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끝나지 않은 ‘두 여자 이야기’
송아람 | 이숲 | 2017-05-20
사회 초년생 딸이 일 년 만에 상하이에 다니러 오는 편에 송아람 작가의 <두 여자 이야기>를 건네 받았다. 딸의 감상을 물어보니 딱 두 마디로 대답한다.
“우울해.”
“끝이 안 난 것 같아.”
<두 여자 이야기>는 내 또래 이야기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뿐 아니라 <82년생 김지영>과도 별반 다르지 않다. 김지영보다 10년 남짓 늦게 태어난 우리 딸의 삶은 또 얼마나 달라져 있나? 그 반복적이고 익숙한 여성들의 서사가 우리를 우울하게 한다. 그래서 물었다. 어떻게 결말이 나야 끝날 것 같냐고.
“남자를 버리든지 제대로 반항을 해보든지 돌아가지 말았어야지.”
아들 못지않은 기대와 지원을 받으며 성장하고 공부하여 꿈을 키운 여성들이 당당하고 자유로운 개인으로서 독립적인 삶을 꾸려나가지 못하고 되돌이표처럼 원점으로 돌아오는 이유는 뭘까?
자유분방했던 홍연이 결혼을 하자 착한 며느리의 역할을 수행하느라 가까이 사는 친구를 만나러 나오지도 못하고, 엄마처럼 살지 않겠다던 공주는 열정 착취에 지쳐 그토록 꿈꾸던 서울에서의 삶을 포기하고 결국 엄마한테 돌아간다. 우리딸 말대로 남자를 버렸다면 여성 혼자 아이를 키우기 위해 더 많은 고충이 따를 게 틀림없다. 제대로 반항을 했다면 “성질 드러운 애니까 건드리지 말자”고 할 수는 있겠지만 그걸로 관계가 개선되기는 어렵다. 만약 공주가 돌아가지 않았다면 열정페이에 지쳐 심신이 망가지고 엄마에 대한 마음의 빚을 평생 안고 살아가야 할 것이다.
결국 개별적인 여성의 개별적인 몸부림만으로는 바꾸기 어렵다는 얘기다. 하지만 구조적인 변화를 추동하는 힘 역시 누군가의 개별적인 노력들이 쌓여서 이루어진다. 견고한 구조에 돌을 던져 균열을 내기 시작한 여자들은 대체로 당대에 미친ㄴ이나 나쁜ㄴ이었을 것이다. <엄마가 뿔났다>의 김혜자처럼, <디어 마이 프렌드>의 나문희처럼, <소년을 위로해줘>에 나오는 엄마처럼.
여성 스스로 독립적인 삶을 꾸려나갈 수 있는 기회와 경제적 조건과 문화적 환경이 밑받침되어야 한다. 다양한 대안적 인간관계 역시 필요하다. 고독하지만 당당한 개인의 모습, 그리고 그들을 따뜻하게 지지해주는 가족과 친구들의 연대를 소설이나 드라마나 만화에서라도 보고 싶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우리의 익숙한 서사를 반복적으로 재현하고 있는 홍연과 공주보다는, 착한 며느리와 희생적인 엄마의 역할을 수행하기를 거부한 공주 엄마가 더 인상적이었다. 씁쓸하긴 하지만.
김건영
<외국에 살다 보니 필요한 책들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이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자 ‘책벼룩시장’이 위챗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그 사이 한 주도 빼놓지 않고 화요일마다 책 소개 릴레이를 이어온 지도 1년이 넘었습니다. 아이의 엄마로, 문화의 소비자로만 사는 데 머무르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온 여성들의 이야기를 상해 교민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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