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남녀 만 65세로 법정 정년퇴직 연령을 연장하는 방안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중국은 '부유해지기 전에 먼저 늙는다(未富先老)'는 말이 공공연할 만큼 초고속 고령화를 겪고 있는 데다 이로 인한 노동 인구 감소와 연금(양로금) 고갈 문제가 점점 심각해지는 상황이다.
중국 관영 매체 신경보(新京報)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중국 인력자원 ·사회보장부는 이르면 올해 연말, 늦어도 내년 초 법정 정년퇴직 연령 연장에 관한 새로운 규정을 발표할 예정이다. 1953년 노동보험조례 규정 이후 60여년 만에 처음으로 개정을 시도하는 것이다.
판젠핑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산하 국가신식중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베이징에서 열린 한 포럼에서 만나 "5년 정도 유예 기간을 두고 점진적으로 실시하면 2030년께에는 남녀 모두 만 65세로 정년퇴직 연령이 늦춰지고 만 65세 이상이 돼야 양로금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정부가 정년퇴직 연령 상향을 공식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1년부터다. 당시는 중국의 노동인구(16~59세)가 총 인구 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4.5%로 최정점을 찍었을 때다. 지난해 말 현재 이 비중은 66.3%로 뚝 떨어졌다. 한 해에만 487만명의 노동 인구가 줄었고 올해는 500만명 이상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판 이코노미스트는 "규정을 유지할 경우 2020~2030년 사이 중국의 노동 인구는 연평균 700~800만명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중국의 현행법상 정년퇴직 연령은 남성 만 60세, 여성 만 50세(여성 간부직 만 55세)로 성별 차등을 두고 있다. 많은 국가 평균이 만 65세 안팎인 것을 고려하면 중국의 정년퇴직은 빠른 편이다. 신중국 건설 당시 기대 수명은 50세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70세 이상으로 연장돼 정년 제도 변화의 목소리가 커지는 것은 사실이다. 지난해 말 기준 중국의 60세 이상 인구는 약 2억2000만명으로 전체의 16%를 넘어섰다.
진웨이강 중국 인력자원 ·사회보장부 연구소장은 "1970년대 이후 전 세계 70여개 국가에서 방식의 차이는 있지만 정년퇴직 연령을 점진적으로 늦춰 왔다"며 "많은 나라에서 검증한 제도"라고 말했다. 이어 "국가가 '연장'이라고 표현하는 자체가 잘못됐다"며 "과학적 근거가 부족해 보일 뿐 아니라 비정상적인 현상이라는 부정적 느낌을 주면서 대중의 반감을 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청년층 일자리 부족 현상이 심화할 것이라는 의견에 대해 정동량 노동과학연구소 소장은 "장년층의 일자리 분야는 요즘 청년들이 종사하고자 하는 것과 분명 차이가 존재한다"며 "정년퇴직 연장으로 인해 노인들이 일자리를 양도하지 않는다고 해서 절대적으로 청년들의 취업 기회를 박탈하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기사 저작권 ⓒ 아시아경제 김혜원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