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데이, 쇼핑데이 되다
11월 11일, 숫자 1이 네 번 겹치는 날이다. 한국에서는 1이 과자 빼빼로를 닮았다고 해 좋아하는 사람에게 빼빼로를 선물하는 기념일로 자리잡았다. 최근에는 우리 쌀을 사랑하고 농업인의 날을 기리기 위해 가래떡 데이로 부르기도 한다.
중국에서는 다른 의미로 이날을 기념하는데 1을 하나로 해석해 혼자인 사람들을 위한 날, 즉 솔로데이(光棍节, 광군제)로 불렀다. 그러다 2009년 이날 알리바바가 티몰(天猫)에서 대대적인 할인행사를 펼치면서 11월 11일은 중국의 블랙 프라이데이, 국가적인 쇼핑 축제로 거듭났다. 이날은 온라인뿐만 아니라 오프라인 매장들도 할인이벤트를 통해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선다.
한편, 11이 한 쌍으로 있는 날이라 해서 붙인 이름 ‘솽스이(双11)’가 전국적으로 통용되자 알리바바는 2011년 솽스이 상표에 대한 독점권을 취득했다.
지난해 매출액 15조 돌파, 올해는?
2013년 350억위안, 2014년 571억위안, 2015년 912억위안(한화 15조5000만원). 지난 3년간 11월 11일 하룻동안 알리바바 티몰(天猫)에서 달성한 매출액이다.
지난해에는 시작 1분 12초만에 10억위안을 돌파하더니 정오가 채 되기 전에 전년도 기록을 갈아치웠다. 첫 솽스이 이벤트를 열었던 2009년의 매출액 5000만위안과 비교하면 더욱 놀라운 수치다. 이에 차이충신(蔡崇信) 알리바바 부회장은 “오늘날 솽스이 쇼핑데이는 전세계 200여 국가의 소비자들이 참여하는 전세계인의 이벤트가 되었다”고 자평했다.
올해 알리바바는 작년보다 35% 이상의 배송량이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고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솽스이에만 268만명의 인원을 투입했으며, 차량과 항공 운송량도 대폭 늘렸다. 이날의 전투(?)를 앞두고 알리바바는 직원들의 야간 업무를 위해 회사 안팎으로 야전 침대를 준비해 온란인 상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물량과 배송 외에도 다채로운 이벤트를 기획해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솽스이 더 재밌게 즐기기
솽스이 기간 동안 진행되는 증강현실 이벤트
솽스이에 임하기 전에
온 중국이 들썩이는 축제에 동참하려면 즈푸바오 가입과 계좌연동은 필수다. 손 놓고 있다가 당일에 가입을 시도했다간 시행착오만 겪다 끝나기 쉽다. 계좌 연동을 위해서는 반드시 인터넷 뱅킹을 신청한 중국 은행 카드가 있어야 한다.
즈푸바오가 있음에도 “그 많은 사람이 몰리는데 얼마나 느리고 문제가 많겠어”라는 생각에 의욕을 잃는 이들도 있다. 실제로 11월 11일 0시가 되자마자 동시에 몰려드는 이용자들과의 경쟁에서 이기기란 쉽지 않다. 수량이 한정적인 상품은 금세 동이 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부작용을 최소화하고자 티몰은 일찍이 10월부터 예약구매를 실시 중이다. 덕분에 소비자는 상품 구매가 훨씬 수월해졌고, 티몰 측은 미리 축제 분위기를 고조하면서 동시에 수요를 예측할 수 있게 됐다.
지난 1일부터 시작된 예약 구매는 판매 중인 상품들 중에 예탁금(定金)을 명시하고 있다. 예를 들어 100위안짜리 상품에 예탁금 20위안을 명시하고 있으면, 소비자는 20위안을 미리 결제하고 해당 상품을 찜해두었다가 11일에 나머지 금액만 결제하면 된다. 이때 ‘定金可抵用30元’이라는 문구가 있으면 실제로는 전체 금액에서 30위안을 공제한다는 의미가 된다. 11일에 나머지 70위안을 결제하면 결국 90위안에 물건을 구매한 것이 된다.
Tip. 티몰에서 글로벌 브랜드 만나기
티몰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많은 글로벌 브랜드들이 입점해 있다. 아마존에서만 할 수 있는 줄 알았던 해외직구도 웬만하면 티몰에서 가능하다. 짝퉁 제품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기업이 직접 판매하는 티몰은 개인간 거래가 이뤄지는 타오바오에 비해 검증이 엄격하고 입점이 까다로워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다.
글로벌 브랜드로는 ZARA, GAP, 유니클로, 티니위니, 팬코트 등 의류브랜드와 나이키, 아디다스, 뉴발란스와 같은 스포츠 브랜드, 레노버, 비츠바이닥터드레, 필립스, 샤오미 등 전자제품 브랜드 등이 있다.
한국의 인터파크, 롯데몰, 이마트, LG생활건강, 올리브영, 티켓몬스터, 위메프, 정관장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니스프리, SKⅡ, 숨 등 한국 화장품 브랜드는 물론이며 카카오 프렌즈, 라인 프렌즈와 같은 캐릭터 샵도 입점해 있다.
티몰에서 한국의 최신 캐릭터 상품을 판매 중이다.
유용한 해외 브랜드 샵으로는 미국의 대형마트 코스트코(COSTCO)와 타겟(TARGET), 호주의 케미스트 웨어하우스(ChemistWarehous), 울워스(Woolworths), 일본의 대표적인 드럭스토어 키린도(kirindo) 등이 있다.
해당 브랜드에서 운영하는 샵을 찾으려면 ‘브랜드명+플래그십스토어(旗舰店)’으로 검색하면 된다. 일부 브랜드는 공식 페이지라는 의미의 ‘官方’, 해외브랜드라는 의미의 ‘海外’등이 함께 붙는다. COSTCO海外旗舰店, 正官庄海外旗舰店, 小米官方旗舰店 등이 그 예다.
김혜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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