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메뉴

상하이방은 상하이 최대의 한인 포털사이트입니다.

[아줌마이야기] 사 춘 기

[2018-10-12, 05:00:38] 상하이저널

“이 집 아이들은 그 분이 안왔네!”


지인이 하는 말이다. 무슨 소리냐? 했더니 중고등 학생을 둔 학부모이다 보니 다른 집 자녀들은 사춘기가 어느 정도인지 늘 관심이 가는 모양이다. 하지만 지인은 잘 모른다. 우리 아이들도 사춘기를 앓고 지나갔다. 사춘기란 정신적으로 자아 의식이 높아지면서 몸과 마음이 성숙에 이르는 시기라 하는데 단어 의미는 상당히 좋은데 역시 무엇인가 성숙하는 것이 쉽지는 않은 듯 하다.

 

큰아이가 한창 사춘기로 나를 힘들게 할 때 둘째가 다가 오더니 자기는 중학생이 되도 오빠처럼 안 할테니 염려 말라고 했다. 녹음해 둘걸, 중학생이 되더니 할 거 다했다. 일단 공통된 특징은 짜증이 는다, 예전엔 곧잘 하던 일에도 왜? 내가?라는 질문을 달고 산다. 불만스러운 일을 이야기 하다가 감정이 복받치는지 울기도 한다. 그러다 언제 그랬냐는 듯 또 해맑아지기도 한다. ‘질풍노도의 시기’라 했던 단어가 절로 떠오른다.

 

막내는 늘 어려서부터 자기 일을 스스로 알아서 시기에 맞게 잘 하던 아이였다. 그래서인지 막내는 야단 맞을 일도 없고 매 한 번 맞지 않고 큰 듯 하다. 오빠, 언니의 사춘기를 모두 지켜보고 스스로 피해자라 생각해서인지 언니 사춘기 때 조용히 다가 와,


“엄마 나는 절대 중학생 되도 오빠나 언니처럼 안할게”


똑같이 말했다. 하지만 이 아이에게도 사춘기라는 시간이 찾아 왔다. 우리 가족 모두 느끼고 있다. 위의 두 아이는 자기들이 거쳐 온 시기를 지나가고 있는 막내를 보며 거침 없이 중2라는 단어, 사춘기라고 말한다. 정작 사춘기를 거치고 있는 막내는 서러워한다. 수학 문제를 풀면서도, 영어 단어를 외우면서도 내가 왜 이걸 해야 하나? 어김 없이 묻는다. 셋째니 단련될 법도 한데 안 그러던 아이가 그러니 당황스럽고 낯설다.

 

그래도 다행인 것이 우리 집 세 아이 모두 사춘기를 자신을 적극적으로 표현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춘기에 접어든 것을 빨리 알 수 있었고, 고민이 뭔지 들을 수 있었고, 불만이 계속 쏟아지니 짜증이 나다가도 또 나를 돌아볼 기회, 절충할 기회도 갖게 된다.

 

막내가 곧잘 하는 말이 있다. 자기 정도면 정말 준수하게 사춘기를 보내는 거란다. 영어 학원에 이젠 가지 않겠다. 자신의 선택을 존중해 달라. 모든 걸 자기가 알아서 하겠다. 추석 밥상 머리에서 가족들에게 선언하던 아이가 이 말을 하니 모두들 한 마디씩 한다.

 

자신의 학창 시절 중 사춘기로 허비한 중학 시절을 가장 아쉬워하는 큰 아이는 “너는 나처럼 후회하지 말아라. 중학교 시절에 열심히 해야 한다” 말하는데 내가 들어도 잔소리다. 둘째는 “에고 사춘기네, 그래도 할 건 해라” 한 마디 거든다.

