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의 고등학생들이 자비로 제작한 성 소수자 영화가 있어 화제를 모으고 있다. 24일 베이징청년보(北京青年报)는 베이징 런민대학 부속 고등학교 3학년생들이 성소수자 고등학생의 이야기를 담은 ‘도망(逃离)’이라는 영화를 제작했다고 보도했다.
이 영화는 한 남자 고등학생인 장왕안(张望安)이 자신의 자아를 찾아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장왕안은 항상 자기가 여자라고 믿었고 부모님이 안 계실 때면 혼자 치마를 입고, 화장을 하는 등 여자처럼 치장을 했다. 그러다가 온라인 상에서 여자인 척 새로운 여자 친구를 사귀었지만 알고보니 어릴 적 반 친구들에게 놀림받던 자신을 도와준 남학생 청이(成译)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에 대한 자신의 감정에 혼란스러워 하다 결국은 자신이 같은 남자를 좋아하는 성 소수자임을 인정하는 내용이 주요 스토리다.
사실 성 소수자(LGBTQ: 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렌스젠더, 퀴어의 합성어)는 성인들도 다루기 꺼려하는 민감한 소재다. 연출을 맡은 후란란(胡然然) 학생은 “사실 성소수자들은 친구들 사이에서도 실제로 존재하지만 어른들 뿐만 아니라 우리 세대들도 이해하지 못하는 경향이 많다”며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성소수자들을 이해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영화를 제작했다고 밝혔다.
그녀는 이번 영화 제작을 위해 성 소수자를 소재로 한 영화나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영감을 얻었고 성소수자 상담센터를 직접 방문해 그들을 만나고, 강좌를 들으며 시나리오를 수정하는 열정을 보였다.
상당히 민감한 소재인 만큼 이를 바라보는 반응은 극과 극이었다.
먼저 학생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자아성찰의 중요한 시기인 고등학생들을 위로하고 독려하는 내용이라는 반응과 일부 학생들은 “성인들이 짊어져야 할 사회적 책임까지 담은 영화”라고 평가했다. 일부 학부모들도 자녀들의 성 정체성을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며 그들의 도전에 박수를 보냈다.
참신한 소재와 탄탄한 스토리는 ‘환영’받았지만 런민대학부속고등학교의 영화제에는 출품되지 못했다. 영화 심사위원 측에서도 소재는 신선하지만 성 소수자라는 특수하고 민감한 소재를 다루고 있어 영화제 심사에는 통과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영화의 소재가 너무 시대를 앞서가 고등학교 영화제에서 상영하기에는 부적절하다”는 심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고 영화 장면 중 실제 런대부속고의 교복이 노출된 것도 심사를 통과하지 못한 이유로 지적됐다.
사실 고등학생들이 ‘성’을 소재로 영화로 제작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최근 몇 년 간 베이징 고등학생들 사이에서 성 정체성을 찾는 문제에 대해 꾸준한 관심이 이어져왔다.
2년 전 칭화부속고등학교에서 혼전 임신에 대한 영화를 제작해 관심을 모았고 올해 7월 초 베이징 고등학교 연합에서 ‘봄의 깨달음(春之觉醒)’이라는 성을 소재로 한 영화를 제작하는 등 최근 중국 청소년들 사이에서 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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