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42년 난징조약 체결 이후, 1900년대 초중반까지 끊임 없이 상하이로 밀려들어오는 외국인들의 입맛에 맞춰 많은 서양식 레스토랑들이 등장했다. 당시, 여러 음식점들이 해외 본토에 버금가는 서비스와 음식의 맛과 질로 외국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수 많은 레스토랑들 중, 가장 선구자였던 곳은 예로부터 외국인 밀집지역으로 유명했던 화이하이중루의 홍팡즈(红房子)이다.
1930년대 상하이를 만나는 곳 ‘홍팡즈’
홍팡즈는 1935년 유대인 남성과 프랑스계 여성이 합작하여 개점한 음식점으로, 동서양의 식문화 차이를 극복하지 못한 다수의 프랑스인들을 위해 개점했다. 처음에는 프랑스 음식이 주메뉴였으나, 시간이 흐름에 따라 러시아나 이탈리아 음식을 포함해 다채로운 서양 음식을 제공하고 있다. ‘상하이 속 서양 음식 랜드마크’라는 평가를 받으며, 가장 오래 되고 현지인들에게도 가장 유명한 서양 음식점 중 하나다. 또한, 홍팡즈(红房子)는 중국의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여성 작가인 장아이링(张爱玲)에게도 사랑을 받았다.
현재는 라비뉴(L’Avenue), 화이하이중루(淮海中路), 옛 프랑스 조계지 근처를 포함해 총 세 군데에서 영업 중이며, 이들 중 가장 오래된 역사를 지닌 지점은 화이하이중루점이다. 화이하이중루점은 개점한 지 약 8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1930년대에 인기 있었던 테이블과 의자들을 사용해 근대 상하이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레스토랑 안팎도 ‘올드 상하이’
홍팡즈 건물은 높이 솟아오른 플라타너스 나무에 둘러싸여 있어 고요하면서도 화려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RED HOUSE’라 쓰여진 입구의 간판이 현대적인 느낌을 더하기도 한다. 1층은 음식점 입구로 운영되는데, 안내직원과 엘레베이터밖에 없으며, 처음 입구에 입장하면 안내직원이 2, 3층 중 사용해야할 층수를 알려준다.
음식점 내부는 입구인 1층을 포함해 총 3개의 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실제 식당으로 사용되는 2, 3층은 모두 서양식 디자인이다. 2층에는 카운터와 함께 바(bar)가 설치돼 있어 술이나 음료를 즐기는 고객이라면 한 번쯤 사용해보는 것을 권장한다. 그러나 바 앞에 앉을 수 있는 의자는 설치되어 있지 않다. 2층보다 3층이 더 테이블이 적은 편으로, 3층은 2층보다 더욱 아늑하다는 느낌을 준다. 3층에는 중앙에 큰 테이블 하나와 그 주변에 작은 테이블 몇 개가 설치돼 있다.
벽과 바닥, 의자에 전체적으로 흰색을 사용하며, 샹들리에가 내부를 화사하게 밝혀 전체적으로 깔끔하다는 인상을 준다. 곳곳에 세계적인 명화의 모조품들이 놓여있어, 서양식 음식점에 맞는 인테리어를 해놓았다. 시내 중심가에 있는 유명 레스토랑답게 청결도가 높은 편이므로 위생 문제가 고민된다면 안심하고 이용해도 좋다.
주요 메뉴
러시안 보르시(罗宋汤: Russian Borstch), 26元
보르시는 러시아의 ‘국민 스프'라 불러도 될 정도로 러시아 대부분의 가정집과 음식점에서 사시사철 먹는 음식이다. 양파, 홍당무, 사워크림, 양배추등의 재료를 통해 조리하며, 적갈색을 띈다. 이곳에서 파는 보르시는 고기, 당근, 양배추가 들어가 있으며, 토마토 맛이 강하게 난다. 첫맛은 토마토 스프에 가까울 정도로 토마토맛이 강하지만, 되려 끝맛은 진한 고기맛이 나기 때문에 천천히 음미하며 먹어보면 흥미로운 맛을 느낄 수 있다. 음식의 따뜻함과 부드러운 식감으로 애피타이저로 제격인 메뉴이다.
