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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식칼럼] 분쟁과 화해

[2016-10-03, 06:55:13] 상하이저널

살다보면 이런저런 분쟁에 휩싸이게 된다. 사람에 따라서는 호전적인 갈등지향적 유형이 있는가 하면 대부분이 다툴만한 사안을 가슴에 묻고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주변의 말을 좇아 수용 인내하는 유형이 있다. 가족, 친목모임, 동창회, 지역단체 같은 사람의 인정이 우선하는 곳에서 분쟁을 야기하면 쉽게 지지받지 못한다. 대다수가 갈등보다는 평온을, 분쟁보다는 화해를, 전쟁보다는 평화를 지향하기 때문이다.

 

납득되지 않는 분쟁해결 과정, 상처 아물지 못해


직업상 분쟁을 일상적으로 접하는 이들이 변호사일 것이다. 변호사 사무실을 내방하는 의뢰인들이 종종 좋은 일로 찾아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고 겸연쩍어 한다. 일반인들의 인식이 그러한가 보구나 하며 다소 씁쓸해 하면서도, 분쟁을 해결하는 제3자가 없다면 사회는 더 혼탁하고 폭력적이고 험악해질 것이라고 스스로를 다독거린다.

 

합리적인 분쟁해결기관의 권위있는 판단이 격앙된 당사자들의 감정을 누그러뜨리고 평온, 화해와 평화의 길로 안내한다. 그래서 분쟁이 발생한 것 자체보다는 그 분쟁이 어떻게 합리적이고 권위있게 해결되는지, 그 절차와 과정이 중시된다. 분쟁해결 절차와 과정이 납득되지 않으면 당사자들간의 분쟁은 해결되는 듯하다가 여진을 남기며 지속되고 그 분쟁으로 인한 상처는 아물지 못하고 생생하다.

 

친족, 동호회, 향우회, 종교단체 등 분쟁•갈등 극심


변호사로 업무를 처리한 경험에 비추어 볼 때 분쟁과 갈등이 전개되는 양상이 극심한 데가 가정, 친족과 문중, 동호회, 향우회, 종교단체이었다. 경제적 이해관계가 아니라 일차적 관계가 중심인 곳에서의 분쟁은 배신과 반목, 분노와 증오가 지배한다. 서로 편을 가르고 죽일 듯이 달려들고 아귀다툼을 벌인다. 법정 밖 화장실이나 정문 부근에서 큰 소리로 다투는 무리가 있다면 십중팔구는 그들이다.

 

민주적 절차•내용 갖춰 판단•결정의 정당성 확보


법원은 역사적으로 일차적 관계의 분쟁에 개입하는 것을 자제해 왔다. 사실 변호사들도 가능하면 이런 사건들은 선임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거칠고 격앙되고 고집스러운 의뢰인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사자 사이에 스스로 해결되길 원하는데 이는 내부적 해결이 갈등의 해소에 더 도움이 되었다는 경험에서 탄생한 사법부한계론 또는 사법자제설에 비롯한 것이다.

 

그리하여, 종교분쟁이나 가족분쟁은 고유의 ‘종교법’이나 ‘친족법’에 따라 자체적 분쟁처리 절차를 먼저 거쳐왔던 것이다. 종교법이든 친족법이든 민주적 ‘절차’와 ‘내용’을 갖추어야 판단과 결정의 정당성을 확보한다. 그러한 결정에 대해서는 사법부가 존중하는 경향이 큰데 그 까닭은 판단의 심사숙고와 기울인 노력을 인정하는 것이라 할 것이다.

