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수술비 마련을 위해 딸을 ‘양도’한다고 나선 한 아버지의 소식이 알려져 중국 누리꾼들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북경청년보(北京青年报)는 최근 중국 청두(成都) 길거리에서 딸아이를 안고 “딸을 넘겨서 아들을 구하려 합니다”라는 팻말을 들고 있는 한 남성의 사진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고 10일 보도했다.
쓰촨성 어메이산(峨眉山)시에서 온 이 남성은 팻말에 슬하에 3살 8개월이 된 쌍둥이 남매가 있으며 그 중 아들이 지난 7월 12일 백혈병을 진단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아들 치료비로 이미 5만 위안(820만원)을 써 빚이 쌓였으며 앞으로도 5~60만 위안의 치료비가 더 필요한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팻말에는 ‘어쩔 수 없는 조치’로 활발하고 귀여운 딸아이를 내놓는다고 밝혔다. 마음씨 좋은 사람이 나타나 아들의 치료비를 주면 그에게 딸을 준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딸아이가 좋은 가정 환경에서 행복하고 즐겁게 자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팻말에는 글과 더불어 쌍둥이 자녀들의 사진과 아버지 자신의 신분증 사진도 함께 내보였다.
해당 사실이 알려지자 중국 누리꾼들의 거센 비난이 쏟아졌다. 다수 누리꾼들은 “남존여비 사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아들을 내놓을 생각은 안 하고 딸만?”, “말도 안 되는 생각”이라며 이 남성을 비판하기 나섰다.
한편, 일부 누리꾼은 “사기극같다”, “노이즈마케팅, 사람들의 이목을 끌어 기부금을 받아먹으려는 것이 아니냐”며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팻말을 들고 서있던 남성은 쓰촨성에서 온 량위자(梁育佳) 씨로 밝혀졌다. 량 씨는 매달 3000위안(50만원)의 수입으로 아들의 치료비를 감당하기 어려워지자 기부 플랫폼에서 모금 활동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관심 부족으로 1만 위안(165만원)이 채 모이지 않자 꾀를 내 사람들의 관심을 모은 것이다. 실제로 량 씨 사진이 화제가 된 이후 모금액은 총 8만 위안(1300만원)을 훌쩍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누리꾼들의 거센 비난은 기부 플랫폼의 해당 모금 활동을 신고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결국 량 씨는 잔꾀로 모아진 거액의 기부금을 수령할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 위챗을 통해 들어온 기부금도 얼마 지나지 않아 중단됐다. 신고가 들어와 량 씨의 위챗 아이디가 차단당했기 때문이다.
량 씨는 신문 인터뷰에서 “정말로 딸을 내어줄 의도는 없었다”며 “돈을 구할 방법은 없고 아들의 병세는 악화되자 급한 마음에 저지른 일”이라고 해명했다.
이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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