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관’이란 직업은 흔히 ‘세계 무대에서 일할 수 있는 직업’으로 사람들이 인식한다. 그 말도 완벽히 틀린 말은 아니지만, 외교관이 되기 위해선 능숙한 외국어 실력 외에도 더욱 많은 것들이 요구된다. 또한 화려한 파티에 참석하고, 세계 많은 것을 경험할 수 있는 것 뒤에는 많은 노력과 힘든 상황을 직면할 용기가 필요하다. 주 상하이 대한민국 총영사관에서 근무하시는 김희상 영사님을 통해 외교관으로서의 경험을 더욱 자세히 알아봤다.
Q. 외교관이 되고자 하신 이유는 무엇이며, 어떻게 되었는가?
A. 초등학교 6학년 때 선생님께서 장래희망을 쓰라고 하셨다. 그 당시 비스마르크 위인전을 읽고 감명을 받아 외교관이라고 적었던 것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유럽의 평화를 위해 노력하고 뛰어난 처세술을 보여준 비스마르크에 대하여 읽고 외교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대학교에 진학할 때 부모님과의 상의 하에 경제학을 전공하였지만 그 후에도 외교관이 되고 싶어 꾸준히 외교관의 역할과 능력에 대해 고민하며 외국어와 외국 문화, 역사에 대한 이해를 길렀다. 후에 외무고시를 봐 외교관이 되었다. 현재는 외교관이 되는 방법이 달라 국립 외교원에 들어가는 시험을 친 후 일 년 후에 최종적으로 합격을 해야 외교관이 될 수 있다.
Q. 외교관 생활을 하며 가장 기억에 남았던 일은?
A. 상해로 오기 전, 한국 EU FTA에서 수석 대표를 맡아 협상에 실제로 참여해 타결을 한 순간이 잊혀지지 않는다. 몇 일에 걸친 협상을 끝으로 결의안을 작성하려 한 순간, 상대방의 무리한 부탁으로 타결이 지체되었다. 시종일관 부드러운 태도를 유지했지만, 더 이상 토의를 지체할 수 없어 전략적으로 강경한 태도를 취했다. 마침내 양 쪽 다 만족스러운 결의안을 도출해낼 수 있었다. 외교관에게 있어 결의안을 작성하기 위해서 심리전은 필수이다. 그래서 그런지 사람들은 흔히 외교관은 거짓말을 잘 해야 한다고 착각한다. 물론 거짓말로 한 번은 타결 할 수는 있겠지만 이는 양 측의 신뢰관계를 무너뜨린다. 한국 EU FTA 에서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수 있었던 이유는 양 측의 신뢰관계가 단단했기 때문이다. 외교는 장기전이라는 것을 꼭 명심해야 한다. 신뢰와 전략 모두 일회용이 돼서는 안될 것이다. 최근에 여성 외교관의 비중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아마도 여성 외교관들이 공감능력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감성과 전략을 적절히 섞어 사용하기 때문일 것이다. 외교관은 관계를 우선시 하는 직업이다. 서로 얼굴을 붉히는 일을 최소화 해야 할 뿐만 아니라 공적인 관계를 넘어서 사적인 관계를 이어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Q. 외교관에게는 외국어 능력과 글로벌 마인드가 우선시 되지만 언제나 나라를 사랑하고 국익을 중요시할 수 있는 마음가짐도 필요하다. 외교관을 꿈꾸는 상하이 학생들이 갖추어야 할 자질은?
A. 국외에서 생활하는 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자질은 바로 외국어 능력이다. 상대방의 입장을 잘 이해하고 나의 사고를 잘 전달하기 위해서 외국어 능력은 외교관이 갖추어야 할 가장 기본적인 자질이다. 하지만 외국어 능력이 다는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외교관의 자질은 외국어 발음이 누가 더 자연스러우냐가 아니라 누가 더 정확한 표현을 구사하고 깊이 있는 내용을 전달하는지에 따라 좌우된다. 따라서 책을 더 많이 읽고 논리력을 향상시켜 상황에 부합하는 정확한 용어를 제시해야 한다. 또한, 외교관은 많은 일들이 문서로 이뤄지기 때문에, 말이 아니라 글을 쓸 때 더욱 높은 언어능력이 요구된다. 그러므로 작문 능력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다. 외교관은 단순히 통역과 현지 상황을 보고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교섭 또한 요구되는 직업이기에 원만한 협상을 위한 높은 분석능력 또한 요구된다. 타인을 잘 이해하기 위해 그 나라의 문화, 역사 등 여러 방면에 대한 이해가 풍부해야 한다. 현재 중국이 한국의 가장 중요한 파트너로 급부상하게 되면서 중국에서 공부하는 한국학생이야말로 외교에서 가장 큰 재목이다. 더 나아가 지피지기 백전백승이라 하였다. 다른 나라에 대한 이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한국을 잘 이해하는 것이다. 한국 사회에 지속된 관심을 가지고 한국 공부 또한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외교관을 보통 멀티플레이어라고 많이 부른다. 이는 아마도 외교관이 다양한 분야를 섭렵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경제통상, 문화, 국제 기구, 재외 구민 보호 등 좋아하는 분야에 계속 관심을 가지고 지식을 계속 넓혀가는 것 또한 중요하다.
