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국에 살면서 반드시 익숙해져야 할 것이 몇 가지 있다. 그 몇 가지 중엔 ‘이별'이 포함될 것이다. 상하이에 살면서 시댁식구들과 친정식구들 그리고 친한 친구들과 무수히 만났다가 또 무수히 헤어졌다. 1년에 두번 있는 방학도 어쩌다 보면 못 가기 일수고, 방학 내내 한국에 가서 머물다 온들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만났다 싶으면 금새 또 상하이로 돌아올 시간이 빠듯해 진다.
상하이생활 10년차가 되니 이젠 한국에 있는 가족들보다 이 곳 상하이에서 친하게 지내던 가족이 한국으로 발령을 받아 돌아가게 된 경우가 더 속상하고 슬퍼진다. 언제 가도 가야 하는 한국이지만, 내년이면 발령 나서 가게 된다는 것도 아는 사실이지만, 막상 짐을 보내고 마지막 식사를 할 때까지는 실감이 나지 않는다. 아침비행기라 새벽에 집을 나선다는 얘기를 듣고 새벽같이 그 집 앞으로가 인사를 나누면 그때서야 참았던 눈물이 쏟아져 내린다.
워낙 눈물이 많아 웃어도 눈물이 나는지라, 나에게 있어 제일 어려운 것이 눈물을 참는 것이다. 애국가만 들어도 울컥하니 원… 이제 내 나이 마흔하나, 애국가 들으며 눈물 흘릴 나이는 아닌 것 같은데, 참 안된다.
매년 한 두 가족과 이렇게 이별을 해대니 이젠 익숙해질 법도 한데, 이별은 정말 익숙해지지 않는다. 그러다 드디어 나도 눈물을 흘리지 않는 방법을 알아냈다.
‘한국 가서 만나면 되지’
항상 당장 헤어지는 아쉬움만 생각했는데, 한국 가서 만날 약속을 하니 눈물,콧물을 빼지 않고도 웃으며 보내줄 수 있게 되었다.
방학이 되면 KTX를 타고 경상도로 충청도로 제주도로 만나러 가는 재미까지 쏠쏠했다. 하지만 사람은 간사한 동물이 아니던가?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고, 한국 갈 때 마다 만날 것 같았던 그 약속은 눈앞에 놓인 생활에 밀려 점점 기억 저 너머로 사라지고 만다. 카카오톡으로 주고 받던 소식도 위쳇으로 갈아타면서 모두 끊기고, 그저 기억언저리에서 추억이란 이름으로 가끔, 아주 가끔 생각이 난다. 그래서인지 이젠 너무 친하게 지내지 않도록 조심하고 있는 나를 느끼곤 한다.
하지만 사람 일이 어디 마음처럼 조심한다고 그리 되던가? 이별의 슬픔에 잠기는 것도 잠시, 또 마음이 맞는 엄마들을 만나면 금새 마음을 주고 만다. 그러다 정말 마음이 잘 맞으면 간도 빼주고, 쓸개도 빼주고, 진심으로 도와주고, 도움도 받고 하는 일이 생긴다. 물론 어쩌다 뒷통수 맞는 경우도 있지만, 인복은 타고났는지 내 주변엔 한국사람이건 중국사람이건 좋은 사람들이 참 많다.
무슨 일이든 혼자서 해결하는 게 익숙했는데,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일이 해결될 때는 정말 감사함을 몇배로 느낀다. 그리고 진심으로 도와주는 이들이 있어 하루하루 감사하지 않을 수가 없다.
한치 앞도 모르는 게 사람 일이라고 하지 않는가? 말 한마디에 은혜를 입어 몇 배로 갚아주는 사람들을 보면 정말 스치는 인연하나 허투루 할 수 없다.
내가 중국생활을 잘 하고 있었던 건 그저 중국어를 잘해서가 아니라 이렇게 항상 나를 믿어주고, 기쁠 땐 나보다 더 기뻐하고, 슬플 땐 항상 힘이 되어주는 이들이 있어, 이 곳에서의 생활이 더 없이 즐겁고 행복한 것이었음을 다시 한번 느낀다.
이 소중한 인연들 앞으로도 소중히 간직하며 살으리라.
반장엄마(erinj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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