도해 외국인 가운데 가장 많은 주식을 매도했다. 국내 주식을 가장 많이 보유한 국가는 미국(161조7060억원)이며 영국(33조2950억원) 싱가포르(24조6800억원) 룩셈부르크(24조970억원) 아일랜드(14조3880억원)가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중국의 국내 주식보유 규모는 8조4020억원으로 11위에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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