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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트라 전문가 기고] 중국, 로드숍과 유통점의 황혼

[2016-10-26, 09:26:31]

[전문가 기고] 중국, 로드숍과 유통점의 황혼


이평복 IBS 컨설팅 고문
      
얼마 전에 청도에서 택시를 타고 가다가 운전사에게 디디따처(滴滴打车, 중국판 우버) 때문에 수입이 많이 감소하지 않았냐고 물었다.
 
  "많이 줄었지요. 1/3 정도는 준 것 같아요"
  "5월에는 청도 택시 운전사들이 디디따처에 항의하는 파업을 며칠간 했다던데…"
  "그래 봐야 어쩌겠습니까?  시대의 추세인데…"
 
파업해서 뭐 얻은 게 있냐고 물었더니, 시 정부에서 주는 연료 보조금인가 뭔가, 약간의 혜택을 얻어냈다고 한다.
이 운전사도 개인차를 가지고 디디따처를 몰고 있단다. 택시 운전사들이 수입 감소로 디디따처 운전사로 대량 전직을 하자, 택시회사 사장이 부탁하는 바람에 가끔 택시를 몰고 있다는 것이다.
 
청도에 택시가 1만 대인데, 디디따처는 10만 대, 그 비율이 1:10 이란다. 택시라는 교통수단 자체가 사라질 날이 이제 얼마 안 남은 것 같다. 택시기사에게 디디따처 전문 운전사의 월수입이 얼마나 되냐고 물었더니, 휘발류 등 경비를 제하고 5, 6천 위안이란다.
 
시대의 추세는 어쩔 수 없다.  택시가 디디따처로 바뀌는 것에 흥분해 파업을 하고 투쟁을 해봐야 황하의 도도한 강물에 돌 하나 던지는 격이다. 택시만 그런 것이 아니다. 길거리에 의류점, 화장품점 등 로드숍들이 몇 집 걸러 하나씩 문을 닫는다. 세계 최고 수준으로 발전한 타오바오(淘宝)로 대표되는 중국의 전자상거래 시스템은 창업 붐에 편승해 우후죽순 생겨난 웨이신(微信, 중국판 카카오톡)숍과 결합해 임차료와 인건비에 압박을 받는 전통 유통업에 십자포화를 퍼붓고 있다.
 
로드숍뿐 만 아니라 몇 년 전까지 시대의 총아였던 백화점, 쇼핑센터들도 여기저기서 대책 없이 무너져 가고 있다. 청도의 최고급 백화점인 양광백화점이 문 닫고, 청도 해변가 최고 요지에 자리잡은 바이리광장(百丽广场) 쇼핑센터도 곧 문을 닫는다는 소문이 퍼졌다. 모 도시의 유명 백화점은 자금난으로 상점에 대한 결제기간이 1개월에서 요즘에는 6개월로 늘어났단다.  
 
텅 비어가는 쇼핑몰을 채우느라 한국 상점가를 만들어 한국의 영세상인들까지 끌어들이고 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제 전통적인 로드숍이나 쇼핑몰의 (유명 브랜드를 제외하고) 점포는 석양길에 들어서고 있다. 이 파장은 국면에 씩씩하고 용감한 한국의 눈뜬 장님들이 뛰어들고 있는 모습을 보자니 마치 미디 영화의 한 편을 보는 듯하다.
 
상점이 비어가는 자리에 식당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다. 보도에 의하면, 하남성의 수도인 정주(郑州) 에는 2013년 에 사천식 샤브샤브집(火锅店)이 1700개였는데, 현재는 4천 개로 늘어났다고 한다. 샤브샤브가 중국인의 사랑을 받는 메뉴임을 틀림없지만, 하도 많이 난립해 정주 시민이 하루 3끼를 샤브샤브집에서 모두 해결한다 해도 4천 개 식당을 모두 먹여 살릴 수는 없는 일이다.   
 
타오바오 인터넷샵으로 전통 상가들을 초토화시킨 마윈 아저씨는 최근에 VR기술을 이용해 스마트폰에 안경 같은 것을 장착하면 타오바오 점포를 마치 실제로 걸어다니면서 실감나게 상품을 눈으로 볼 수 있는 차세대 전자상거래 기술을 개발해 냈다.  마윈 아저씨는 이제 바야흐로  "최후의 볏짚 하나(주)"를 낙타의 등에 얹으려 하는 것이다.
 
상점들이 하나 둘씩 사라지는 길거리, 텅빈 유령같은 쇼핑몰, 백화점은 얼마나 황량할까? 다들 스마트폰에 고개를 쳐 박고, 연인 간에도 대화가 사라지는 레스토랑의 풍경은 얼마나 적막할까? 문명의 발달이 지나쳐 이제는 스스로 문명의 기반을 허물어뜨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시대의 변화는 어쩔 수 없는 추세이다. 그 추세를 쫓아가느라 평범한 백성들은 가랭이가 찢어질 판이다.
 

  주: "최후의 볏짚 하나" (아랍의 민담)
옛날 어느 주인에게는 늙은 낙타 한 필이 있었다. 낙타는 아침부터 밤까지 죽어라 시키는대로 짐을 실어 날랐다. 어느 날, 주인은 이 낙타가 도대체 얼마나 많은 짐을 실을 수 있을지 알고 싶어졌다. 그래서 계속 짐을 실었는데도 낙타는 쓰러지지 않았다. 주인은 낙타가 감당할 수 있는 체력의 극한에 달했을 것으로 생각해 마지막으로 가벼운 볏짚 하나를 낙타 등에 올려 놓았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하게, 그 가벼운 볏짚 하나의 무게를 못 이겨 늙은 낙타는 쿵 소리를 내며 쓰러져버렸다.

 

칭다오무역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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