 

 

 

 

분쟁 당사자가 사실관계 효과적으로 입증해야


어떠한 분쟁이든 분쟁당사자는 자신의 주장을 펴고 논거를 대며 사실관계를 효과적으로 입증해야 한다. 이를 변론이라 하는데 고대 그리스의 시민광장인 아고라에서 펼쳐진 웅변과 설전이 그 원형이다.  중국 전국시대의 한비(韓非)는 한비자에서 변론(유세)의 어려움(難說)을 “다른 사람에게 의견을 진술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내가 알고 있는 바를 납득시키기가 어렵다는 말이 아니다. 또 내 말주변이 나의 뜻을 분명하게 전할 수 있느냐의 어려움도 아니며, 내가 과감하고 거리낌 없이 나의 뜻을 모두 다 펼쳐 보일 수 있느냐의 어려움도 아니다”라고 설명하였다.

 

한비는 효과적 변론의 기술과 지혜를 “유세의 대의는 상대의 뜻을 거스르지 않는 것이며, 말투도 상대의 감정을 건드리지 않아야 한다. 그런 뒤에야 자신의 지혜와 말재주를 마음껏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풀었다. 변론은 공격이 아니라 설득이어야 한다. 상대방을 설득하지 못한다면 최소한 주변 사람의 지지를 이끌어야 한다. 예의와 존중이 수사학이 더 중요하고 자신의 감정을 배설하는 것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옳고 그름의 판단은 ‘의로움’의 잣대에 대봐야


일차적 관계는 정서적 우의와 인정이 지배하고 이해타산이나 계산에서 벗어나 있지만, 그 분쟁은 역설적으로 지극히 이해타산과 계산을 두고 전개되는 편이다. 그래서 더욱 실망하고 좌절하고 분노하여 감정의 조절이 쉽지 않다. 그런데 어느 분쟁이든 시비와 곡직이 있다. 옳고 그름의 판단은 ‘의로움’이라는 잣대에 대봐야 할 것이다. 무엇이 올바른 것인가, 의로운 것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격양된 감정이 가라앉고 맑아질 수 있을 것이다.

 

분쟁의 시비곡직 ‘누가 부끄러움을 느껴야 하나’를 판단


다시 강조하지만 분쟁이 혼탁하여 이전투구 양상으로 전개될 때, 최종적이고 궁극적인 판단은 ‘무엇이 정의롭고 의로운 것인가’에 집중해서 명징한 분별력을 발휘하여야 한다. 선현인 맹자(孟子)는 부끄러운 마음 즉 ‘수오지심(羞惡之心)을 ‘의(義)’의 ‘단(端)’이라 했고, 다산 정약용 선생은 “그 남만 같지 못함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남과 같은 일을 할 수 있겠는가”라고 하면서 착한 일을 하는 사람과 같은 일을 하지 못함을 부끄러워할 때에만 ‘의로움’을 지킬 수 있다고 하였다.

 

그냥 지나치면 부끄럽고 치욕스러워 바로 잡아야 한다는 마음에서 분란과 분쟁을 바라본다면, 인정에 치우쳐 흐린 판단을 하는 것을 바로잡고 참다운 해결에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어떠한 분쟁의 사리분별과 시비곡직은 누가 부끄러움을 느껴야 하는지를 판단한다면 대체로 올바른 결론에 도달하고 다른 사람에 대한 유세에서도 설득력을 얻을 것이다. 혼탁한 시절에 지조를 지키려면 의로움을 잃지 않아야 할 것이다. 우리 모두가 경계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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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지평 상해지사 지사장으로 2007년부터 근무 중이며 한국 본사에서는 6년간 중국업무를 담당했다. 북경어언문화대학과 화동정법대학 법률진수생 과정을 이수했으며 사법연수원의 초대 중국법학회장을 역임했다. 현재 법제처 동북아법제자문위원회의 자문위원, 한중법학회의 이사, 상하이총영사관 고문변호사, 코트라 차이나데스크 자문위원, 상해한국상회 자문위원, 서안한국상회 자문위원 등을 맡고 있다. 중국 관련 논문으로는 「소주공업원구 법제에 관한 연구」, 통일부, 2006, 「중국의 해외투자 및 한국의 투자유치정책 연구」KOTRA, 2010, 「중국 상표관리 종합메뉴얼」특허청, 2010 등이 있다.
jschoi@jipyong.com    [최정식칼럼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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