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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보고 싶던 그 영화, 중국에서는 개봉 불가?

[2018-11-24, 06:54:24]

지난해 동안 한국에서 개봉한 외국의 메이저 스튜디오 영화만 50편이 넘는다. 넷플릭스와 같은 플랫폼을 제외하더라도 한국에서 개봉한 외국 영화는 대략 100편 정도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한국보다 인구와 스크린 수가 많은 중국의 올해 외화 개봉작은 총 몇 편일까? 놀랍게도 34편의 영화만이 중국의 스크린에서 관객들과 만나게 됐다. 중국이 이렇게 수요 대비 공급을 적게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답은 바로 ‘스크린 쿼터제’에 있다.

 

‘스크린 쿼터제’란?


‘스크린 쿼터제’란 영화 산업을 보호하자는 취지로 영화관의 자국 영화 의무 상영 일수를 규정하는 제도를 말한다. 한국의 경우, 영화 산업이 미약하던 1967년부터 실시한 이 제도는 현재 중국에서 상당히 엄격하게 시행 중인 제도 중 하나다.


한국과 달리 중국은 공식적으로 ‘스크린 쿼터제’를 운영하지는 않지만 현재 중국 시장에서 개봉할 수 있는 외국 영화의 수는 1년에 정확히 34편으로 이미 국가적으로 강하게 적용되고 있다. 할리우드의 ‘공룡’ 영화 산업에 대항해 이제 막 걸음마를 땐 자국의 영화 산업을 발전보호하기 위해 실시한다. 이 제도에 많은 중국의 영화 팬들이 분통을 터트리지만 함부로 비난할 수 없는 이유기도 하다.


2012년 중국은 기존 20편이었던 미국 영화 수입 한도를 34편으로 늘리는 것을 WTO(세계무역기구) 협정에서 체결했다. 그리고 늘어난 14편의 영화마저도 반드시 3D효과, IMAX, 애니메이션과 같이 ‘특수한 기술’이 포함돼 있어야 하는 조건이 있다. 중국 영화의 기술적 성장을 위해 내세운 예상되는 조건이다.

 

중국의 영화 산업


현재 중국의 스크린 수는 2014년 기준 총 2만 7105개로, 세계에서 손에 꼽는 거대한 시장이다. 중국에서 개봉을 할 수 있느냐 없느냐로 수익이 반 토막 또는 곱절도 가능하게 됐다. 많은 제작사들이 34편의 기준에 들기 위해 중국의 입맛에 맞는 영화를 제작하거나 중국 자본과의 합작으로 스크린 쿼터제를 피하고 있다.


베놈
毒液:致命守护者

Venom
감독: 루벤 플레셔
출연: 톰하디, 미셸 윌리엄스, 리즈 아메드, 제니 슬레이트


 
대표적 예로 2018년 할리우드의 하반기 기대작 중 하나인 ‘베놈’(毒液, Venom)이 있다. 성인들의 히어로 영화라는 타이틀과 함께 북미에서는 청소년 관람불가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베놈’은 중국 개봉을 위해 선정적인 장면을 편집한 후 중국 시장에 무사히 안착했다. 개봉 첫날에만 흥행 수익 7억 위안으로 역대 중국에서 개봉한 히어로 영화 중 3위의 성적을 내며 순항을 이어가고 있다.

 
그레이트 월
长城
The Great Wall
감독: 장이머우
출연: 맷 데이먼, 윌렘 대포, 유덕화, 경첨

 

 
편집이 아닌 중국 자본과의 합작으로 스크린 쿼터제를 피해간 영화도 있다. 2017년 개봉한 ‘그레이트 월’(长城, The Great Wall)이 그 예다. 할리우드 스타 배우인 맷 데이먼과 중국의 인기 배우 유덕화가 출연했다. 또한 이 영화는 장이머우 감독을 선정해 중국 전역에 대대적 홍보를 한 영화로 유명하다. 결과적으로 3억30만 달러의 수익밖에 내지못해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중국 영화계의 공격적 투자를 보여준 예시라고 할 수 있다.

 
매드맥스: 분노의 노로
Mad Max: Fury Road
감독: 조지 밀러
출연: 톰 하디, 샤를리즈 테론, 니콜라스 홀트


 
반대의 예로는 영화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가 있다. 2015년 최고의 영화로 평가 받은 ‘매드맥스’는 무정부 상태와 폭동 상황을 직접적으로 묘사했다는 이유로 상영 금지 처분을 받았다. 영화의 제작비는 총 1억 5000만 달러였지만 중국 상영이 금지되며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했다.

 
한국 또한 외국 영화를 수입하던 초기에 많은 영화인들이 무분별한 수입이 영화 산업 몰락을 가져올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스크린 쿼터제’의 성공적 안착으로 현재 한국 영화는 오히려 수출의 한 부분을 차지하는 거대한 산업이 됐다.


한중 양국의 스크린 쿼터제의 내용과 과정은 모두 다르지만, 목적은 자국의 영화 산업의 보호와 발전이라는 점에서 동일하다. 지나치게 엄격한 기준으로 보일지 몰라도 중국의 영화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하나의 단계로 생각하면 될 것이다.


중국에서 당장 보고 싶은 영화를 볼 수 없다는 것은 ‘스크린 쿼터제’의 단점이지만 이 제도를 통해 중국의 영화 산업이 빠른 성장을 할 것이라 예상한다.

 

학생기자 이혜원(저장대 영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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