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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이야기] 보통으로 살아내기

[2017-09-27, 12:59:57] 상하이저널

"나, 이 사람 보통 사람입니다. 믿어주세요!"
오래 전 슬로건으로 내세운 모 대통령유세 멘트다. 보통으로 생각하고 산다는 것 쉬워 보이지만 살다 보면 결코 쉽지 않다는 건 누구나 느끼는 감정 일것이다. 언젠가 이야기 했듯이 너무나 평범해서 꿈조차 너무나 평범했던 나. 그저 노년에 내 옆지기와 손잡고 어디든 다닐 수 있다면 하는 생각이 보통을 넘어 어쩌면 무능하고 어이없다고 느낀 적도 있었다. 하지만 요즘 바람이라 말하기엔 너무나 당연한 일들이 정말 어렵다는 걸 순간순간 느끼곤 한다.


햇수로 8년을 연애하고 반대하는 결혼을 해내고 27년이 지났다. 둘 다 누구 하나 특별하지도 않은데 왜 그리 우리 어머니는 반대를 하셨는지 지금도 생각하면 씁쓸하기만 하다. 결혼한 다음해에 시아버님 회갑 이셨고 그때만 해도 잔치라는 게 당연한 듯 일가친척 친지 모셔서 시끌벅적 우리도 그렇게 풍악을 울리기도 했다. 몇 년 지나 어머니 회갑 칠순 오랫동안 서운한 감정이 계셨고 다행인지(?) 그 후론 백일, 돌, 회갑 그런 잔치문화가 점차 없어지는 추세여서 해외 여행을 보내드리는 걸로 대신하곤 했다.


지난달 한국에 다녀왔다. 여러 가지 볼일들이 있었지만 올해 팔순을 맞는 시어머니, 어떻게 보내야 할지 시동생 내외와 의논도 한 부분 이었다. 매년 추석 지난 후 어머님 생신 또 며칠 후 아버님 생신이어서 신혼땐 한 달에 세 차례의 행사가 살짝 부담스럽기도 했다. 우리가 중국으로 온 후론 어쩔 수 없이 가족끼리 식사나 용돈을 보내드리는 걸로 대신했다.


하지만 이번은 팔순이다. 동서 말로는 한번도 잔치를 안하신 어머니가 이번엔 내심 하고 싶은 마음을 비치셨다고 한다. 우린 그 잔치가 부담스러웠고 자연스럽게 가족이 모여 식사하고 두 분이 여행 가시는 걸로 유도하기로 했다. 구순을 바라보시는 아버님과 어머님은 정말 감사하게도 건강하시다. 각자 취미활동도 활발하게 하시고 아버님은 매일 아침 등산을, 어머니는 요가와 각종 문화생활을 하시며 당신 관리들을 철저하게 하신다.

 

큰 문제 없어 보이는 지극히 평범한 가정, 문제는 두분 사이가 각별하지 않다는 것이다. 함께 손잡고 여유롭게 다니실 수 있는 완벽한(?) 조건인 듯 한데 우리가 의견을 내놓자 바로 둘만의 여행은 절대 싫다신다. 무엇이 이렇게 두 분을 돌아서게 했는지 알 수 없지만 아무튼 우리의 계획은 바로 거절을 당했다. 잔치를 대체할 여러 가지 안이 나오고 결국은 여행도 별거 아니라는 어머님 말씀에 아들들이 부모님 모시고 고향방문과 특별용돈(?)으로 결론을 맺었지만 왠지 씁쓸한 마음은 떨칠 수가 없었다. 그리곤 평범한 삶 보통사람은 살아간다는 것이 아니라 살아낸다는 생각이 들었다. 늙어서 잡은 주름진 두 손은 인생을 살아낸 자들만이 맛볼 수 있는 진짜 보통사람의 상급과 같다는 것을….


어머님은 한껏 부푸신 것 같았다. 아버님은 차치하고 사랑하는 두 아들 거느리고(?) 고향 가실 생각에 그리고 벌써부터 아들 좋아하는 음식 장만할 계획이 가득했다. 아무튼 이번 추석이 어머니에게 떠들썩한 특별한 명절이 될 것이고 멋진 추억여행이 되길 기대한다.

 

칭푸아줌마(pbdmo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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