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과 같은 연휴가 있는 10월과 크리스마스가 있는 12월과 달리 11월은 ‘휴일이 없는 달’이다. 그러나 11월 하면 자연스레 생각나는 기념일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빼빼로데이’이다. 숫자‘1’을 닮은 빼빼로가 4번 겹쳐진 11월 11일이면 사람들은 자신의 연인과 지인들에게 빼빼로를 주고받으며 서로 사랑과 정을 나누는 기념일로 여긴다.
그렇다면 빼빼로데이는 어떻게 시작이 된 것인가.
빼빼로데이의 기원은 1983년으로 올라간다. 롯데제과는 1983년에 “빼빼로”라는 제과를 시중에 판매하기 시작했다. 그 후 1994년 영남지역에 한 여자중학교에서 여학생들끼리 ‘빼빼로처럼 날씬해지기를 바란다’라는 의미로 서로 빼빼로를 선물하자 그것이 지역신문에 기사화되며 이름을 떨쳤다. 그 이후 1997년부터 롯데 제과는 ‘빼빼로데이’를 정식적인 행사로 기획하여 일반 대중들에게도 ‘빼빼로데이’에 대한 인식을 확산시켰다.
롯데제과의 마케팅전략
롯데제과 같이 일 년에 특정한 날짜를 마케팅에 이용하는 것을 ‘데이마케팅’(Day Marketing)이라고 칭하는데, 본래 의도는 종교적인 행사, 지도자의 권위를 과시하는 대관식, 또는 축제일을 정할 때 사용된 마케팅 전략이나, 지금 21세기에는 시기적으로 부합한 뉴미디어 또는 소비문화 또는 소비의식으로 인식되어있다. 이러한 미디어효과를 이용해 롯데제과가 처음 행사를 기획할 때 ‘빼빼로데이’는 청소년들을 겨냥했다. 달달한 과자를 좋아하고 유행에 민감한 이른바 청소년들과 달리 ‘상술에 놀아나는 것 같다’며 롯데제과의 마케팅 전략에 대한 거부감을 표하는 어른 고객들을 피한 결과였다. 다른 기념일들과는 다르게 젊은 층 또는 청소년들이 감당할 수 있는 적은 금액으로 선물을 주고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청소년들의 반발심을 줄였다. 처음에는 제과 회사의 상술에 불과하다는 반발의 목소리가 컸으나 연인과 지인, 동료들에게 마음을 전하는 날로 대중의 인식이 변화되며 빼빼로데이는 어엿한 기념일이 된 것이다.
마케팅전략을 통해 ‘빼빼로데이’가 남긴 이윤은?
롯데제과는 다른 유명무실해진 ‘데이’들과는 다르게 성공적으로 빼빼로데이를 11월을 대표하는 기념일이자 매년 꼭 해야 하는 연례행사로 대중들에게 각인시키는 데 성공하였다. 롯데제과는 빼빼로데이에 1+1 이벤트까지 진행하며 소비자의 소비를 부추겼다. 유명 온라인 쇼핑 사이트인 G마켓에 의하면 최근 11월 첫 주 간 초콜릿 및 과자 판매량이 전주(10월 마지막 주) 대비 57%, 전월 대비 75% 증가했다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빼빼로 판매량은 출시 첫해, 약 40억 원에 불과하였지만 2000년 들어 급증하였고, 2003년에는 300억 원을 돌파하고, 2008년에는 560억 원의 매출을 남겼다. 또한, 2013년에 대비 2014년에 24% 상승하는 등 매년 상승세를 보였다.한 푸드 매거진에 의하면 빼빼로 수출액은 2013년에는 한화 약 230억 원, 2014년 약 345억 원, 2015년 461억 원으로 2015년 대비 2016년에는 30% 이상 증가했다고 밝힌 만큼 수익이 엄청나다.
11월 11일. 빼빼로데이에 가려진 기념일들
이러한 마케팅 전략으로 롯데제과뿐만 아니라 마트와 지역상점들도 이윤을 남겼으나, 빼빼로데이에 가려진 기념일들 또한 많이 있다. 11월 11일은 원래 1996년부터 정부가 지정한 ‘농업인의 날’이기도 하다. 이날은'농민은 흙을 벗 삼아 흙과 살다 흙으로 돌아간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흙토(土)'를 파자해 십일(十一)이 된 데서 유래한다고 한다. 그리하여 2006년부터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업인의 날을 홍보하기 위해 한국인의 전통 주식인 쌀로 만들었으며 긴 모양을 지닌 가래떡을 나눠 먹는 '가래떡의 날' 행사를 시작하기도 했으나 많이 알려지진 않았다. ‘농업인의 날’뿐만 아니라 이날은 6.25전쟁에 참전한 국군과 UN군 참전용사들의 넋을 기리는 날이기도 한데, UN 은 'Turn Toward Busan'이라는 행사를 개최해 매년 11월 11일 11시에 부산시 소재 유엔기념공원에서 ‘부산을 바라보며 1분만 묵념해달라’고 전하기도 했다.
미국과 영연방, 터키 등 18개국 유엔(UN) 참전용사들이 국립 현충원에서 참배한 뒤 현충탑을 나섰다. 이렇게 빼빼로데이에 가려져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은 기념일들이 있다. 연인과 지인들에게 과자를 선물하며 정을 나누는 것도 좋지만 1년에 한 번쯤은 국민의 쌀을 재배하는 농업인과 6.25 참전 용사들을 향한 예우를 갖추어 다른 기념일들을 지내보는 것도 의미 있는 11월 11일이 될 것이다.
학생기자 김현홍 (SCIS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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