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에서 담배를 피우는 노인을 제지한 남성에게 중국 법원이 1만 5000위안(250만원)을 보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흡연 제지를 받은 노인이 해당 남성과 가벼운 말다툼을 한 뒤 급성 심장 마비로 사망했다는 이유에서다. 엘리베이터에서 담배를 피우지 말라고 했다는 이유만으로 보상금을 줘야 할 위기에 놓인 정저우(郑州)에 사는 양(杨) 씨의 사연을 북경시간(北京时间)이 14일 소개했다.
사건은 지난 5월 2일 정저우의 한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발생했다. 의사이자 곧 출산을 앞둔 아내의 남편인 양 씨는 자신이 탄 엘리베이터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69세 왕(王) 씨를 발견했다. 양 씨는 왕 씨에게 엘리베이터에서는 담배를 피우지 말아달라고 요청했고 이를 아니꼽게 들은 왕 씨의 대꾸에 두 사람은 5분간 논쟁을 벌였다.
당시 CCTV 영상에는 두 사람이 대화하는 장면이 찍혀있으며 엘리베이터를 내리는 순간까지 흥분된 모습이나 격렬한 몸짓은 찾아볼 수 없었다.
말다툼이 이어지자 두 사람은 관리소로 자리를 옮겨 논쟁을 이어갔고 관리소 직원이 개입해 두 사람의 다툼을 말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양 씨가 먼저 자리를 뜬 뒤 얼마 지나지 않아 관리소에 남아있던 왕 씨는 급성 심장병으로 사망했다.
이후 왕 씨 가족들은 법원에 양 씨를 고소했다. 양 씨에게 사망의 책임이 있으니 40만 위안(6700만원)의 배상금을 지급하라고 주장한 것이다. 이에 양 씨는 자신이 사망한 왕 씨와 신체적 접촉을 하거나 그에게 욕설 등의 모욕감을 준 일이 없다며 억울함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법원은 1심 재판에서 양 씨의 언행이 왕 씨의 사망과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공평원칙에 따라 1만 5000위안을 보상하라는 추가 명령이 떨어졌다. 공평원칙이란 양측 모두 잘못이 없을 시 법원이 상황에 따라 양측에 해당 손실을 나누어 보상하게끔 하는 원칙을 말한다.
양 씨는 “잘못한 것이 없는데 왜 보상을 해줘야 하는 것이냐”며 토로했다. 이에 변호사는 현행 법률에서 보상은 배상과 달리 잘못한 것이 없어도 명백한 손실이 발생했을 때 양측 모두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지 누리꾼들은 “용기 있는 행동의 결과가 겨우 이거라니…… 정말 안타깝다”, “공평원칙? 이게 무슨 공평원칙인가”, “법원의 판결이 너무 어이가 없다”, “공중 도덕을 지키지 않는 사람한테 앞으로 무서워서 지적도 못하겠다”며 비난의 목소리를 더했다.
이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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