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 한 영국 여성의 광화문 앞 1인 시위가 화제였다. 이 영국 여성이 시위를 한 이유는 한국의 개고기 문화에 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또한 최근 이탈리아에서도 한 여성 정치인이 한국이 개고기 문화를 없애지 않으면 이탈리아의 평창올림픽 참가를 보이콧 하겠다며 반감을 보인 바 있다.
중국 윈난성(云南省)의 위린시(榆林市) 에서 매년 행해지는 개고기 축제에 대한 서양권의 비판도 강하다. 중국과 개라는 검색어를 동시에 입력하면 이 축제에 대한 정보가 먼저 올라온다. 이처럼 서양권에서는 ‘한국과 중국은 개고기를 먹는 나라’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이 소식을 들은 많은 한국인들은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은 개고기를 먹지 않는데?’라며 억울함을 감추지 못했다. 또 ‘남의 나라 문화인데 왜 간섭을 하느냐’는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도 있다. 중국인들의 반응도 유사하다. 한·중의 개고기 문화와 이를 향한 세계인의 반응은 과연 어떻게 봐야 할까.
개고기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와 함께 시작됐다. 기원전 4만년부터 인류와 함께 살아온 개는 수렵용 가축이었을 뿐 아니라 식용 가축이기도 했다. 20세기 중반까지도 유럽을 포함한 세계 곳곳에서 개고기를 먹었다는 기록이 있다. 한국과 중국에서도 개고기는 오래 전부터 여름철 보양 음식으로 자리잡았으며 왕부터 일반 시민들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람들이 즐겨먹었다.
그런데 20세기 후반부터 개고기 문화는 소수문화나 하등문화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한국에서는1988년 서울 올림픽을 기점으로 개고기 문화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한국 정부는 외국의 많은 국가들이 ‘개고기를 먹는 야만적인 나라의 올림픽에 참가할 수 없다’고 주장하자 개고기 음식점을 인적이 드문 골목길로 쫓아내고 이름도 개장국에서 영양탕, 사철탕 등으로 바꾸게 했다. 중국의 상황도 비슷하다. 대부분의 도시에서 개고기 음식점을 찾아보기 힘들다. 중국 정부가 세계의 시선과 도덕적인 논란을 인식해 개고기 음식점의 영업 허가를 쉽게 내주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 인민들의 ‘개고기는 빈민들이나 먹는 음식’이라는 인식도 한 몫 한다.
개고기 문화가 한·중 안팎에서 논란이 되는 이유는 비단 반려동물을 식용으로 하기 때문만이 아니라 그 위법성에도 달려있다. 개를 도살할 때 다른 식용 동물들과 다르게 고기 맛이 더 좋아진다는 이유로 몽둥이로 때리면서 서서히 죽이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행위는 엄연히 동물보호법 위반이다. 개고기의 안전성과 위생 문제도 의심이 간다. 개고기 음식점은 유기견 센터에서 고기를 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유기견 센터의 개들은 피부병을 비롯한 다양한 병에 걸려있는 경우가 많을뿐더러, 안락사 시킨 개들을 들여와 요리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개들의 몸에 남아있던 세균이나 안락사 약이 사람 몸으로 들어올 경우 해를 끼칠 수 있다.
또한 개는 사회적으로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마약탐지견, 군견, 맹인안내견 등으로서 우리 사회에 이바지하는 바가 크다. 실제로 개가 제공하는 노동력의 가치가 식품으로서 제공하는 가치보다 더욱 뛰어나 개고기를 먹는 것을 기피했던 역사도 있다.
반려동물 인구가 늘어나면서 개고기 문화를 반대하는 목소리는 한·중 내에서도 점차 커지고 있다. 그러나 단순히 개고기를 먹는 사람들을 비난하기 보다는 이해를 바탕으로 앞서 언급한 위법성, 위생 문제들을 개선해 나가는 데 중점을 두어야 한다.
피지배 국가의 문화와 현실을 이해하지 못한 채, 자신들과 다르다고 그 국민들을 야만인이라 칭하며 그들을 ‘문명화’시키겠다고 나선 20세기 유럽의 식민 지배자들과 광화문 앞에서 1인 시위를 한 영국 여성의 태도는 무엇이 다를까. 거위를 좁은 철창 안에 가둬 놓고 100그램의 콩을 들이 부어 만든 지방간인 푸아그라는 그 잔인함으로 많은 비판을 받는다. 아이러니하게도 푸아그라는 한·중 개고기 문화에 맹렬한 비난을 퍼붓는 유럽 국가에서 최고의 요리로 꼽힌다.
프랑스의 사회학자 에밀 뒤르켐은 ‘문화는 불합리성의 덩어리이기 때문에 합리성으로 판단해도 소용이 없다’고 했다. 한국인으로서 또는 중국인으로서 외국인에게 우리 문화에 대한 이해를 요구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우리 스스로 폐단은 개선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고등부 학생기자 정형주(콩코디아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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