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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산' 1004마트, 교민사회에 책임감 보여야

[2017-07-09, 05:24:25]

채권단 “피해 규모 최소 3500만 위안”

상품권•선불카드 피해액도 상당할 듯

 

상하이 한인타운 홍췐루의 랜드마크인 1004마트(대표 정한기)가 자금난을 이기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 오랜 기간 한인타운의 랜드마크 역할을 해온 1004마트의 파산 소식은 교민사회에 큰 충격을 안기고 있다.


풍도국제점은 임대료 연체로 인해 3일 오후 3시경 매장에 단전, 단수 조치가 내려지면서 영업을 중단했다. 최근 이전한 본점 진후이루점도 4일 단전 조치로 인해 문을 닫았다. 리모델링과 함께 1004마트와 계약을 맺고 얼마 전 입점한 2층 식당주들도 망연자실한 상태다. 구베이점과 푸동점은 지난 4월 말 전임 1004마트 부사장이 인수해 별도 운영 중이다.  

지난 3일 정한기 1004마트 대표는 가남호텔 대회의실에서 공급상 등 150여 명의 채권자들에게 더 이상 마트 운영과 납품 대금 지불이 불가능한 상태라며 머리숙여 사과했다. 정 대표는 방만한 운영과 본인의 경영 과오 책임을 인정하고 회생을 위한 도움을 호소했다. 하지만 회의 도중 풍도국제점이 단전, 단수 조치로 문을 닫게 되자 공급상 사이에는 ‘회생은 힘들지 않겠냐’는 분위기가 지배했다.


한때 공급상들 사이에 채권단을 구성해 1004마트 상표권과 마트를 인수해 운영해 보자는 의견이 있었으나 현재까지 큰 진전은 없다. 진후이루점과 풍도국제점은 장기간 밀린 임대료와 가맹사업자와의 분쟁으로 인해 인수가 쉽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정 대표가 밝힌 현재까지 파악된 물품대만 최소 2600만 위안이며 입점업체 보증금 등을 포함하면 3500만 위안까지 늘어난다. 여기에 직원들의 밀린 임금과 경제보상금을 더하면 그 규모는 더 커질 것이라고 채권단은 예측했다. 채권단이 조사한 부채규모는 171개 업체, 3850만 위안이며 회사별로는 최고 410만 위안에서 몇 만 위안까지 다양하다.


채권단들은 1004마트의 정확한 재무상태 파악을 위해 재무실사를 계획하고 각종 회계자료를 빠짐없이 제공해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1004마트측의 미온적인 협조가 불만스럽고 답답하다는 반응이다. 또 마트를 운영하면서 어떻게 이정도 규모의 부채가 있는지 의아해 하며, 상황이 이토록 악화되기까지 자체 노력의 흔적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2달간의 급여 50% 삭감 조치는 늦어도 한 참 늦었다는 평가다.


1004마트에 장기간 물건을 납품해 오던 A 사장은 “최근 한중 관계가 악화되면서 실적이 눈에 띄게 악화됐다. 몇 달간 급여는 물론 각종 영업비용도 회사에서 가져가지 못해 사비로 해결해왔다”며 모든 부담을 공급상에게 떠넘긴 1004마트의 도덕적 해이를 성토했다. 또 수년간 공들여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던 중국 대형 유통 채널 공급계약도 운영자금이 부족해 결국 다른 업체에 넘겨줬다며 씁쓸해했다. 설상가상으로 선주문 해놓은 물건이 한국에서 도착할 예정이지만 1004마트 판로가 없어져 또 자금이 묶이게 됐다.


다년간 한국 마트와 중국 유통 채널에 한국 제품을 공급해 온 B사장도 1004마트의 “지급불능 선언은 악의적”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거래하면서 미수금이 생길 수도 있다. 하지만 1004마트는 물건값은 지불하지 않으면서도 상대적으로 약자일 수밖에 없는 공급자들을 이용했다”며 도와달라는 부탁을 뿌리치지 못한 것을 자책했다.


2층 푸드코트에 입점해던 C사장은 이번 일로 10만 위안 이상을 공중에 날렸다. 3개월치 임대료에 3개월 임대료 보증금을 지불하고 별도 설비와 식자재도 구입했다. “내부공사 완료 후에도 소방검사가 통과되지 않아 영업을 시작한지 며칠 만에 이런 일을 당했다”며 “명백한 사기”라고 표현했다. 더군다나 판매대금마저도 푸드코트 계산대를 1004마트에서 통합관리해 한 푼도 받지 못했다.

 

유통 관계자들은 업체들의 흑자도산 도미노를 우려하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1004마트 물대 지급 지연으로 이미 도산 상태인 업체도 있다고 귀띔한다. 이미 최근 얼어 붙은 한중관계로 인해 비상경영 상태로 운영해와 더 이상 버틸 힘이 없는 회사도 있다는 전언이다.


1004마트는 중국업체와도 거래가 적지 않았다. 이들은 예상보다 적은 한국업체들의 채권금액을 들어 “한국업체는 특혜를 받았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어 한국인, 교포 채권자들은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1004마트측은 명절 때 주고 받던 상품권과 선불카드 발행 규모와 회수율을 정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1004마트가 밝힌 2015년 기준 상품권과 선불카드 매출은 170만 위안 수준이며 상품권만 유효기간이 2년으로 정해져 있다. 2015년 판매액을 기준으로 추정해 보면 최근 2년간 상품권과 선불카드 판매액은 340만 위안 수준이다. 회수율을 70%로 계산해도 아직 돌아 오지 않은 상품권 총액은 100만 위안이 넘는다. 유효기간이 없는 선불카드까지 감안하면 소비자들이 떠 안아야 할 대가는 더 클 것이다. 현금처럼 사용 가능한 회원카드 누적포인트도 무용지물이 됐다.


이와 관련해 정 대표는 소비자들의 상품권 피해도 최소화 할 수 있도록 방안을 조속한 시일 안에 내놓겠다고 밝혔으나 뚜렷한 대책은 없어 보인다. 구베이점은 “상품권 사용은 6월 말까지만 가능하다고 안내해 왔다”며 7월부터는 받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돈을 받지 못한 171개 업체의 사장뿐 아니라 직원들까지 고려하면 이번 사태의 파장은 상당하다. 현 사태가 순조롭게 수습되지 않는다면 중국 시장에서의 한국 상품 유통 기반이 일정 부분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측된다. 신용 단절로 인한 물량 축소, 단가 상승은 교민 생활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채권을 회수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한인사회의 신용거래 질서를 무너트린 원인을 철저히 밝혀 한인 커뮤니티에서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한 공급업체 대표의 말이다. 1004마트가 책임감 있는 자세로 사태해결에 임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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