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글로벌 출판사 스프링거 네이처에 게재된 107편의 중국 의학 논문이 무더기 무효 처리 돼 관련 학계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정규 학술지에서이렇게 많은 논문이 한꺼번에 철회된 적은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심지어 무효 처리된 107편의 논문 중에는 중국 유명 연구 기관인 푸단(复旦) 대학, 저장(浙江) 대학, 상하이교통대학 등 일류 학교 기관도 포함되어 있어 중국 학계에 더 큰 충격을 주고 있다.
23일 텐센트(腾讯) 평론 매체 오늘의 화제(今日话题)에 따르면, 이들 논문은 모두 지난 2012년부터 2016년 사이에 국제 학술지 스프링거 네이처 ‘종양생물학(Tumor Biology)’에 게재되었으나 지난달 말 동료 심사 평가 의견을 허위로 기재했다는 이유로 대규모 무효 처리 됐다.
동료 심사 평가는 논문 발표 시 동종 업계의 다른 전문가에게 논문의 정당성 및 전문성을 심사하도록 하는 규정으로 학술지에 게재되기 전 반드시 행해지는 절차다.
스프링거 측은 이번에 무효 처리된 107편의 논문에서 심사 의견을 작성한 사람의 이메일 주소가 허위로 기재되어 있어 그 심사 의견 자체를 신뢰할 수 없다는 결론을 지었다.
앞서 중국은 2015년, 그리고 지난해 12월 말 여러 차례 허위 논문이 적발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심사 의견을 조작하는 일이 중국 학계에 빈번하게 발생해 중국 학계 자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 2015년WUWT 학술지에서 철회된 논문 중 97%가 중국 학자였으며 지난해 동료 심사 평가 허위 조작으로 적발된 논문 중 75% 가량이 중국 논문이었다고 조사됐다.
일각에서는 국제 학술지의 심사 시스템에 책임을 떠넘기기도 한다. 동료심사 평가자를 학술지가 직접 지정하지 않고 논문 작성자가 임의로 찾게 하기 때문에 이런 ‘허점’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결국 학술지의 ‘군자는 소인을 키우지 않는다(防君子不防小人)’는 태도가 지적을 받고 있는 셈인데 기본적으로 도덕성과 정직을 바탕으로 하는 학술계에서 중국은 스스로 소인이 된 꼴이라는 반박이 나온다.
또 현실적으로 전세계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학술지가 일일이 지정해 줄 수는 없다는 한계점도 지적되고 있다.
국제 규정을 탓하기 이전에 ‘허위 논문 사건’의 꼬리표를 달고 있는 중국 학계에 공공연하게 시행되고 있는 논문 대필, 허위 심사평 등 문제에 대한 자숙과 규제가 필요하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