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사의 원인, 관상동맥은 왜 막힐까?
요즘 젊은 나이에 갑자기 쓰러져 사망했다거나 자고 일어났더니 죽어있었다는 뉴스를 듣는 경우가 많다. 이는 대부분 관상동맥이 막혀서 생긴다. 관상동맥은 심장에 영양을 공급하는 혈관으로, 그 모습이 마치 왕관처럼 생겼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여졌다.
그러면 관상동맥이 막히는 경우는 왜 생길까요? 대개는 동맥경화로 혈관에 혹이 생겨서 그렇다. 이를 어려운 말로 허혈성 심장질환이라고 한다, 허혈(虛血)은 혈관이 막히거나 좁아져서 조직에 국부적인 빈혈상태, 즉 피가 빈 상태가 생겼음을 말한다. 허혈성 심장질환이 바로 호전되지 않으면 이어지는 현상이 바로 급사다.
옛날에는 이런 병이 거의 없었다. 급사는 속된 말로 먹고 살만해지면서 생긴 병이다. 급사는 문명병이라고도 불리는데 그 이유는 급사의 발병이 평소의 식생활이나 스트레스 등과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급사, 예방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어떻게 급사를 예방할 수 있을까? 사실 허혈성 질환의 대부분은 심장질환 아니면 뇌혈관질환이다. 그러면 허혈성 질환은 왜 간이나 콩팥, 위에는 안 생기는 것일까? 거기로 가는 혈관에도 동백경화가 생길 수 있을 텐데 말이다. 그 원인은 혈관분포의 차이에 있다. 다른 장기로 가는 동맥에는 우회로가 많아서 어느 한 길이 막혀서 어떻든 돌아갈 수 있는데, 뇌와 심장에는 길이 하나밖에 없다. 왜 하필 가장 중요한 장기인 심장과 뇌에는 우회로가 없을까? 이는 어쩌면 신의 섭리일지도 모르겠다.
동맥이 막히는 질병이 뇌와 심장 중 어디에 생기는지는 순전히 운이다. 병이 뇌가 아니라 심장에 생겼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요즘은 하수도를 청소하듯 막힌 관상동백을 뚫어주기도 하고, 그래도 안될 때는 다른 혈관으로 대치할 수도 있다. 반면 뇌에 허혈성 질환이 생겨서 의식을 잃거나 반신불수가 되면 방법이 없다. 고스란히 본인과 가족의 불행이 된다. 물론 관상동백이 막혀 급사로 이어지는 수도 있으니 어느 쪽이 나은지는 더 생각해 봐야겠다.
무엇이 심장을 병들게 하는가?
심장질환이 생기는 원인을 정확하게 규정할 수는 없지만 병을 유발하는 개벌적인 원인, 즉 위험인자에 대해서는 많이 밝혀졌다. 대표적인 것이 높은 콜레스테롤 수치와 고혈압, 흡연이고 그 다음이 비만과 당뇨다. 그 때문에 콜레스테롤이 높은 음식을 즐기고 비만 인구가 많은 미국은 사망 원인 1위가 심장질환이라고 한다. 스트레스와 비관적인 마음가짐 또한 심장질환의 주요 위험인자 중 하나다.
순환계에 절대적으로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것이 비만이다. 지방세포가 많아질수록 혈관도 늘어나고 그만큼 심장이 내보내야 하는 혈액량도 많아져서 결국은 심혈관계에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또 비만이 되면 혈관의 노화가 촉진되기 때문에 아주 해롭다.
나이가 들면 동맥이 노화되어 죽상동맥경화증이 생기거나 모세혈관 및 미세혈관이 노화현상을 보이기도 한다. 이는 각 장기 기능의 노화로 이어지기도 한다. 예를 들어 신경계로 가는 혈관에 노화가 오면 치매에 걸리기 쉬워진다. 뿐만 아니라 암, 당뇨병, 백내장 등 모든 질환이 미세혈관의 노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여성들은 스스로를 순환계 질환에서 보호하는 보호막을 가지고 있다. 에스트로겐이라는 호르몬이 그것이다. 하지만 에스트로겐은 폐경기를 기점으로 줄어들기 대문에 폐경기가 지난 여성들은 순환계 질환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1961년 서울의대를 졸업, 1976년 동대학 생리학과 교수로 부임한 이래 2009년까지 생리학 연구와 교육에 종사했다. 모두가 건강하게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2001년부터 서울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우리 몸의 이해’라는 이름의 교양 강의를 진행해왔다. 현재는 서울대 명예교수 겸 중국 시안 교통대 및 영국 리버풀대 초빙교수로 있으며, 원광대와 영국 옥스포드대 객원연구원을 겸하고 있다. 세계 생리학회 운영위원, 심혈관분과 위원장을 역임했고, <유럽생리학회지> 부편집인, <동합의학연구 학술지>의 편집장으로 일하고 있다. 주요 연구 분야는 심혈관 생리학, 이온통로 생리학으로 광혜의학상을 비롯 과학기술부 우수연구자상, 홍조근정훈장을 받았다. 올해 5월 ‘창비’에서 <내 몸 공부>를 출간했다.
earmye@naver.com
엄융의
1961년 서울의대를 졸업, 1976년 동대학 생리학과 교수로 부임한 이래 2009년까지 생리학 연구와 교육에 종사했다. 모두가 건강하게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2001년부터 서울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우리 몸의 이해’라는 이름의 교양 강의를 진행해왔다. 현재는 서울대 명예교수 겸 중국 시안 교통대 및 영국 리버풀대 초빙교수로 있으며, 원광대와 영국 옥스포드대 객원연구원을 겸하고 있다. 세계 생리학회 운영위원, 심혈관분과 위원장을 역임했고, <유럽생리학회지> 부편집인, <동합의학연구 학술지>의 편집장으로 일하고 있다. 주요 연구 분야는 심혈관 생리학, 이온통로 생리학으로 광혜의학상을 비롯 과학기술부 우수연구자상, 홍조근정훈장을 받았다. 올해 5월 ‘창비’에서 <내 몸 공부>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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