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둘째 아이가 학교에서 나눠준 체육대회 참가 안내서를 가져왔다. 토요일, 일요일 양일간 창닝구에서 개최하는 체육대회에 참가한다는 안내서였다. 4학년이 되면서 작은아이도 큰 아이 때와 마찬가지로 육상부에 들어 가게 됐다.
어느 날 갑자기 육상부에 들었다는 큰 아이 말에, 잘해서 뽑힌거냐고 물으니 본인이 직접 신청했다고 한다. 이유가 궁금해서 물으니 육상부에 들어가면 간식으로 빵을 준다고 해서 신청했단다. 나중에 육상부를 그만둘 때도 이유는 빵 때문이었다. 매번 똑같은 빵만 줘서 그만뒀단다. 둘째도 육상부에 들어갔다 길래 빵 먹고 싶어서 들어갔냐고 물으니, 선생님이 하라고 해서 했단다. 빵은 별로 맛이 없다는 설명과 함께 다리가 쫙쫙 잘 늘어나는 바지를 입어야 한다며 매일 아침 바지와 씨름을 하며 열심히 육상부 생활을 했다.
둘째 아이는 높이뛰기와 멀리뛰기 두 종목에 출전하는데, 선수복을 입고 번호표를 달고 나니 제법 선수티가 났다. 장소는 학교근처에 있는 고등학교였는데, 둘째를 낳은 병원에서 바라보았던 그 학교였다. 그 당시엔 병실 창 밖으로 보이던 운동장이 고등학교인줄 몰랐었는데, 학교에 들어와보니 시계탑 너머로 둘째를 출산했던 병원이 보여서 알게 됐다. 푸르른 잔디와 트랙이 그때와는 비교도 안되게 좋아졌다. 그저 동네 체육대회인줄만 알고 왔다가 운동장 규모에 한 번 놀라고, 초중고생이 모두 참가한 큰 대회여서 놀라고, 아이들이 경기에 임하는 자세에 또 한번 크게 놀랐다.
첫째 날 높이뛰기는 정말 올림픽 이후로 손에 땀이 날 정도였다. 점점 높아지는 높이에 탈락하는 선수들이 많아지고, 결국 둘째 아이도 탈락을 맞이했다. 평소보다 더 못 뛰어서 속상하다며 울상을 지었다. 언제 오셨는지 학교 교장 선생님에 교무주임 선생님까지 경기를 관람하고 계셨고, 탈락한 둘째에게 다가와 무한격려를 보내주셨다. 선생님들의 격려에 나까지 울컥해지니 남은 아이들 중에서 우승을 하면 좋겠다는 바람이 생겼다.
마지막 남은 3명의 선수들 중에 두 명이 우리학교 선수였다. 선수들도 긴장한 빛이 역력했다. 여지껏 실수 한 번 안하고 곧바로 뛰어넘던 선수들이 몇 번이나 바 앞에서 멈춰 서는지 보는 사람들도 숨이 멎을 지경이었다. 결국 다른 학교의 선수는 준비자세를 취한 상태에서 몇 번을 망설이다 눈물이 흘러 내렸고, 그 자세 그대로 미동도 없이 눈물만 흘렸다. 감독관은 괜찮다며 평소대로 뛰라고 격려해주었지만 선수는 쉽게 뛰지 못했다.
아니 이게 뭐라고 저렇게 까지 처절하게… 그것도 5학년 초등학생이… 이 선수는 바가 심하게 흔들리긴 했지만 운 좋게 통과했다. 긴장의 눈물은 환희의 눈물로 바뀌었다. 그 뒤를 이어 우리학교 학생들이 뛰었는데 결국 넘지를 못했다. 우승은 다른 학교에 돌아갔고 우린 2, 3등을 했다. 초등학생들 경기가 이렇게 숨막힐 줄이야, 우승을 놓친 선배들이 우리 둘째를 붙잡고 내년엔 반드시 네가 우승을 해야 한다고 신신당부를 하는데 웃기기도 했지만, 은근히 우승에 대한 욕심이 생겨났다. 아니 이게 뭐라고….
다음날 경기에는 선수들 표정이 한 층 밝아져 있었다. 실력발휘도 잘해서 많은 종목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작은 아이한테도 좋은 경험이었으리라. 내년엔 선배들 말처럼 우리 아이가 학교 이름을 빛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반장엄마(erinj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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