쇠고기 카레(红烩牛肉: Beef Curry), 58元
쇠고기 카레는 본래 인도 음식으로, 남녀노소 즐길 수 있다. 홍팡즈(红房子)에서 맛볼 수 있는 쇠고기 카레의 주재료는 쇠고기를 비롯해 감자, 양파와 당근으로 흔히 접할 수 있는 카레와 똑같다. 그러나, 한국인들이 즐기는 한국식이나 인도식 카레보다는 덜 매운 편이다. 쇠고기가 매우 부드러우며, 당근이나 감자와 함께 먹으면 부드러움이 한 층 더해진다. 향신료나 다른 자극적인 재료들이 들어가지 않아 한국인이 무리 없이 시도해 보기 좋은 음식이다. 가격은 58위안이다.
프랑스식 스테이크(法式芥末牛排: Grilled Beef Steak Mustard Sauce), 158元
프랑스식 소고기 스테이크 요리로 머스타드 소스와 함께 제공된다. 소스가 따로 나오지 않고 함께 나와 고기에 소스 맛이 잘 배어있다. 스테이크 고기는 시중의 스테이크보다는 얇게 느껴질 수 있지만, 얇은 만큼 한 덩어리가 아닌 세 덩어리가 나온다. 굽기도 적당해 식감이 아주 부드럽다. 소스는 머스타드 소스로 단맛의 미국식 머스타드 소스보다는 매운맛이 있는 프랑스식 머스타드 소스에 더 가깝다. (프랑스식 머스타드 소스는 프랑스 부르고뉴 지방의 ‘디종’을 원산지로 하며, 톡 쏘는 매운 맛과 부드러운 끝 맛이 특징이다.) 보통 ‘스테이크 소스’ 하면 떠올릴 소스 맛과는 조금 달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소스는 약간 짭짤하고 씁쓸한 맛이 강하여 첫맛보다는 끝맛이 더 좋다. 조금의 감자튀김과 샐러드도 함께 제공된다. 가격은 158위안이다.
치즈게살 오븐 요리(奶油忌司烙蟹斗: Cheese baked Crab Meat), 80元
치즈게살 오븐 요리는 요리사 추천 메뉴 중 하나이다. 실제 음식이 나왔을 때 메뉴판에 있던 사진보다 비교적 적은 양과 조금은 조촐한 비주얼로 첫인상이 실망스러웠던 요리이다. 하지만 요리를 먹었을땐 부드럽고 고소한 치즈와 게살이 잘 어울러져 처음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치즈와 게살이 들어있기 때문에 많이 먹으면 조금 느끼하다. 느끼한 맛과 80위안의 가격과 대비되는 적은 양 때문에 아쉬운 점이 많았다.
이탈리아 아이스크림(意大利冰糕 ; Italian Cassata with Fruits), 28元
홍팡즈(红房子)의 대표음식이자 가장 인기 있는 이탈리아 아이스크림이다. 음식점의 많은 고객들이 식사 후 디저트로 이 메뉴를 먹는다. 부드러운 바닐라맛의 아이스크림에 호두와 캐슈넛 같은 견과류과 더해져 고소한 맛이 난다. 또한 계절에 따라 수박, 하미과, 메론 등의 과일이 함께 나온다. 너무 달지 않아 어린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 입맛에도 전부 맞는 메뉴이다. 가격은 28위안이다.
강추vs 비추
시내 중심가에 위치해 있고, 지하철 역과 가까워 대중교통을 이용해 쉽게 가볼 수 있다. 유구한 역사를 담고 있으면서도 깔끔하고 현대적인 인테리어가 식당 특유의 분위기를 살려준다. 장아이링의 마음을 사로잡은 식당에서 옛 상하이의 정취를 느껴보고 현재 많고 많은 서양 음식점들의 선구자 역할을 한 홍팡즈의 매력을 알고 싶다면 가볼 만한 곳이다.
다만 학생들에게는 이곳 음식들의 가격대가 부담스러울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음식의 맛과 양도 아쉽게 느껴졌다. 특히 유명 레스토랑에 대한 기대와 달리 서비스 수준은 다소 실망스러웠다.
찾아가는 길
지하철 10호선 산시난루역과 굉장히 가까운 거리에 위치해있다. 4번 출구에서 내려 유니클로 건물을 마주본 채 왼쪽으로 3분 정도 직진해 걸으면 식당에 도착할 수 있다. 지하철역과 가까운 위치에 있어 쉽게 갈 수 있다는 것이 이 홍팡즈(红房子)의 장점이다. 건물의 2층과 3층이 식사를 할 수 있게 마련된 장소이다.
•卢湾区淮海中路845
•021)6431-3293
•오전 11시~오후 10시
학생기자 김민경(상해중학 11), 손예원(NAIS Y12), 정형주(콩코디아 11), 김량원(콩코디아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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