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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도시 읽기 술집 III: 뒷골목의 사치와 금기

[2006-10-17, 01:08:03] 상하이저널
[김승귀의 사회 문화 심리학 칼럼]
상하이 도시 읽기 술집 III: 뒷골목의 사치와 금기
 
조선후기의 대표적 실학자 연암 박지원은 ≪열하일기≫에서 중국의 술집에 대해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하고 있다. 실제로 1780년 7월10일 중국에 도착한 그는 중국 술집을 둘러 본 후 그것에 대해 꽤나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그는 중국의 화려한 술집에 대해 감탄을 아끼지 않는 동시에 조선의 술집에 대해 개탄과 폄하를 들고 있는 것을 엿볼 수 있다.

"중국의 술집은 조정의 벼슬아치들이 퇴근 길에 들리는 곳이요, 해내의 명사들이 몰려 들어 술에 취한 김에 시를 짓고 글씨를 쓰고 그림을 그리는 운치 있는 공간이다. 반면 조선의 술집은 어떠한가? 술 마시는 양은 너무나 커서 사발에 철철 따라 이맛살을 찌푸리며 들이킨다. 이는 술을 쏟아 붓는 것이지, 마시는 것이 아니며, 배를 불리는 것이지, 흥취를 위한 것이 아니다. 그래서 마셨다 하면 취하고, 취했다 하면 술주정이고, 술주정 했다 하면 싸움질이고, 싸웠다 하면 술집의 술 항아리며 술잔을 죄다 걷어차 깨버린다."

이른바 풍류를 즐기는 문아란 모임이란 것이 어떤 것이란 것을 알지 못할 뿐 아니라, 이런 풍류 문아한 술자리를 되려 술배를 불리는데 무익하다며 비웃는다. 그리고 그는 "이런 술집(중국의 골동품과 화초로 장식된 화려한 술집)을 우리나라로 옮겨 온다고 해도 하루를 못 넘기고 그 아름다운 골동품을 깨부수고 화초들을 죄다 짓밟을 테니 이것이 가장 애석한 일이리라"고 했다. 원래 개혁가들이 자기가 처한 현실들을 어둡게 묘사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어림잡아도 당시의 중국 술집이 어느정도 화려하고 거창했는지는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고 하겠다.

최근 어느 통계에 따르면 중국의 유흥산업의 규모가 전체 GDP의 6분의 1에 다다른다고 하니 그 규모가 실로 어마어마 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술집에 들이는 장식과 노력은 사회주의라는 국가이념의 구조를 넘어선 중국인들 스스로의 내성에서 비롯된 것이라 짐작이 된다.

여기 상하이에도 역시 술집들의 화려한 그 규모에는 혀를 찰 정도이다. 홍차우루에 위치한 DOOR라는 술집에 배치된 골동품들과 석가여래좌상들은 연암 박지원이 감탄해 마지않았던 풍경을 예상하고도 남음이 있다. 일종의 전시장을 방불케 한다.

그리고 따테엔루에 있는 타이갤러리 술집은 현대미술품으로 장식되어 있는 한 채의 모던갤러리 같기도 하다. 그리고 유리의 성이라는 한 술집의 사방은 한 개에 수백만원씩이나 하는 유리수공예품으로 온통 도배가 되어있다. 서점의 건축서적 코너에는 술집 인테리어 화보집이 전집으로 나와 날개 돋힌듯이 팔리고 있다. 이처럼 지나친 사치를 금기 시 하는 중국 사회구조에 술집의 사치는 암묵적인 용인을 받고 있는듯하다.

사실 조선시대의 실용적 주자학을 강조한 대표적인 실학자인 박지원에게도 중국 뒷골목의 화려한 술집들이 불필요한 공간이기보다는 부러운 공간으로 인식되었던 것은 참 아이러니하다 할 것 이다. 물론 그는 조선의 폭음문화를 개혁하기 위한 의도적인 대상의 폄하로 보인다. 하지만 통제와 규제의 사회구조를 가지고 있는 이 중국사회에서 허용하는 사치와 자유가 무엇인지를 보는 시점으로 현재 중국술집의 화려함을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할 것이다.

이른바, 근래 중국에 대한 지대한 관심사라는 게 개방노선의 선택과 함께 무엇을 열 것인지 혹은 무엇을 열지 않을 것인지를 제대로 가늠하는 게 요즘 중국을 아는 초유의 관심사이다. 그리고 동시에 어떤 전통을 보존하고 그러하지 않을 것을 아는 것 또한 그러하다. 그래서 술집의 화려함을 단순히 화려하다고만 보는 미시적인 관점 보다는 18세기부터 허용된 그들의 화려한 내성들이 이어지는 것이며 또 다른 그들만의 내성들이 다시 복원 되는 것이라는 시각에서 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것은 그 다음에는 중국의 어떤 것들이 그렇게 다시 이어질 것인가를 유추할 수 있는 바탕이 될 수 있다. 즉, 그것은 요즘 한참 일고 있는 공자사상의 부활이라는 중국국가차원의 정치적 전통의 보존이 아니라, 중국인 스스로 자생적으로 발생되는 전통과 내성의 부활이라는 것이다.

현재 상하이의 술집들이 국가적 차원이나 혹은 자본주의 유입과 함께 어느날 갑자기 화려해진 것이 아니라 원래 중국인들의 전통이 그러했던 것인데 이제 다시 스스로 자생적으로 다시 부활하는 것이라는 것이다. 이른바, 집단적 무의식의 문화자생의 논리이다.

그리고 그것은 아무리 정치적 차원에서 금기를 종용해도 언제가는 다시 부활하기 마련인 것이다. 요즘 중국에는 중국인들의 사치 혹은 럭셔리의 개념들이 무엇인지를 연구하는 게 빈번하다. 그리고 앞으로 무엇이 개방되고 혹은 변화되고 복원될 것을 가늠하는 것에 대한 관심 또한 지대하다.

그런데 그런 유추를 서구의 근대관에서 찾는 것은 그 오차가 너무 심하다 할 수 있다. 오히려 중국뒷골목의 역사에서 그것들을 유추할 수도 있지 않을까? 원래 인간이라는 게 그렇다. 금기된 역사만큼 그 생명력이 질긴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뒷골목이란 것이 항상 개혁과 개방의 길에서는 가장 앞선 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김승귀(건축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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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비평가 AIDIA 국제학회 평론위원장 및 편집장. 도시매거진 ‘시티몽키’의 창간 및 편집주간. 현 동제대 객원연구원. wanswort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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