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양=연합뉴스) 조계창 특파원 = 백두산(중국명 창바이산.長白山) 개발을 총괄하고 있는 중국 지린(吉林)성 산하 창바이산보호개발구관리위원회(이하 관리위)가 백두산 북쪽 등산로 주변 호텔에 대해 일제히 철거를 통보했다.
이번에 철거 방침이 전달된 대상에는 한국인 투자호텔도 4곳이나 포함돼 있어 한국인 업주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관리위측은 지난 21일 북파로 불리는 백두산 북쪽 등산로 주변 호텔 10여 곳에 일제히 철거 공문을 보내고 "연내 철거작업을 완료할 방침"이라고 통지한 것으로 28일 확인됐다.
현재 백두산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고 있는 북쪽 등산로 주변에는 지린천상온천관광호텔과 창바이산온천관광호텔, 지린창바이산건강오락유한공사, 대우호텔 등 한국인이 투자한 호텔 4곳과 북한 국적 재일동포가 투자한 장백산국제관광호텔이 영업 중이다.
공문에 따르면 관리위측은 백두산을 유네스코 지정 세계자연유산으로 신청하기 위한 사전 작업으로 상부에서 호텔 등 관광객 편의시설에 대한 철거 허가를 받았다고 밝히고 보상 절차 진행을 위해 부동산 감정평가사 2곳을 제시하고 25일까지 이중 1곳을 선택할 것을 통보했다.
관리위측은 25일에도 건설국 책임자를 이들 호텔에 보내 법에 따른 적법한 철거라는 점을 재차 강조하고 관련법에 따라 충분한 보상이 이뤄질 것이라며 철거에 협조해줄 것을 설득했다.
앞서 관리위는 지난 4월에도 백두산 주변 정비작업의 일환으로 호텔에 대한 철거 작업이 진행될 것임을 사전에 예고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오갑렬 선양(瀋陽) 주재 한국총영사는 지난 8일 스궈샹(石國祥) 관리위 주임을 면담하고 한국인 투자호텔에 대해 충분한 보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관심을 기울여 줄 것을 당부했다.
하지만 한국인 투자호텔측은 계약 기간이 엄연히 남아 있는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철거를 통보한 것은 투자자들의 이익을 도외시한 처사라며 부동산 평가사 선정을 거부한 채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들 투자호텔은 90년대 후반부터 300만∼700만달러(약 28억∼66억원)를 투자해 각각 2013∼2038년까지 호텔을 운영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인 투자호텔에서 일하고 있는 한 지배인은 "관리위측에서 충분히 보상을 해 주고 새로 개발되는 부지에서 계속 호텔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말하고는 있지만 관리위에서 내줄 수 있는 땅이 얼마 안돼 그 약속이 지켜질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창바이산국제관광호텔을 운영하고 있는 북한 국적 재일동포 박정인(63)씨는 "관리위측의 일방적 철거통보는 조선(북한)과 중국이 2004년 체결한 투자보장협정에도 어긋나는 것으로 관리위측이 일방적으로 철거를 강행한다면 국제사법재판소 및 유네스코에도 이 문제를 제기하겠다"며 반발했다.
박씨는 "지난 22일 조선 대사관에도 이 사실을 알렸으며, 대사관측으로부터 관리위측의 일방적 철거 통보는 상호 투자자를 보호해주기로 한 조중 투자보장협정을 근거로 대응할 수 있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외교통상부는 이날 "지난 8일 현지에 대사관 관계자 등을 파견해 관리위 측과 협의를 가졌으며 한국인 투자 호텔 등을 철거할 경우 충분한 보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중국 측의 협조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또 "중국측은 `철거는 중국 법률에 따라 합리적 방법으로 이뤄질 것이며 보상 문제 등에 있어 해당 호텔은 물론 우리 정부와도 긴밀히 협조할 것'이라고 언급했다"고 덧붙였다.
외교부는 이어 "앞으로도 중국측 관련 동향을 주시하면서 정당하게 투자한 우리 업체가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노력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