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민간기업 가업승계 문제 심각…자녀 10명 중 8명 “승계 원치 않아”
중국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민간 기업 대부분이 최근 세대교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신망(中新网)은 182개 중국 우수 가족기업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한 결과, 평균 연령 52세 창업자들의 자녀 중 82%가 “가업승계를 원치 않는다”고 답했다고 13일 보도했다.
이는 최근 ‘갑질(任性, 제멋대로 하다)’, ‘돈자랑(炫富, 재물을 뽐내다)’등의 단어가 기업 2세들의 꼬리표로 따라다니는 사회적 풍토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최근 기업 2세들의 상속, 승계 문제가 사회적 관심사로 떠오르면서 이들이 부모의 회사를 물려받는 것이 더이상 당연시 되지 않는 분위기가 조성된 것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부모님이 후저우(湖州)에서 가구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양치(杨奇)는 대학교 졸업 후 경영권 승계를 고려하는 부모님의 성화로 호주에서 유학을 했지만 결국 정해진 진로보다는 호주에 남아 스스로의 길을 개척하고 싶다는 의사를 내보였다.
항저우(杭州) 중견 제지업 기업 2세 양이(羊艺) 역시 최근 경영권을 잇기를 바라는 부모의 뜻에 반하고 보석감식의 길을 걷기로 결정했다.
이들같이 ‘독립’을 원하는 기업 2세들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어 최근에는 외부 전문 경영 인사를 초빙해 경영권 승계를 준비하는 기업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한 중국개인부호보고서에 따르면, 재벌 2세 중 65%가 이후 전문경영인을 초빙하거나 회사 일부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방식으로 가족 기업의 경영을 잇고 싶다고 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포춘이 선정한 ‘신부호 500명’ 데이터에 따르면, 현재 민간기업 오너 연령이 50세가 넘은 곳은 전체의 67%였다. 이는 곧 중국 내 300만 개의 민간 기업이 세대교체 문제에 직면할 것임을 시사한다.
지난 2012년 중국의 민간 기업이 전체 경제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0% 이상으로 그 영향력은 날로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민간 기업이 직면한 문제는 더이상 기업 자신의 문제가 아닌 중국 전체 경제 발전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기업 오너는 반드시 사전에 기업 인사들과 가족이 합의하는 승계 계획을 구상해야 한다고 입을 모아 강조하고 있다. 이어 만약 자녀가 경영권 승계를 원치 않을 시, 조건에 부합하는 주주를 교육해 기업 정신과 관리 방법을 전수해야 할 것을 당부했다. 또한, 민간 기업의 세대교체 문제는 단순한 가족사가 아닌 국가의 일로 여겨져야 하며 이에 따라 정부 차원에서 전문경영인 육성을 위해 힘쓰고 인터넷과 빅데이터를 이용해 이들의 정보 파일을 체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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