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12년전 이맘때 우리 가족은 상하이로 왔다. 그 때만해도 도시 특유의 냄새는 찾아 볼 수 없었고 우리가 사는 칭푸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 어디를 가도 머리는 까치집 같고 옷은 세탁이나 했을까 할 정도로 지저분한 모습들을 보면서 '중국은 거지가 너무 많구나'하는 것이 내 지배적인 생각이었다.
하지만 후에 그들도 노동자들과 각종 직업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이었고 또 내가 먼저 그들의 눈과 표정들을 볼 수 있는 성숙함이 있었더라면 그런 어처구니 없는 생각으로 인해 지금껏 부끄러운 마음을 갖지 않아도 될 것을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중국에 왔으니 중국어는 기본이지' 하면서 대학 랭귀지에 들어가 열심히 했다. 그렇지만 해가 갈수록 시들해지고 동기부여가 없으니 열정도 시들해지고 그렇게 몇 해가 흘렀다. 중국인들과 교류가 없으니 자연히 그저 시장이나 쇼핑할 정도에서 머물렀고 생활에 지장이 없으니 불편한 것도 못 느꼈다.
7-8년쯤 지나서부터인가 새해가 되면 한 해 계획에 올 해는 꼭 중국친구를 만들자는 것이 한가지 목표였다. 그렇지만 그 목표는 매년 이루지 못한 꿈으로 흘러 갔다. '상하이 사람들은 너무 까칠해' 이런 이유를 둘러댔지만 실은 내 성격 탓인 걸 내가 더 잘 안다.
아쉬운 사람이 다가 가야 하는걸 먼저 다가오길 기다리는 그런 바보같은 생각이 어디 있을까. 그렇지만 난 중국친구를 사귀고 싶다는 생각을 버릴 수가 없었다. 그것은 중국어를 잘하기 위해서도 아니고 이곳에서 일을 하기 위해서도 아니다. 언제부터인지 중국사람들의 생활의 여유로움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궁금해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올 해초 지인에게서 중국인 대상 한국어 강사 봉사 해보겠느냐는 제안을 받았다. 물론 한 번도 경험은 없지만 그들을 만난다는 마음에 수락을 했다. 첫번째 수업을 하는 날 설레는 마음으로 5명의 학생들과 만났다. 서로 반갑게 인사하면서 예상대로 모두들 쾌활했고 자기 소개를 할 때는 어떤 가식도 없이 만남 자체와 목적 외엔 우리네처럼 상대방에 대한 궁금함이나 허식이 없었다.
웨이신 친구가 되고 모멘트를 통해 비춰지는 그들의 삶은 정말 가정에서도 개인의 삶에서도 남을 의식하거나 비교해서 위축되지 않고 자기의 삶을 충분히 즐기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이 것이 바로 행복한 삶의 질 이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다른 사람의 눈을 의식하거나 주어진 것에 만족해하지 못한다면 항상 목마른 삶을 살아야 한다. 예전에 난 그들을 체면도 없고 부끄러움도 모른다고 생각한 때가 있었다. 하지만 이제 내 생각은 바뀌었다. 함께 웃고 사랑하고 나누는 데에는 어떤 조건도 필요하지 않다고, '아직은 아니야, 이런 형편에서?'가 아니라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들과 행복을 나누어야 한다고.
아무튼 몇 년을 기대하던 중국에서 친구 만들기는 나에게 이렇게 우연히 찾아 왔다. 새로운 만남들이 누구나 그렇겠지만 두려움 반 설렘 반으로 시작된다. 하지만 나도 중국친구들처럼 만남 이 순간을 즐기려 한다. 함께라서 즐거운 중국생활이라 얼마나 좋은가.
칭푸아줌마(pbdmo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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