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피(画皮)는 청나라 소설가 포송령(蒲松龄)이 지은 <요재지이(聊斋志异)>의 단편 중 하나로, 미녀의 허울을 쓴 악귀를 묘사했다. 화피는 2011년 드라마로, 2008년과 2012년 영화 1, 2편으로로 상영됐다.
미모의 연인을 집으로 불러들인 선비
오랜 옛날 태원부에 왕 씨 성의 선비가 있었다. 그는 새벽녘에 길을 나서다 보따리를 멘 채 홀로 길을 재촉하는 어느 여인을 만났는데, 외모가 수려하여 금방 호감을 품었다. 멀리 떠나려고 한다는 창백한 낯을 한 여인의 말에 선비는 자신의 집으로 이끌었다. 그리고 여인을 밀실에 숨겨 여러 날이 지나도 선비의 집에서 여인의 존재를 아는 사람이 없었다. 선비는 이 일을 조용히 아내 진 씨에게 털어놓았다. 진 씨는 여인을 내보내길 원했지만 선비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여인의 탈을 쓴 악귀
선비가 우연히 도사를 만나게 된 것도 그 무렵의 일이다.
“자네 몸에서 사악한 기운이 느껴지네, 최근 혹 무슨 변이라도 당했나?”
도사는 “죽을 날이 코앞까지 닥쳤음에도 알지 못하는 자가 있다니, 어리석도다”라며 한탄했다. 돌아가는 길에 선비는 기묘한 도사를 떠올리며 그의 말을 곱씹어 보니 아무래도 그 여인이 의심스러웠다. 별채에 도착한 선비는 여인을 볼 양으로 문을 밀어보았으나 열리지 않았다. 선비는 무슨 일인지 알아보려 창문으로 살금살금 걸어가 안을 훔쳐보았는데, 그 안에는 아리따운 여인이 아닌 악귀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핏기 없이 허연 낯의 악귀는 침대에 산 사람의 피부를 펼쳐 놓고는 붓으로 그림을 그리고, 두 손으로 피부를 들어 옷을 입듯이 몸체에 두르기 시작했다. 그러자 미모의 여인이 나타났고, 선비를 이를 보곤 아연실색해 그 길로 도사를 찾아갔다. 도사는 무슨 일이 생기면 다시 자신을 찾으라는 말과 함께 그에게 부적을 건네며 안채에 붙이라고 당부했다.
선비의 심장을 꺼낸 악귀
집으로 돌아온 선비는 별채로 갈 엄두도 못 낸 채 오지 않는 잠을 청했다. 방문 밖에서 급작스레 소리가 들려왔다. 직접 가기엔 차마 두려웠던 선비는 그의 아내에게 보고 오라 일렀다. 그림자에 숨어 문 쪽을 주시하던 아내는 여인의 탈을 쓴 악귀가 다가오는 것을 똑똑히 보았다. 악귀는 부적 앞에서 잠시 멈춰 섰는데, 이내 이를 갈며 부적을 뜯어냈다.
악귀는 큰 소리로 외치며 문을 부쉈고, 침상으로 걸어가 겁에 질린 선비의 배를 갈랐다. 고운 여인의 모습으로 섬뜩하게 웃은 악귀는 선비의 장기를 헤집으며 그의 심장을 취했다. 그 모든 걸 지켜본 아내 전 씨는 차마 눈물도 흘리지 못한 채 숨을 틀어막았다.
악귀의 머리를 베어 호리병에
이튿날, 선비 왕 씨의 동생이 도사를 찾아갔다. 사건을 전해 들은 도사는 길길이 날뛰며 악귀를 찾아 죽이려 했으나 이미 악귀는 행적이 묘연했다. 선비의 집 주변에 도착한 도사는 동생이 살고 있는 남쪽에 악귀가 있다고 일렀다.
왕 씨의 동생이 몹시 놀라며 아니라고 변명하자 도사는 최근 모르는 사람의 방문 여부를 물었다. 그러자 동생은 그제야 어느 노부인이 노비로 써달라며 찾아온 일을 기억해냈고, 도사는 그것이 틀림없다며 앞장섰다. 마당에 들어서자마자 도사는 칼을 뽑아 들고 크게 외쳤다.
밖을 내다보던 노부인이 황망히 도망치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잡아낸 도사가 일격에 피부를 벗겨내자 흉측한 악귀의 실체가 드러났다. 도사는 돼지 울음 소릴 내던 악귀의 머리를 베었고, 호리병을 열어 짙은 안개로 변한 나머지를 담아 깊게 봉인했다.
“어리석도다! 요괴인 것을 미녀로 보고, 충고를 귀담아듣지 않고 도리어 미색을 탐하니 만물을 관철하는 하늘이 어찌 벌을 주지 않겠는가!”
이사씨(异史氏)가 말했다. 이사씨는 작가인 포송령이다. 그는 이사씨의 이름을 빌어 이처럼 각 단편마다 개인 의견을 달기도 했다.
학생기자 박채원(진후이고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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