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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이야기] 상하이 자전거 단속 적응기

[2016-06-24, 17:47:04] 상하이저널

20년전 베이징유학시절 때 도로가 아닌 인도에서 자전거를 탔다가 경찰한테 따귀를 맞고 들어오는 동양학생들이 꽤 있었다. 검은 머리에 똑같은 피부색을 가진 아시아권 학생들은 어딜가도 외모로는 외국인티가 안났다. 우리 눈엔 중국사람 일본사람 구분이 갔지만, 그 당시만 해도 외국인이 많지 않았던 터라 한국어를 해도 어느 지방 사투리하는 중국인으로만 여겼다.


지금도 경찰이 지키고 서있으면 잘못한 것도 없이 조마조마한데, 그 당시 경찰은 정말 막가파에 가까웠다고 할 수 있다. 보행자 인도에서는 자전거를 타서는 안되는 걸 금방 온 유학생들이 알리 만무했다. 학교앞 인도에서 자전거를 타고 가는데 경찰이 내리라고 하더니 바로 따귀를 때리며 뭐라고 뭐라고 했단다. 경찰은 뒤늦게 외국인 인걸 알고 당황한 채 사라졌다고 한다.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상하이도 몇 달전부터 비동력차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을 시작했다. 평소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나는 단속하는걸 보면서 정말 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을 안 할 수가 없었다. 하루는 옌안시루(延安西路)를 타고 가는데 경찰이 인도로 올라가라는 신호를 한다. 일단 경찰이 지휘하는 대로 인도위로 올라와 달렸다.


‘자전거 타고 인도로 가도 되나?’


그 후로 며칠 뒤, 도로에 서서 단속을 하던 경찰들이 인도로 올라와 인도에서 달리는 전동차와 자전거를 단속하기 시작했다. 나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인도로 올라가라고 해서 올라왔는데 왜 잡냐고 예의바르게 항의를 했다. 옌안시루는 인도로 다녀야 하기 때문에 전구간 내려서 밀고가야 한단다. 즉, 비동력차 차선이 없으므로 전동차건 자전거건 탈 수 없다는 얘기다. 그럼 어디로 다니라고요? 경찰답변은 간단했다.

 
“다른 길!”


중국생활을 오래 해 본 사람들은 경찰한테 걸렸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나름대로의 노하우가 하나씩은 있을 것이다. 아마도 어눌한 언어구사가 대부분일 것이다. 그럼 웬만한 건 외국인이라고 봐주곤 했으니까. 그런데 요즘은 외국인이 많아져서 그런지 안통한다. 말이 안통할 것 같으면 아예 경찰이 먼저 끊어버린다.


“쑤안러바(算了吧)! 20위안”


손가락 두 개를 펴며 20위안을 내란다. 그래서 난 작전을 바꿨다. 처음부터 중국어로 ‘내가 외국인이라 이 길을 잘 몰랐다. 알았으면 이렇게 안갔을 것이다. 어떻게 가야 되는지 알려주면 그대로 가겠다.’ 그럼 대부분의 경찰들은 물어본다.


“외국인이야? 한국사람? 중국어 어디서 배웠어? 잘하는데~”


대화가 이렇게 이어지면 일단은 안심이다. 이게 요 며칠 단속에 걸리면서 사용한 나의 대처법이다. 그나마 자전거는 봐주는데 전동차는 피도 눈물도 없이 벌금을 물린다. 그런 광경을 볼 때마다 나는 경찰이 어거지를 쓰는 것 같아 내심 작은 분노가 일었다. 이 분노는 나만 느끼는 것이 아니었나 보다. 우리 동네 외국인들도 단속하는 경찰에게 야유를 보내며 지나가는 것을 몇 번이나 목격했다.


비전동차에 대한 단속이 석달째 이어지고 있는 지금, 내 눈에 갑자기 안보이던 표지판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자전거는 인도로 올라가라는 표지판은 물론이고, 밀고 가라는 표지판까지…. 저런 표지판이 언제 저기 있었지? 낡은걸 보니 요며칠새 세워놓은 것도 아닌 것 같다. 경찰은 저 표지판대로, 법대로 단속을 한 것이었었는데 나는 왜 경찰이 어거지를 쓴다고 생각했을까?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는 건 당연한데, 내 무의식 속에 중국경찰에 대한 불신과 편견이 있었던 모양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나는 또 하나의 편견을 깼다. 나같이 무지했던 외국인도 비전동차 도로법규를 확실히 알게 했으니 이번 단속의 효과는 톡톡히 본 셈이다. 무시해도 되는 법은 세상에 없다. 나는 잊고 있었던 이 간단하고 당연한 진리를 다시금 깨닫고 있다.
 
반장엄마(erinj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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