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리장성과 함께 중국의 랜드마크 중 쌍벽을 이루는 곳은 단연 자금성이다. 자금성 안을 상상해 보자. 장엄하고 묵직한 기운을 뽐내는 성 안을 유유자적하게 걷고 있으면 화려하게 장식된 벽, 고요한 정자와 화원, 즐겁게 사진을 찍는 관광객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사이에 떳떳이 걸려있는 둥근 초록색 간판. 그 초록색 간판은 중국 정부의 것도, 어느 중국 인민의 것도 아닌, 미국의 기업가 하워드 슐츠가 세운 커피숍 스타벅스의 간판일 것이다.
그러나 자금성의 이런 풍경은 현재 볼 수 없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된 성 안에 떡하니 자리잡은 미국의 커피숍은 논란을 낳기 충분했으며, 결국 스타벅스 자금성점은 2007년, 많은 반발과 시위 끝에 7년만에 폐점됐다. 금성(Forbidden Starbucks; 禁星)이 된 것이다.
베이징에 위치해 있었던 스타벅스 자금성점
세계 모든 관광객들의 휴식처라 불리는 스타벅스, 어찌보면 유명한 관광지인 자금성에 있는게 당연할 수도 있다. 뉴욕의 타임스퀘어, 상하이의 와이탄, 도쿄의 시부야, 그리고 서울의 인사동에도 스타벅스는 위치해 있다.
이 장소들의 스타벅스는 주변 건물들과 함께 화려하게 간판을 빛내거나, 그 나라 언어로 간판을 바꾸며 그런대로 ‘로마 법을 따르고 있다.’ 그러나 동양의 전통 건물 사이에 위치해 있는, 영어가 쓰여진 스타벅스는 그 풍경을 망치기에 충분하다. 중국에 카페와 커피에 대한 수요가 없었다면 스타벅스 자금성점도 태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문화유산 안에 바이러스처럼 침투한 스타벅스는 중국인들의 대중심리, 브랜드 과시 심리가 만들어 낸 작품일 수도 있다.
중국은 개혁개방을 해 서방 문화를 받아들인지 채 30년도 안 된 곳이다. 음악이나 옷과 같은 문화는 굳이 오랜 시간을 거치지 않아도 빨리 적응을 할 수 있는 유형의 문화이다. 그러나 식문화는 오랜 이해의 기간이 필요하다. 실제 일년 전 방영했던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선 현재 우리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스파게티를 한국의 비빔국수처럼 비벼먹는 장면이 나왔다. 그 시절 한국이 서방 문화를 접한지 얼마 안됐던 것을 보면, 개혁개방을 한지 겨우 8년만에 생긴 스타벅스 자금성점은 우리에게 의문을 품게 할 수 밖에 없다. 과연 중국의 대중은 ‘커피’라는 음료를 충분히 이해를 했던 것일까.
‘유명한 브랜드라서,’ ‘00나라에선 이걸 많이 먹어서,’라는 감정은 현재도 우리나라 국민들의 마음속에 남아있다. 물론 현재엔 네임밸류보다 질과 개인적인 만족을 중시하는 소비문화로 변하면서 이런 감정은 한국에서 많이 사그라들었다. 하지만 중국에선 스타벅스가 커피숍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고, 그 의미가 크다. 상품의, 또는 브랜드의 네임밸류를 중시하는 심리가 아직도 큰 것이다. 결국 그 마음은 자국의 문화유산의 풍경에 옥에 티를 남겼으며, 갈등을 만들어 냈다. 대중심리가 중국의 소중한 역사유적을 망친 것이다.
무엇보다 스타벅스 자금성점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꼭 자국의 문화유산에 국한해선 안된다. 세계 2차대전 중 미국이 일본에 원자폭탄을 투하하기로 결정했을 때, 일본의 정신적, 문화적 수도인 교토의 문화유산들은 피해서 폭파시키기로 계획한 일화는 유명하다. 이처럼, 자기 나라의 문화유산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들의 문화유산도 그 나라 사람들에겐 중요하다는 것을 인지하며 그것을 지키도록 노력해야 한다. 본인에게 가장 필요한 것,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며, 대중심리에 흔들리지 않도록 가치관을 바로잡아야 한다. 무분별한 소비가 참혹한 결과를 낳을 수 있으므로 더욱 신중해야 한다. 또 하나의 금성(禁星)을 만들지 않도록 하자.
학생기자 정형주 (콩코디아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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