 

말들이 더해질수록 막내의 감정은 복받쳐 가고 급기야 서운한 것, 속상한 것 쏟아내며 눈물 바람이다. 사춘기를 거친 선배라는 오빠, 언니가 그렇게 말하니 더 속상한 모양새다. 1시간 후, 쓰레기 수거하고 버리는 당번을 정하기 위해 온 가족이 즐기는 보드게임을 시작했다. 막내는 한바탕 울고 쏟아내고 나더니 오히려 시원한지 또 웃는다.

 

막내의 몸과 마음이 마음을 몰라주는 아빠, 엄마와 사춘기를 갓 지나 부모보다 잔소리 더 많은 오빠, 언니, 하지만 어루만져 주는 이들 또한 가족이기에 함께 울고 웃으며 자라고 있다. 너무 돌아가지 않기를, 몸과 마음이 건강하게 잘 자라기를….


Renny(rennyhan@hanmail.net)

 

ⓒ 상하이방(http://www.shanghaiba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체의견 수 0

댓글 등록 폼

비밀로 하기

등록

가장 많이 본 뉴스

종합

  1. 상하이·화동 15개 한글학교 교사 1..
  2. 제35회 ‘상하이여행절’ 14일 개막..
  3. [인터뷰] ‘상하이클래스’ 유튜버로..
  4. 양장석 KC이너벨라 회장, ‘제9회..
  5. 中 제조업 분야 외국자본 진입 제한조..
  6. 상하이, 역대급 폭염에 ‘전기세 폭탄..
  7. 중추절 항공권 가격, 비수기 수준으로..
  8. 맛있다고 소문난 상하이 요거트 브랜드..
  9. [교육 칼럼] 목적 있는 배움
  10. 中 대형 조선사 2곳 인수합병…세계..

경제

  1. 中 제조업 분야 외국자본 진입 제한조..
  2. 中 대형 조선사 2곳 인수합병…세계..
  3. “마라탕 좀 시켜줘” 알리페이, AI..
  4. 샤오펑 자동차가 만든 ‘비행 자동차’..
  5. 벤츠, “여전히 큰 시장” 중국에 2..
  6. 노무라 “中 하반기 경제 성장률 4...
  7. 테슬라, 中·유럽서 내년 1분기 FS..
  8. 中 상하이·쑤저우·난징 등에 외국인..
  9. 중국 최초 '원숭이두창' 백신, 임상..
  10. 中 1~8월 저장 배터리·시스템 투자..

사회

  1. 상하이·화동 15개 한글학교 교사 1..
  2. [인터뷰] ‘상하이클래스’ 유튜버로..
  3. 양장석 KC이너벨라 회장, ‘제9회..
  4. 상하이, 역대급 폭염에 ‘전기세 폭탄..
  5. 중추절 항공권 가격, 비수기 수준으로..
  6. 올해 상반기 상하이 입국 관광객 전년..
  7. 상하이 도심에 ‘산’ 생긴다, 9월..
  8. 상하이 여행절, 유명 관광지 62곳..
  9. 화웨이 신제품, 리셀러 가격 1800..

문화

  1. 제35회 ‘상하이여행절’ 14일 개막..
  2. [책읽는 상하이 249] 꿀벌의 예언..
  3. [책읽는 상하이 251]가녀장의 시대
  4. [책읽는 상하이 250] 로어 올림푸..
  5. 韩中 문화합작 프로젝트, 한·중 동시..
  6. ‘아름다운 한글, 예술이 되다’ 상..
  7. 中 축구협회 “손준호, 영구제명 징계..
  8. [책읽는 상하이 252] 뭐든 다 배..
  9. 제35회 상하이여행절, 개막식 퍼레이..

오피니언

  1. [Delta 건강칼럼] 환절기 주의해..
  2. [교육 칼럼] 목적 있는 배움
  3. [허스토리 in 상하이] "간극 속..
  4. [무역협회] RCEP 활용, 아시아..
  5. [금융칼럼] 한 가족 다른 지붕, 오..
  6. [안나의 상하이 이야기 14] 뭐든지..

프리미엄광고

ad

플러스업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