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통]
전승절(戰勝節)과 광복절(光復節)
작년 이맘때쯤 중국 전승절 열병식에 박근혜 대통령의 참석 여부를 두고 한국이 들썩였다. 중국은 전승절 70주년을 맞아 70주년 기념 열병식을 열고 전세계 주요 인사들을 초대했지만 미국과 일본, 유럽연합의 주요 인사들은 초청에 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첨예하게 대립하는 외교이슈에 가려 정작 그 열병식이 기념하는 전승절의 의미는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다. 올해에는 열병식이 개최되지 않는 전승절이 곧 다가오는 만큼 중국과 세계의 전승절의 의미를 되짚어보자. 참고로 중국에서 쓰는 정확한 표현은 ‘항전승리기념일(抗战胜利纪念日)’이다.
같은 듯 다른 세계 각국의 전승절
전승절(戰勝節)이란 말 그대로 전쟁에서 이긴 것을 기념하는 날로, 제2차 세계대전 승전국마다 전승절을 지정해 제2차 세계대전의 승리를 기리고 있다. 중국과 대만은 일본의 항복 문서를 중화민국이 접수했던 9월 3일을 전승절로 정했으나 미국의 경우 일본이 항복 문서에 서명한 9월 2일을 기리는 등 나라마다 전승절로 지정된 날짜가 다르다. 유럽의 주요국들은 독일이 항복한 5월 8일을 전승절로, 러시아는 5월 8일 항복 당시 모스크바 시간인 5월 9일을 전승절로 지정했다. 영국의 경우 일본이 항복을 공표한 8월 15일을 전승절로 기념하고 있는데, 우리나라가 8월 15일을 광복절로 지정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한국은 광복절, 중국은 전승절?
다만 중국도 1945년 당시 대륙의 상당부분이 일본군에 의해 점령된 상태였고 우리나라도 일제강점기였는데 왜 중국은 일본의 항복을 전승절로 기리고 우리나라는 광복절로 기리는지 의문이 들 수 있다. 실제로 일각에서는 중국이 연합국으로서 제2차 세계대전에 참가하긴 하였으나 승리에 크게 기여하지 않았으므로 전승절의 의미가 없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이 2차례의 항일전쟁을 치르면서 미국이 태평양 일대에서 일본군을 상대하기 수월하게끔 일본군을 대륙에 묶어두었기 때문에 승전국으로서 전승절을 기릴만한 명분이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의견이다.
반면 당시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대일본 전투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그래서 연합군 또는 승전국의 지위에 오르지 못하고 패전국의 식민지로 치부되게 되었다. 따라서 국제질서에서 연합군 국가들과의 동등한 지위로 인정받기 보다는 승전국의 전리품으로 취급을 받아 신탁통치를 당하기에 이른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기리는 8월 15일 광복절이 전승절로 불리지 못한 데는 당시 우리나라의 국력과 외교력의 부족이란 그늘이 드리워져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더욱더 씁쓸한 것은 70년이 지난 지난해에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 아닐까.
강정안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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