Q. 몇년 전부터 중국의 성장에 힘입어 한중관계가 더욱 부각되고 있다. 또 최근 사드 배치사건이나 한한령 등을 통해 한중관계에 많은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데, 중국의 경제심장인 상하이에 나와 있는 한국 외교관으로서 한중관계의 전망은?
A. 중국은 여러모로 한국에게 중요한 동료일 수 밖에 없다. 지리적으로도 가까워, 한국의 큰 과제인 통일에 대한 중요한 열쇠이다. 또, 중국의 엄청난 경제성장으로 미루어 보아 한중관계는 더욱 더 중요해질 것이다. 여러모로 정치•경제적으로 중요한 국가이다. 사드배치와 한한령으로 갈등을 겪는 지금은 한국과 중국 모두에게 중요한 순간이다. 아무리 좋은 친구관계라도 언제나 갈등을 겪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갈등을 함께 헤쳐나가야 친구 관계도 더욱 단단해 질 수 있다. 현재는 한중관계가 분홍빛은 아니더라도, 이 어려움을 함께 해결하기 위해 양측 다 노력하면 충분히 두 나라의 관계가 더 견고해질 수 있으리라 믿는다. 한국이 중국을 더욱 자세히 관찰하고, 두 나라 모두 열심히 노력하면 이 문제는 해결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Q. 외교관은 항상 국익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때때로 원치 않은 행동을 해야할 때도 있는데, 그럴 때의 대처 방법은?
A. 국익과 상대방과의 관계 사이의 문제는 아슬아슬한 줄타기와도 같다. 얼굴을 붉히거나 거짓말을 하면 금방 신뢰관계를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국익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상대방을 기분 나쁘게 해야 할 수도 있다. 다만, 개인적으로 얼굴을 붉히는 것은 피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외교관에겐 기본적으로 관계가 중요하다. 감정 표출도 우선 상대방과의 신뢰관계를 확립하고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그 만큼 처음엔 부드러운 모습과, 성실하게 외모를 가꾸면서 좋은 이미지를 확립하며 철저하게 계산하며 상대방의 심리를 꿰뚫어보고, 활용해야 한다. 꼭 필요할 때만 화를 내거나, 강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Q. 최근 칠레 대사 청소년 성추행 사건 등 한국 외교관들의 부끄러운 행각들이 이슈가 되고 있다. 이러한 사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앞으로 어떤 외교관으로 남고 싶은지?
A. 먼저, 그런 사건들을 보면 외교관으로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너무나 부끄럽다. 둘째, 위에서 언급한 국제기구 근무자, NGO 직원과 외교관이란 직업의 차이점은, 바로 외교관은 나라를 대표한다는 뜻이다. 외교관은 해외 외교관들과 그 나라를 대표해서 교섭을 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고, 많은 노력을 하며, ‘내가 우리나라의 얼굴이다’ 라는 사명감을 갖고 있어야 한다. 그 사명감을 잊는 순간 저런 부끄러운 모습이 나오기 마련이다. 그 부끄러운 모습이 개인에게만 끝나면 모를까, 나라 전체에 먹칠을 해버리는 꼴이 돼 우리나라의 외교에 악영향을 끼친다. 게다가 2-3년 단위로 외국을 돌아다녀야 하는 외교관과 그들의 가족에겐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힘든 상황이 많이 찾아온다. 그 만큼 외교관은 높은 수준의 도덕의식과 어려움을 이겨내는 강한 정신력이 필요하다. 물론 이는 절대 쉬운 것이 아니며, 외교관이 되기 위해선 그만큼의 노력이 필요하고, 더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Q. 외교관으로서 많은 명예와 나라의 지원 또한 얻을 수 있다. 하지만 때때로 제3세계 국가에 파견되어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있다. 제 3세계 국가에 살면서 겪었던 어려움이 있었는가?
