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뎌진 성범죄 문제 경각심 가져야
미투 물결, 상하이 교민사회 인권교육에 파장
미투(Me too) 운동이 한국사회를 뒤흔들고 있다. 상하이 교민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미투 운동은 자신의 성폭력 피해 경험을 SNS 등을 통해 잇달아 고백·고발하는 캠페인이다. 피해자 간 연대를 통해 사회에 만연한 성폭력 심각성을 알리고 경각심을 일깨우자는 취지다. 미투는 영화, 연극, 문단 등 예술계를 시작으로 정치, 종교, 교육, 의료계까지 걷잡을 수 없게 번지면서 한국사회를 충격에 빠뜨렸다. 단순 남녀 문제가 아닌 힘과 위계에 의한 성폭력의 민낯을 드러낸 것이다.
‘여긴 중국’ 성범죄에 관대
미투, 과연 상하이 교민사회는 자유로울까. 중국에서 외국인으로 사는 한국인들은 성범죄 문제에 무뎌있는 것이 사실이다. 한국을 떠나온 지 오래된 남성들 경우는 더욱 관대하다.
상하이 한국기업에 근무하는 한국인 A양은 “회식 때 한국 남직원들이 중국 여직원들에게 억지로 술을 마시게 하고, 노래방에서 짓궂게 밀착된 춤을 추는 것이 눈에 거슬렸다. 급기야 조선족 여직원에게 던진 야한 농담이 지나치다 싶어 한마디 했더니 ‘여긴 중국’이라며 분위기 깨는 사람 취급 받았다”고 밝힌다. A양은 직장 내 성적 농담은 ‘국적’이 아니라 ‘인간’의 문제라며 상하이 한국 남성들의 성희롱 불감증을 지적한다.
상하 관계의 갑질 성추행
상하 관계의 직장 내 성범죄 문제는 거래처와의 갑을 관계에서는 더욱 심각해진다. 대만계 회사에 입사한 중국 유학생 출신 B양의 업무는 한국 거래처를 관리하는 것이다. “중국에서 오래 살았고, 사회생활이 이렇구나 하면서 적응했던 것 같다. 최근 한국의 미투 운동을 보니 거래처 한국 사장님들이 대놓고 성추행 갑질을 해왔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놓는다.
취준생 약점 이용 인턴십 성폭력
또한 한국에서 온 인턴십 여대생들의 성추행, 성폭력 피해 제보도 간혹 들어온다. 전체 회식 자리에서 시작해 둘만 남게 되고 사회생활 선배로서 조언해주겠다, 졸업 후 취업을 보장하겠다 등 취업준비생 인턴십의 약점을 노리는 야비한 수법으로 접근한다. 성폭행 위험에서 빠져 나온 이들은 외국인데다 인턴십 동료 학생들 사이에 소문날까 두려워 조용히 한국으로 귀국하는 것을 선택한다.
우월적 지위에 의한 성범죄 만연
이렇듯 상하이 교민사회에도 가해자는 심각한 범죄로 느끼지 못한 채 우월적 지위에 의한 성희롱, 성추행, 성폭력이 만연해 있다. 한국사회는 직장 내 성범죄가 논란이 되면서 예방교육을 의무화하고 처벌이 강화되는 등 성숙단계를 거쳤다. 그러나 중국 교민사회는 여전히 90년대 의식에 머물러 있다. 오히려 ‘한국여성들이 유난스럽다’는 반응도 없지 않다. 더구나 중국에도 직장 내 성추행에 대한 처벌 기준이 있는 것을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中 직장 내 성희롱 10일 구류
만약 회식 술자리에서 옆자리 여직원의 몸을 만졌다면 ‘타인에 대한 음란행위’로 간주돼 심각할 경우 5~10일 구류에 처해진다. 폭력, 협박 등 강제로 음란한 행위를 하거나 모욕한 경우 5년 이하의 유기징역 또는 구역에 처한다. 부녀자 강간, 특히 미성년자에 대한 강간은 처벌이 엄중하다. 재작년 상하이에 거주하는 마 모씨(86년생)는 왕 모양(2003년생)을 용돈과 선물을 주고 수차례 성관계를 한 혐의로 강간죄가 인정돼 유기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14세 미만 미성년자의 경우는 동의 하에 이뤄진 성관계더라도 처벌을 피할 수 없다.
상하이 성범죄 피해 호소 창구없어
상하이총영사관에는 이러한 한국남성의 성범죄 가해 사실이 간혹 보고된다. 피해자는 대부분 중국여성이다. 상하이 한국여성도 직장 내 성희롱부터 심각한 성범죄 피해까지 노출 가능성을 안고 있지만 수면위로 올라온 경우는 거의 없다. 상하이 교민사회가 구조적으로 남성 중심 환경인데다, 상하이 어디에서도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줄 창구가 없기 때문이다.
상하이 여성인권 교육 움직임
한편, 한국사회의 미투 물결이 상하이 교민사회까지 작은 파장을 일으켜 눈길을 끈다. ‘(가칭)인권교육을 생각하는 사람들의 모임(인생모)’이 그 시작을 알려왔다. 이들은 “미투 운동을 통해 드러난 우리 사회의 민낯을 성찰하고, 누구도 침해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권리, 즉 인권을 존중하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누고 싶다”고 전했다.
‘인생모’는 인권교육의 사각지대인 상하이(중국)에서는 가정에서부터 인권 감수성이 길러져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한 모임이다. 구성원 중에는 한국여성의전화 성폭력 부문 실무를 맡았던 전문가도 있다. 이들은 영사관과 한국상회보다 먼저 상하이 교민사회의 여성 성범죄 피해에 관심을 갖고, 인권교육과 함께 남성들의 빗나간 성의식과 여성인권에도 화두를 던진다. 보다 성숙하고 더 좋은 교민사회로 나가기 위한 새로운 움직임에 기대가 모아진다.
고수미 기자
ⓒ 상하이방(http://www.shanghaiba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플러스광고
[관련기사]
전체의견 수 1
Today 핫이슈
가장 많이 본 뉴스
이런 기사를 기다렸습니다. 좁은 교민사회 특성상 불미스러운 일을 겪고도 속앓이만 하고 마는 일이 부지기수입니다. 특히 조선족 여직원들한테 함부로 희롱하는 분들을 보면 제가 당하는 것보다 더 수치스럽고 미안한 마음이 들더군요. 이번 일을 계기로 많은 분들이 경각심을 가지셨음 좋겠습니다.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