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나이티드 항공 여객기가 4명의 자사 승무원을 추가로 태우기 위해 아시아계 승객을 무력으로 끌어내는 동영상이 공개되자 중국 현지에서도 거센 비난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중국 언론들은 11일 관련 소식을 메인 뉴스로 전하며 미국 유나이티드 항공사 및 백악관의 동태를 주시하는 모습을 보였다.
환구망(环球网)은 동영상이 급속도로 퍼진 후 11일 미국 백악관 사이트에 ‘중국인의 생명은 중요하다(#Chinese Lives Matters)’는 온라인 청원이 등록됐다며 하루가 채 지나지 않은 12일 아침 동참 인원이 이미 10만 명을 넘었다고 전했다. 관련 규정에 따르면, 서명 인원을 채운 청원은 미국 정부의 심사를 거친 후 백악관은 이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놓아야 한다.
신화사(新华社)는 12일 정례브리핑에서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의 말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도 해당 동영상을 봤다”고 전했다. 또 숀 대변인이 이 사건에 대해 “우려스럽다”고 밝혔다며 미국 교통부는 10일 조사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현지 웨이보(微博, 중국판 트위터)를 통해 ‘유나이티드 항공 보이콧’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며 대다수의 네티즌이 피해자가 유나이티드 항공을 고소하고 합당한 보상을 받기를 지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중국 웨이보에서는 유나이티드 항공 해쉬태그가 걸린 게시글이 쏟아지고 있고 관련 동영상 조회수는 이미 2억 뷰를 넘을 정도로 중국인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국 누리꾼들은 “인종 차별의 전형적인 모습에 분노를 금치 못하겠다”, “중국계 미국인의 인권은 어디에 있나”, “미국의 인권 논리는 백인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인가”, “지금 시대에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가”, “쓰레기 항공사네”라며 깊은 분노감을 표출했다.
일부 누리꾼은 자신도 유나이티드 항공사의 피해를 본 적이 있다며 과거 사례를 이야기하기도 했다. 마**(马**) 누리꾼은 “유나이티드 항공사는 나에게 ‘자리가 없다’는 말만 반복할 뿐 제대로 된 설명도 하지 않았고 다음 비행기를 기다리는 다른 승객 역시 아시아인이었다”고 말해 이번 사건이 처음 일어나는 일이 아님을 알렸다.
한편, 같은 날 환구망을 비롯한 중국 각 언론에서는 피해 승객이 중국계가 아닌 베트남계였다는 소식을 긴급 보도했다. 동영상 속 승객의 신원은 미국 엘리자베스타운의 베트남계 내과 의사 데이비드 다오(69)로 확인됐으며 소아과 의사인 부인 테레사 다오(69)와 함께 병원을 운영 중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누리꾼들은 “국적이 어디든 사람이라면 이런 부당한 취급을 받아선 안 된다”, “미국에 있는 화교들은 이 사람이 베트남계라는 소식을 듣고 안도의 한숨을 쉬지 않길 바란다”, “아시아인에 대한 인종 차별임에는 변함이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