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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중국학교 9년, 서울대 입학 예정 김혜민 학생

[2017-07-22, 23:42:31]

 

"중국 경험 안고 넓은 무대로!"


 

김혜민

1 SSIS
2~3 SAS
3~5 香山小学
6~9 建平香梅中学
10~12 建平中学 

토플 106
SAT 2100
HSK 6급(291)

 

<주요 합격 대학>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9월 입학 예정)

연세대 경제학과 합격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9년간의 중국 로컬학교에서의 소중한 인연과 경험들, 힘든 시간도 있었지만 제 꿈에 한 발 다가서게 한 학교생활에 감사하죠.”
9월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입학을 앞두고 있는 김혜민 학생, 9년간 다녔던 중국학교에서 김 양은 전교 몇 안되는 ‘특별한 외국인’이었다. 교민사회에 들어오면 ‘로컬학교 출신’이라는 꼬리표가 늘 따라 다녔다. 단체활동 속에서 자신도 모르게 의기소침해지기도 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차츰 ‘남다른 이력’이라는 자신감이 붙었다. 실력은 덤으로 따라왔다. 중국학교에서의 익힌 중국어와 특별한 경험들이 꿈을 향해 한걸음 내딛게 했다.

 

“중국학교 전학과 함께 찾아온 아빠의 건강악화 소식, 하지만 참담한 현실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죠. 마음을 다 잡고 중국어 공부에 매진하며 이겨냈어요.”
상하이에서 국제학교 2년 반을 다닌 후 외국인이 거의 없는 푸동의 한 로컬학교로 전학했다. 주재원 임기를 마친 아빠가 중국에 남기로 결정하면서 국제학교를 다니기 어려워졌다. 원치 않는 선택이었다. 전학한 지 1년이 지난 5학년 때 아빠가 폐암 말기 판정을 받았다. 어린 나이에 받아들이기 힘든 청천벽력 같은 소식, 하지만 가만히 있는다고 달라질 것이 없다는 생각에 마음을 다잡았다는 김 양, 그녀의 중국학교 적응을 위한 본격적인 노력이 시작됐다. 이렇게 당분간일거라는 생각으로 전학한 중국학교에서 졸업까지 하게 됐다.

 

“중국어는 예습 없이 학교수업을 따라가기 힘들어요. 매일 저녁 어문 교과서에 병음을 달고 몇 시간씩 읽고 쓰기를 반복했죠. 당시(唐诗), 송사(宋词)가 입에 붙을 때까지 수도 없이 암송했어요.”
중국학교로 전학한 3학년, 병음이 없는 어문책을 받아 들고 엄마는 교과서에 일일이 병음을 달았다. 중학교부터 성적은 전교 상위 10%를 유지했고, 중국학생들을 제치고 전교 1등을 차지하기도 했다. 선생님과 친구들로부터 실력을 인정받아 전교 부회장을 맡는 등 외국인으로는 유례없이 3년간 학생회 활동을 했다.
고등학교 때는 위화(余华)의 작품에 빠져 ‘인생’, ‘허삼관매혈기’를 읽으며 중국의 문화대혁명에 대해 알아갔다. 고 3때는 중국 TV프로그램 ‘CCTV 한자받아쓰기대회(中国汉字听写大会)’에 선발되기도 했다. 중국어 실력은 깊이를 더해갔다.

 

“공부법이요? 중국학교에서는 학교수업과 과제만 하기에도 빠듯했어요. 때문에 ‘교과서 위주’라는 것밖에 할 말이 없는데, 굳이 꼽자면 꾸준함?”
중국학교는 수업시간 학습량과 과제물이 많다. 과제는 매일 다음날 수업을 따라가기 위한 ‘예습’과 그날 배운 학습의 문제풀이 유형의 ‘복습’으로 이뤄진다. 외국인이라고 열외는 없다. 완성도 높은 과제를 하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빠듯하다. 중국학교 초기에는 수업을 따라가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지 않으면 안됐다. 어느 정도 실력이 붙은 후에는 흥미가 생겼고 잘하고 싶어졌다고 한다. 중학교 때 오빠를 따라 다른 학교 국제부로 전학할 수 있었지만, 다니던 학교에 남기로 결정했다. 그 만큼 중국어와 중국 학교생활이 익숙해지고 편안해지고 있었던 것이다.

 

“영어는 중국학교 수업만으로 충분치 않았던 과목이에요. 집에서 매일 단어를 외우며 어휘량 늘리기에 열중했죠. 혼자 했으면 쉽게 지쳤을 텐데 엄마의 관심이 큰 도움이 됐어요.”
김 양의 ‘꾸준한’ 공부법은 영어에서 통했다. 영어는 중국학교만 다닌 학생들에겐 취약할 수 밖에 없는 과목이지만 사교육 없이 실력을 쌓아갔다. 중국학교 전학 이후 과외는 하지 않았다. 아니, 할 수 없었다. 공인성적을 위해 잠깐 다녔던 학원 외엔 여건상 스스로 공부해야 했다. 이 때 엄마표 학습이 도움이 컸다. 엄마는 매일 정해진 단어량을 간단한 테스트로 확인해주는 과외교사가 돼줬다. 이렇게 중학교 때부터 매일매일 꾸준히 쌓아온 어휘량은 공인성적을 준비할 시기에 조용히 존재감을 드러냈다.

 

“제 꿈은 외교관이었어요. 그런데 책 한 권을 통해 바뀌게 됐죠. 평소에도 주로 책을 통해 관련 지식을 알아가곤 하는데, 독서가 진로 선택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한 셈이에요.”
엄마가 권해 준 외교학 관련 서적을 읽는 중 제프리 삭스 교수의 ‘커먼웰스’라는 책을 접하게 됐다. 세계 6분의 1인구가 극단적 빈곤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기아의 이유가 식량 생산이 아닌 분배의 문제라는 것에 놀랐다는 것. 이 책에서 출발한 자신의 미래에 대한 청사진은 학교 선생님과의 얘기 속에서 구체화됐다. 이후 아프리카의 기아퇴치, 식량난을 해결할 수 있는 정책 수립에 기여하고 싶은 생각이 확고해졌다. UN세계식량계획(WFP), UN국제식량농업기구(FAO), 국제식량정책연구소(IFPRI) 등에서 일해보고 싶어졌다.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에서 농업자원경제학을 전공해 자원외교에 나서고 싶은 것이 그녀의 꿈이다.

 

“‘고통은 벌이 아닌 기회’, 제 마음에 크게 와 닿았던 말이에요. 고통은 거기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찾도록 지혜를 주죠.”
20살을 앞둔 여학생에게 찾아온 고통, 그 속에서 얻는 교훈이다. 폐암 말기 판정을 받고 수년째 다양한 치료법으로 극복해내고 있는 아빠를 보며, 그리고 국제학교에서 중국학교로 전학하는 힘든 과정을 헤쳐나가면서 지혜와 용기를 얻었다며 스스로를 토닥인다. 더불어 자신이 발전할 수 있는 기회가 된 것에 감사함까지 느낀다. 또 중국친구들과 함께 한 다양한 프로젝트, 2위안으로 한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중국 빈민층 구제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고등학교 시절, 이 같은 깊이 있는 중국 경험들이 김 양을 더 넓은 무대로 밀어내고 있다. 자신의 능력이 어딘가에 쓰일 수 있다면 그 곳이 어디든 도전하고 싶다는 김혜민 학생의 다음 무대가 기대된다.

 


고수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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