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는 염전에서 일하는 사람을 천하게 여겼다. 직업이 천하다는 이유만으로 주인집에서 차별을 받던 한 염부는 어느 날 한 가지 꾀를 부렸다. 그것은 바로 며칠 후 있을 잔칫상에 소금을 하나도 넣지 않는 것이었다. 잔칫날, 음식이 왜 이리 싱거우냐는 주인의 물음에 염부는 소금을 만드는 일이 너무 천해 이러한 잔칫상에는 어울리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였다고 대답했다. 염부의 대답을 들은 주인은 큰 깨달음을 얻게 됐고 그 후로 다시는 염부를 천시하지 않았다고 한다.
“실례지만, 직업이 어떻게 되세요?” 아마 사람들을 만날 때 이름 다음으로 물어보는 질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직업에 대한 귀천의식이 월등히 높다. 직업이라는 연관 검색어로 '연봉 높은 직업 10위'가 뜰 정도로 우리나라는 국회의원, 의사, 교사와 같은 고소득 전문 직업에 대한 평가가 높다. 반면 민간 부문 직업에 대한 평가는 다른 나라에 비해 현저히 낮다. 우리나라에 직업에 대한 귀천의식이 강하게 자리 잡은 이유는 무엇일까?
직업에 대한 사회적 가치관에 영향을 주는 사회적인 요인 중 하나는 수입이다. 우리나라는 직업 인터뷰를 할 때 직업에 대한 그 사람의 윤리의식보다 그 사람의 월급에 대한 관심이 더 많다. 만약 어떤한 직업의 소득이 적다면, 그 직업은 유망 직업으로 꼽힐 수 없다. 소득에 관한 사회 관념은 학생일 때부터 본능적으로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상위 10%에 들어가야만 자신의 삶을 영위할 수 있는 현재 사회에서 사람들은 평균적인 소득으로도 인간적인 삶을 살 수 있는 사회를 요구한다. 하지만 모순적이게도 대다수의 사람들은 여전히 대기업의 사원이 되기 위해 노력한다. 만약 세무사와 환경미화원의 임금이 거의 차이가 없다면 이러한 소득 격차의 완화가 직업 간의 귀천의식을 사라지게 만들 것이다. 그리고 이런 경제적 환경이 조성된 사회와 그에 따른 정당한 대우만이 학생들에게 자신의 진정한 꿈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줄 것이다.
직업에 대한 귀천의식은 과연 사회에서부터 비롯된 것일까? 헌법은 모든 사람들이 다 '평등'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다른 사람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을 성적으로, 대학의 이름으로, 직업의 종류로, 외모로, 나열하자면 밑도 끝도 없는 여러 조건들을 덧붙이며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평가하며 차별화시키고 있다. 이렇게 스스로 자기 자신을 차별하고 있으니 다른 누군가에게 차별대우를 받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작년, 유명 배우 라미란의 발언이 굉장히 큰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남편이 막노동을 한다는 사실에 부끄럽지 않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러한 그녀의 발언은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받았다. 덴마크의 벽돌공은 자신의 직업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이는 전혀 의아해야 할 일이 아니다. 만약 벽돌공이 없다면 우리는 지붕이나 벽이 없는 집에서 생활하게 될 텐데, 사회 구성원 중 누군가는 이 일을 맡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 직업에서의 '위계'란 자신에게 주어진 업무를 수행하는 범위가 다르기 때문에 생겨난 것이지, 이를 가지고 어떤 누군가가 나의 위 또는 아래에 위치해 있다고 말할 수 없다. 우리는 차별을 강요하는 사회에서 귀천을 구분하는 사회의식을 거부하고 탈피하며 우리 자신을 더욱더 존중해야 한다.
부푼 기대를 안고 자신의 꿈에 대해 고민해야 할 청소년들이 벌써부터 자신의 연봉만을 고려하여 직업을 고른다면 이는 너무나도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사회적 제도의 합리적인 선택과 조율, 그리고 직업에 대한 가치관의 변화가 자신의 일과 삶에 자부심을 가지고 자신만의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좋은 시작이 될 것이다.
학생기자 조은빈 (상해한국학교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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