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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 중인 허촨루 친수이화 거리(사진 표병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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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촨루(合川路) 2889호, 친수이화 거리(亲水花街, 이하 친수이화)가 하룻밤 새 자취를 감췄다. 허촨루와 홍췐루(虹泉路)가 만나는 사거리에 자리한 친수이화는 신천지 일부를 옮겨놓은 듯한 세련된 외관을 자랑했지만, 마침내 22일 철거의 운명을 맞이했다. ‘위법 무허가 건축물(违法无证建筑)’이라는 이유에서다.
방산증 없는 건 알았지만…
임대 계약서에는 ‘정부의 철거 명령이 있을 경우 철거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 일부 입주자는 해당 건물에 방산증(房产证)이 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입주자들은 “방동(房东, 건물주)이 ‘방산증이 곧 나온다’, ‘홍차오전(虹桥镇)정부와 꽌시(关系)로 해결할 수 있다’고 해 그렇게 믿었다”고 입을 모았다.
2015년 11월 민항구(闵行区)는 ‘홍췐루와 친수이화를 연동해 한국 음식, 문화, 패션 등을 아우르는 상하이국제특색상권으로 조성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드라마 <별그대>로 한류가 정점을 찍고 홍췐루를 찾는 중국인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상황도 고무적이었다. 입주자들은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의 방동 소유 부티크 호텔을 보며 ‘설마 위험한 건물에 저렇게까지 투자를 할까’ 생각하며 안심했다.
입주자 A씨는 “영업집조, 위생허가, 소방, 세무 등기가 이뤄졌기 때문에 문제 없다고 생각했다. 영업집조상 주소와 실제 주소가 다르긴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입주자 B씨는 “컨설팅 회사에서 최소 10년은 문제 없다고 했다”고 회상했다.
입주자들 “철거 임박해 통보”
입주자들은 철거 명령 이후의 과정에 아쉬움을 토로한다. 입주자 A씨는 “법적으로 철거 통보 이후 6개월의 시간을 보장하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방동은 작년 7월 철거 명령이 떨어진 후에도 입주자에 알리지 않았다. 1월까지도 ‘협상 중이니 기다려 달라’고 하면서 이전을 준비할 여유를 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로펌에서 말하길 철거 가처분신청을 하면 철거할 수 없다더라. 하지만 춘절 연휴 직전에 최종 철거 통보를 했기 때문에 대책을 강구할 새도 없었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입주자 C씨는 “옮겨갈 곳을 찾지 못해 거래처에 납품도 못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실제로 민항구 홈페이지에는 12월 13일에 철거 안내문이 등록됐고, 민항구인민정부의 강제철거 통지문(2월 9일 직인)은 철거 직전 건물과 상가 벽에 붙었다.
입주자들은 “보상액 책정 기준도 투명하지 않고 비합리적이었다”고 주장했다. 최초 보상액은 면적, 내부 인테리어 평가 등을 거쳐 결정됐으나 개별협상 끝에 최종적으로 각 업체에 지급한 보상금은 임대 면적이나 매출과 무관했다는 것이다. ‘한국인은 보상 과정에서 소외됐다’, ‘방동과의 관계나 협상 방식에 따라 제각각으로 책정됐다’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中 검찰일보 3년 전 경고
’농업용지’를 ‘건설용지’로 변경
3년 전에도 적신호 경고는 있었다. 2014년 6월 중국 검찰일보의 인터넷판 정의망(正义网)은 친수이화를 ‘以租代征(농업용지를 임대해 건설용지로 변경해 사용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사에 따르면 같은 해 5월 신차오촌 좌담회에서 친수이화 임대 문제가 제기됐다.
매체는 한 촌민 대표가 “친수이화 토지는 우리 신차오촌그룹의 농업용지인데 전(镇)정부 산하기업인 상하이홍차오자산투자경영회사에 임대했다. 이 회사는 염가에 토지를 임대 받아 다른 개발상에 넘겨주었다”고 주장하며 “인근 토지 가격의 5분의 1에 임대하고, 법적으로 명시된 최장기간 20년을 넘긴 이 위법 계약서는 누가 작성한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고 보도했다.
달라지는 중국 ‘준법’만이 살 길
이번 철거는 ‘2014년 구베이 명도성 식당가 철거’를 떠올리게 한다. ‘한국 맛집거리’로 불리기도 했던 이 식당가는 불법건축물로 영업집조를 소지한 곳이 거의 없어 속수무책으로 철퇴를 맞았다. 이 때에도 업주들은 “영업허가가 없었지만 멀쩡히 운영하던 가게를 철거할 줄 몰랐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비단 임대시장뿐만 아니라 중국 당국이 평소에 묵과하던 규제를 엄격하게 적용하는 ‘준법규제’는 나날이 강화되고 있다. 꽌시나 관례를 믿고 안일하게 대처했다간 제2, 제3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A씨는 “결국 리스크를 알고 있었음에도 안일하게 생각한 내 잘못”이라고 자책했다. 또 “새로 옮기는 매장은 세무국, 위생국 어느 곳에서 담당자가 아무리 바뀌어도 문제가 없을 만큼 철저하게 설계하고 있다”며 “달라지는 중국의 한 가운데에 있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B씨는 “비슷한 사정의 인근 건축물들은 여전히 분양 중이다. 입주 전에 확실하게 알아보라”고 강조했다.
한편, 친수이화에 입주했던 한국 업체들은 상당수가 홍췐루로 이전할 계획이다.
김혜련 기자
철거 통보를 받은 친수이화 입점 업체들이 이전 준비에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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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너편에서 분양하는 한국성은 문제 없는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