A. 대개 사람들은 외교관이 호화롭고 화려한 삶을 살고 있으리라 기대한다. 물론 파티에 참석할 때도 있지만 제3세계 국가에 파견되어 겪는 어려움도 만만치 않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이나 케냐 같은 곳에서는 치한이 많고 실제로 집에 무장강도들이 쳐들어 와 가족이 인질로 잡히는 경우도 있다. 또한 의료시설이 부실하여 자녀들이 신체적으로 아플 때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많다. 친한 동료는 아프리카 공관에서 근무를 했는데, 부인이 아파 치료를 받으러 다른 나라로 옮기는 과정에서 돌아가셨다. 이에 비하면 인도에서의 생활은 새 발의 피다. 대신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이 많았다. 인도에서는 위생이 그렇게 좋지 않다. 하루는 닭고기를 사러 시장에 나갔는데 까만 닭이 걸려 있었다. 한국의 오골계인가 싶어 굉장히 반가웠는데 박수를 치니 닭에 붙어있던 파리가 날아가 하얀 닭이 되었다. 인도에서는 식수시설이 좋지 않아 물을 조심해야 했다. 마시는 물, 콜라에 담긴 얼음 심지어 샐러드에 고여있는 물 또한 조심하지 않으면 이질과 같은 병에 걸릴 수 있다. 근무하는 2년 내내 한 번도 아프지 않다가 떠나기 일주일 전에 조심하지 않아 굉장히 아팠던 기억이 있다. 일주일 동안 무려 3kg이나 감량했다.
Q. 곧 상하이에서의 임기가 끝나간다. 개인적으로 가고 싶은 나라나 우리나라와의 관계를 발전시키고 싶은 나라는 없는가?
A. 힘들긴 하지만, 인도, 중국, 남아메리카 국가들, 중동 국가들, 아프리카 국가들과 같은, 아직은 선진국이 아닌 신흥시장에서 일해보고 싶다. 미국, 일본과 같은 정치•경제적으로 안정적인 나라는 외교관의 역할이 크게 중요하지 않다. 이미 많은 것들이 규칙으로 정해져 있고, 관계를 많이 발전시켜 나갔기 때문에 해결해야 할 문제도, 만들 문제도 많이 없다. 내가 가본 인도같은 곳들은 외교관들의 적극적인 외교가 필요하다. 가족들은 힘들어 하겠지만, 아직은 발전이 덜 된 나라에서 국익을 위해 더욱 열심히 일하고 싶다.
Q. 상하이에서 공부하며 외교관의 꿈을 키우는 친구들에게 외교관으로서 하고 싶은 이야기는 있는가?
A. 일단 외교관이란 직업에 대해 관심을 가져줘서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훌륭한 인재들이 우리나라의 외교관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둘째로, 세계 두 강국인 중국과 일본 사이에 껴있는 한국이란 작은 나라에겐 외교관은 너무나도 중요한 것 같다. 또한 외교라는 것은 사람과 사람이 만나 소통을 해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외교관이라는 직업은 절대 사라지지 않을 직업이라 생각한다. 그 만큼 많은 무게가 따르는 자리이기 때문에 국제 관계에 대한 확고한 생각과 관심을 가지고, 좁은 우리나라만 보지 않고 다른 나라에도 눈을 돌려보며 외교관의 꿈을 키워 나갔으면 좋겠다. 물론 스트레스도 많지만, 그 만큼 큰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직업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셋째로, 만약 ‘국제 무대에서 일하고 싶다’라는 생각으로 일을 하고 싶다면 외교관 외에도 많은 직업이 있으니, 여러 상황을 고려하고, 외교관이란 직업에 대한 이해도를 키우고 잘 선택했으면 좋겠다. 국제기구 근무자, NGO 직원도 모두 외교관과 같이 국제 무대에서 활약할 수 있는 직업들이다.
멀고 흐릿하게만 느껴졌던 외교관이란 꿈이, 김희상 영사님 덕분에 더욱 자세히 알고, 직접 외교관과 이야기를 하게 되면서 더욱 가까워진 것 같은 느낌이다. 굉장히 소중한 만남이었다. 외교관이 되기 위해선 공부하고, 느끼고, 생각해야 할 것이 태산이지만, 조금 더 뚜렷하게 장래희망을 볼 수 있어서 성인이 돼서 더욱 목표의식을 갖고 준비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번 기회를 통해 다시 한 번 꿈을 확고하고 견고하게 세울 수 있는 좋은 길잡기가 된 것 같다.
학생기자 정형주 (콩코디아 11), 학생기자 조은빈 (상해한국학교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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