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이야기]
사진 속의 추억
어느 날 저녁 아들이 책꽂이 한 구석 에서 앨범 한 권을 뽑아 들고 나에게 왔다. 아이들 어렸을 적 찍은 사진들 이었는데 나도 저런 시절이 있었구나 하는 새삼스런 생각이 들었다. 한참을 재미있게 그때를 이야기하며 그 시절을 떠올리기도 했는데 아들은 앨범을 덮으며 "내가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랐네요" 한다. 그 순간 아들의 얼굴에서 기억엔 없지만 남겨진 사진으로 충분히 사랑을 느낄 수 있다는 따뜻한 미소가 나를 행복하게 했다.
며칠 후 ‘딩동’하는 폰 울림에 열어보니 아들이 보내온 몇 장의 사진이 나를 웃게 했다. 남편과 연애할 때, 신혼여행에서, 그리고 아이들 어릴 때 가족사진 기억도 까마득한데 그 이후에도 아들은 앨범을 계속 본 모양이다. 이렇게 아들이 보내온 몇 장의 사진덕분에 며칠 우리는 추억에 젖어 즐거웠고 세월로 변해버린 모습 또한 야릇한 기쁨을 주었다.
유난히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는 남편은 앨범 속에 많은 추억들을 담았고 그것이 가끔 짐이라 생각되곤 했는데 남편의 수고가 이렇게 빛을 발하고 있었다. 그리곤 곧 디지털 시대가 오고 그 후로는 CD에 저장하게 되니 더 이상 앨범이 필요치 않게 됐다. 중국에서 십여 년 우리의 모든 추억은 남편의 CD에 담겨있다.
아들의 앨범투어(?)를 계기로 우리는 2004년도로 거슬러가 시간여행을 시작했다. 정말 많은 사람들과 인연을 가졌고 많은 곳을 여행하고 경험하고 배우고 모든 부분에서 지금보다 훨씬 저렴했던 시절 많은 것을 누렸구나 생각하니 지난 시간 참 열심히 살았다고 서로를 격려 하기도 했다.
그 중에 인상 깊은 사진 한 장은 주일 아침마다 선생님을 모셔서 태극권을 하는 사진이었는데 사진 속 진지한 모습의 중학생 아들은 이제 전역한 청년이 되었고 옆에서 흉내내며 쫄쫄 따라다니던 꼬맹이 연우는 곧 중학생이 되니 세월 속에 아이들 커가는 것이 제일 눈에 띄게 변화된 모습인듯하다.
가끔 나는 생각한다.
나의 40대는 아이들과도 배우자와도 많이 힘들었다고, 그리고 늘 지쳐있었다고, 일기장 속에 나는 슬픔에 가득하고 그래서 돌아가고프긴 커녕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고.... 하지만 지금 난 지난날 사진을 들여다보며 그때 그 시절이 그다지 암울하지만은 않았음을 깨달았다. 가족이 웃고 있고 따뜻한 이웃이 있고 어린아이의 맑은 눈이 나를 바라보고 있는 추억의 사진들을 보며 나의 욕심과 움켜잡은 것들을 내려놓지 못해 스스로 힘들었고 행복도 불행도 이 모든 것은 나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알지 못했음을 알았다.
오늘도 남편은 셔터를 누른다. 이제는 디지털 카메라도 아닌 휴대폰 카메라로 우리의 추억은 차곡 차곡 쌓여간다. 더 훗날 이 사진들을 보며 또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추억에 잠기겠지? 그리고 난 그 순간 더 깊은 감사기도를 할 것이다.
칭푸아줌마(pbdmo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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