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아파트와 토지 등 부동산 계약을 둘러싼 법적 분쟁이 부동산 경기가 가라앉기 시작한 재작년 이후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17일(현지시간)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
WSJ)은 지난해 중국내 부동산 계약 관련 민사 소송이 한해 전에 비해 36% 증가했다고 밝혔다.
관련 소송은 지난 2014년의 경우 5.5% 증가하는 데 그쳤으나, 지방 도시를 중심으로 아파트 매물이 급증하던 지난해 가파르게 늘었다.
WSJ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소송은 17만2372건에 달했으며 이 중 '상당 부분(
lion's
share)'은 건설업체들이 분양한 주택을 둘러싼 갈등에 따른 것이었다.
중국에서 그동안 기업과 개인, 기업과 지방정부간 분쟁은 꾸준히 증가해 왔지만, 이러한 분쟁이 소송으로 비화되는 일은 드물었다. 중국 정부가 중재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합의를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민사 소송이 급증한 것은 부동산 가격이 지난 2년간 가파르게 하락하며 갈등의 골이 깊어진 영향이 컸다.
아파트 소유자들은 집값이 떨어지자 허위 광고를 한 부동산 업자들을 상대로 보상을 요구하고 있고, 부동산 업자들은 지방 정부를 상대로 개발부지 땅값을 되돌려달라며 줄소송에 나섰다.
중국 저장(浙江)성 닝보현의 서부에 위치한 소도시 위야오(餘姚)에서는 아파트 소유자 9명이 지난해 부동산 개발회사인 폴리 프로퍼티(
Poly Property)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소송에서 이 회사가 아파트 계약 당시 약속한 쇼핑몰, 극장, 학교, 오락시설을 짓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 회사는 이들을 상대로 한명당 5만 위안(약 900만원)을 현금으로 지급하고, 주차장을 지어주겠다는 제안을 했지만, 원고들이 이 제안을 거부하자 양자간 갈등이 소송전으로 확산됐다.
원고 중의 한명인 젱 지신은 “부동산 개발업체와 수차례 대화를 나눴지만, 합리적인 보상방안을 제안받지 못했다”며 “소송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부동산 개발업체인 닝보 푸다(
Ningbo Fuda)도 저장성 닝하이현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 회사는 지난 2011년 지불한 개발부지비용 12억 위안(약 2166억원)을 되돌려달라고 요구했다.
중국 선전에 있는 로펌 킹앤우드 멜리슨(
King &
Wood Mallesons)에서 파트너로 근무하는 자오 시안롱은 “법적 분쟁이 급증한 것은 경제 현실을 반영한다”며 "분쟁은 대부분 소송을 통해 해결되고 있다"고 말했다.
기사 저작권 ⓒ 뉴시스 박영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