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생활의 위로 ‘여기 사는 즐거움’
야마오 산세이 | 도솔 | 2002-05-01
서울이지만 무려 국립공원 근처에서 살다가 상하이에 처음 왔을 때, 가장 힘든 것 중 하나가 산이 없다는 것이었다. 내밀한 나만의 시간을 갖게 해주고, 나를 안아주고 감싸주던 산언저리에서 40년 동안 살다가 갑자기 의지할 곳이 없어진 것 같던 그 느낌! 그 허전함을 나는 여행을 통해서, 그리고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 읽기로 채웠던 것 같다. 그래서 삭막한 콘크리트 메갈로폴리스 상하이에서 살아가는 나를 위로해준 책을 소개하고 싶다. 야마오 산세이 선생의 <여기에 사는 즐거움>이다.
저자는 일본 가고시마 현의 작은 섬 야쿠섬에서 시인이자 농부로, 구도자로 25년간 가족과 함께 살다 작고하였다. 우리가 짐작하듯이 야생을 사는 섬에서의 생활은 낭만적이거나 호화스러운 즐거움이 아니다. 얼마 안 되는 먹거리 농사를 두고 야생동물과 다투기도 하고, 일 년 중 다섯 달이나 들이닥치는 태풍에 지붕이 내려앉거나 수도관이 파열되는, 어찌 보면 고달픈 생활의 연속이다.
그러나 수령 7200년 된 조몬 삼나무로부터 희망과 용기와 깨달음을 얻고 1400만 년 전 융기된 바닷가 바위에 앉아 태고의 시간을 생각하며 마음의 평화를 얻는다. 그리고 바다가 차려주는 풍요로운 밥상과 계절마다 숲에서 채취한 머위, 토란 등으로 자연의 맛을 느끼며 행복해한다. 또 계절의 순환을 경험하면서 봄에 백목련이 피면 동시에 나 자신도 피고 백목련이 지면 나도 진다는 생명의 근원적인 공명현상을 깨닫기도 한다.
이렇듯 책 속에는 환경 생태주의자이기도 한 야마오 산세이 선생이 일생 동안 일관되게 꿈꾸던 평화로운 세계를 만들기 위해 조용하고 깊게 실천해 나가는 모습이 잘 드러나 있다. 지금 당장 자연 속으로 달려갈 수는 없더라도 더 많은 사람들이 <여기에 사는 즐거움>을 읽으며 자연이 주는 위로와 마음의 평화를 간접적으로라도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거기서 더 나아가 선생의 모토였던 <지구 크기로 생각하고 지역에서 행동한다>를 각자의 삶 속에서 작게라도 실천할 방안을 찾아보면 좋겠다. 비슷한 책으로는 니어링 부부가 쓴 <조화로운 삶>, 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 앤디 메리필드의 <당나귀의 지혜>, 그리고 내가 가장 애정하는 책 사진작가 호시노 미치오가 쓴 <알래스카, 바람 같은 이야기>가 있다.
신주영
<외국에 살다 보니 필요한 책들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이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자 ‘책벼룩시장’이 위챗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그 사이 한 주도 빼놓지 않고 화요일마다 책 소개 릴레이를 이어온 지도 1년이 넘었습니다. 아이의 엄마로, 문화의 소비자로만 사는 데 머무르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온 여성들의 이야기를 상해 교민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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